[시론] “또 남문기씨?.. 한나라당이 이상하다”
[시론] “또 남문기씨?.. 한나라당이 이상하다”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1.09.18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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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인 조직 수장(首長)을 당이 임명할 수 있나

본지 이종환 대표
내년 재외국민의 선거 참여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이상해 보인다. 남문기 전 미주총연 회장과 관련해서다

당 재외국민위원장으로 임명됐다가 취소되더니 이제는 재외국민위원회 자문위원장이 됐다고 한다. 당에서 공식 발표가 없는 가운데 남씨측에서 먼저 이 같은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

한나라당은 지난 8월 당직을 재편하면서 큰 실수를 했다. 시민권자인 남문기씨를 재외국민위원장으로 임명했던 것이다. 한나라당은 대변인을 통해 남씨를 재외국민위원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히고, 당 홈페이지에도 올렸다.

초대는 안경률 의원, 2대는 조진형 의원이 맡았던 자리였다. 당내 재외동포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로, 3선의 의원이 맡았던 자리였다. 하지만 결국 임명장을 주고 받지는 못했다. 외국 시민권자는 당원이 될 수 없고 당직을 맡을 수 없다는 정당법 때문이었다.

이 같은 사실로 인해 한나라당은 뒤늦게 ‘임명’을 ‘내정’으로 슬쩍 바꿨다. 그러다가 한달 가량을 비정상적인 ‘내정’상태로 두고 있다가 남씨의 ‘자진 사퇴’ 형태를 빌어 ‘임명’을 철회했다.

뒤이어 남문기씨의 수석부위원장 설이 나돌았다. 남씨가 세계 각지의 지인들에게 보낸 메일도 이를 뒷받침했다. 그는 메일에서 자신이 수석부회장을 하니까, 당신네들이 부회장을 맡아서 일을 좀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수석부위원장도 당직인 것을 모르는 듯했다.

남씨의 새로운 임명설이 유포된 것은 이런 부탁 이메일이 떠돌던 때였다. 남씨가 한나라당 재외국민위원회 자문위원장이라는 자리에 임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남문기씨측은 이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와 함께 홍준표 대표와 같이 악수하는 사진도 언론사들에 보내왔다.

당초 남문기씨를 재외국민위원장으로 민 것은 홍준표 대표로 알려져 있다. 홍대표는 ‘시민권자’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남씨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가 망신을 샀다. 대한민국 집권여당으로서는 저지르기 힘든 실책이었다.

결국 취소 소동을 빚은 끝에 이번에는 남문기씨가 재외국민위원회 자문위원장으로 임명됐다는 것이다. 자문위원장은 당직이 아니다. 외국 시민권자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해외에 약 600명의 재외국민위원회 자문위원을 두고 있다.

문제는 당이 자문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는가이다.  우리 정당법은 당이 해외에 지부조직을 둘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단 자발적인 조직이 만들어져서 당을 지원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그래서 편법으로 나온 것이 ‘자문위원’제도다. 민주당의 ‘세계한인민주회의’도 이와 비슷하다.

이 같은 자발적인 조직의 수장(首長)을 당에서 임명할 수 있을까? 남씨의 자문위원장 '임명'이 갖고 있는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당에서 자문위원장을 임명하면 자문위원 조직이 당 조직과 무엇이 다르냐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자문위원장 임명이 제 발등을 찍는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재외동포 가운데 내년 총선에 한나라당 비례대표를 노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나라당 당사와 여의도 국회의원회관도 오랜만에 붐비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메뚜기 한철의 열기를 맞은 것이다.

그런 가운데 누군가가 자문위원장으로 임명돼 ‘우선권’을 얻는다면, 모처럼 만들어진 경쟁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이 이상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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