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칼럼] 도라에몽과 노비타 그리고 챗 GPT
[대림칼럼] 도라에몽과 노비타 그리고 챗 GPT
  • 엄정자 재일본조선족작가협회장(문학평론가)
  • 승인 2023.04.26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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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텔레비전을 켜면 제일 많이 들려오는 것이 챗GPT(Chat GPT)에 대한 이야기다. 챗GPT는 오픈에이아이(OpenAI)에서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으로서 2022년 11월에 세상에 나왔다. 고도의 AI 기술을 통해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지어 시나 노래, 에세이, 단편소설, 코드 등을 써달라고 할 수도 있는 AI 채팅 서비스이다. 

“2022년 12월에는 한 번에 3,000단어 수준을 분석하는 GPT-3.5의 개발과 함께 이에 기반한 ChatGPT의 베타 버전이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다음백과) 공개된 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주목받았고 생성한 글의 훌륭함과 인간미 있는 답변이 SNS 등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2023년 3월에는 보다 성능이 향상된 ‘GPT-4’가 출시되어 Chat GPT Plus(유료 플랜: 20달러/월)에 과금한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챗GPT는 크게는 국회답변자료로부터 작게는 내가 만들고 싶은 요리 레시피까지 집 주소 같은 개인정보 외에는 모든 질문에 문장으로 답변을 해주는 만능인공지능이다. 아직 여러 가지 염려되는 부분들이 있다고 하지만 이미 파죽지로 사회에 침투되고 있어서 각 나라 정부에서도 대책을 세우기에 급급하다. 미국 상무성은 규제안을 만들기 위해서 AI평가, 인증제도 등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있으며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같은 나라들에서도 규제를 세울 검토를 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법률 위반을 우려하여 일시적인 사용금지령을 내렸다.

4월 29, 30일에 군마현 다카사키시(群馬県高崎市)에서 개최 예정인 선진 7개국(G7) 디지털·기술상 회의에서도 챗GPT 대응이 중요한 테마로 논의된다고 한다.

일본 정부에서도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를 행정 분야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국회 답변 작성 등 사무 작업이 효율화되고 국가공무원의 업무부담 경감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이다.


챗GPT를 개발한 미국 기업 ‘오픈 AI’의 샘 알트먼 CEO는 일본을 방문해 4월 1일 오전 총리대신 관저를 방문하여 기시다(岸田) 총리대신과 면담을 하였으며 NHK 단독 인터뷰에도 응했다. 알트만은 “Chat GPT가 교육을 파괴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교실에서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나 어른이나 새로운 도구를 사용하면 새로운 방법으로 배울 수 있다. 계산기가 등장했을 때처럼 그 쓰임새를 생각해야 한다”고 하면서 “대부분의 테크놀로지는 헤아릴 수 없는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시대에도 똑같은 말들이 있었다. AI는 우리의 창의성을 높이는 것이지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컴퓨터 과학자 사카무라 겐(坂村 健) 교수는 개인정보유출, 교육 현장에서 활용, 실업자의 생성 등 문제에서 아직 우려되는 점이 있지만 적극적인 사용을 제창하였다.

이쯤 되면 챗GPT의 사용이 이제는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글과 관련된 인간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졌던 교육과 문학같은 성역에도 비상이 걸리고 있다는 점이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는 AI에 제약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이길 수 있겠는가 하는 인간의 존재방식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 어떤 질문에도 빠르고 거침없이 답변해주는 챗GPT, 그 만능의 능력은 일본 애니메이션 방송의 ‘도라에몽’을 떠올리게 한다.

22세기에서 온 고양이 모양 로봇인 도라에몽은 배에 붙은 ‘사차원 주머니’에서‘비밀 도구’를 꺼내서 곤경에 처한 노비타를 도와주곤 한다. 노비타는 운동도 못 하고 공부도 좋아하지 않는, 거기에다가 게으르기까지 한 10살 초등학생이다. 친구들이 야구팀에 끼워주지 않아서, 골목대장 자이언에게 얻어맞아서, 시험에 0점을 맞아서…, 곤경에 처하면 노비타는 울면서 도라에몽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러면 도라에몽은 무능한 노비타를 탓하면서도‘비밀 도구’를 꺼내서 구해준다. 그러나 무슨 일에서나 정도를 모르는 노비타는 도구의 과도한 사용으로 늘 비극을 빚어낸다.

어쩌면 챗GPT와 사용자의 관계도 도라에몽과 노비타의 관계와 비슷하다. 도라에몽이 22세기의 선진 기술로 노비타의 문제를 해결해주듯이 챗GPT는 우리의 질문에 답을 준다. 초등학교 글짓기로부터 대학교 리포트, 이제는 문학창작에까지 관여하고 있다.

공상과학소설(SF)을 접수해 온라인으로 발간하는 유명 사이트인 ‘클라크스 월드’(Clarkes world)는 챗GPT로 만든 작품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에 신인작가 작품 접수를 중지하였다고 한다. 

이런 시대에 문학창작을 해야 하는 작가들에게 챗GPT는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어떤 문학을 해야 할지에 대한 큰 과제를 제기해주었다. 아무리 일생 동안 책을 읽고 배운다고 해도 몇천 몇만 권에 달하는 방대한 용량의 지식을 가진 챗GPT에 지식으로는 이길 수 없다. 그렇다고 작가들이 창작을 그만둘 수는 없지 않은가?

예전에 <어른이 된 노비타 소년>(林 公かず、木全公彦)이란 책을 읽었는데 작자는 독자들에게 노비타의 두 가지 다른 전망을 보여주었다. 첫 번째는 자주성이 없어서 불행해진 노비타이다. 힘들 때마다 늘 도라에몽에게 도움을 받는 노비타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만 습득할 수 있는 스스로 자기 길을 여는 능력을 키울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피동형 인간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도라에몽이 사라지게 되면 그는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어른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실수가 많은 노비타이지만 그의 자주성이 결핍한 결점이 극복된다면 도라에몽에게서 받는 형형색색의 화려한 자극들이 그의 뇌 성장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며 그래서 전두엽이 발달한 노비타는 창조성이 있는 크리에이티브한 직업에 종사하여 성공하게 될 것이라는 예견이었다.

똑같이 도라에몽의 도움을 받지만 자주성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서 노비타에게는 상극의 미래가 펼쳐진다. 작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만이 느끼고 나만이 쓸 수 있는 자주적이고 개성적인 글을 쓰지 않는다면 그는 첫 번째 노비타처럼 도태되고 말 것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포괄함으로써 ‘공성’을 나타낼 수밖에 없는 챗GPT, 그런 거물에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나의 ‘개성’을 살린 나다운 글을 쓰는 것일 것이다.

누구나 보고 경험하는 일이라도 소설가의 독특한 시각으로 보고 엮어낸 이야기라면 남다른 색깔을 가지기 마련이며 같은 나무 같은 꽃, 같은 하늘땅 물을 보고서도 나만 깨달은 나의 성찰을 형상으로 만들면 그 시는 챗GPT라도 모방할 수 없는 나만의 시가 되는 것이다. 수필은 리얼리티가 강해져야 할 것이다. 나만 경험하고 느낀,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그런 글을 써야 할 것이다. 평론가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챗GPT를 초과할 수는 없지만 작품을 읽고 나만이 느끼는 점이 있을 것이니 역으로 챗GPT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이용하면서 나의 시각으로 작품을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다.

기실 많은 작가들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나 역시 그렇게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평론을 쓰기 전에 먼저 작품을 읽고 그에 관련된 많은 자료들을 찾아본다. 그러노라면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반짝하고 떠오른다. 그 아이디어에 따라 나만의 시각으로 작품을 분석하면 나다운 평론이 쓰인다. 또한 작품은 그 작가를 떠나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작품을 읽은 다음 될수록 작가와 이야기를 나눠본다.

그러면 그가 왜 이 글을 썼는지에 대한 이해가 생기기 때문이다. 아무리 챗GPT가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나는 살아있는 작가를 알고 있으니 내가 우세인 셈이다. 나만의 아이디어로 내가 아는 작가의 작품을 평하기 때문에 내 평론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그것은 나만이 쓸 수 있는 평론이 되는 것이다.

몇 년 전에 김화숙 시인의 「창작의 길」이란 시를 평한 적이 있다. 

시상이
도토리 떨어지듯

머리 안에 떨어지면
사춘기 소녀처럼 화들짝
상상은 부풀어오르고
시상이 시어로 몸을 바꾸어
비단결 같이
곱게 빠져나가고 나면
바람 빠진 타이어가 되여
책상 앞에 한동안
우두커니
구겨져 있다.

(‘창작의 길’ 전문)

시의 창작 과정을 형상화하여 잘 그린 시이다. 불의에 떨어지는 도토리같이 생긴 시상이 참신하면 할수록, 마음껏 부풀린 시적 상상이 풍부하면 할수록, 시어가 ‘비단’같이 아름답고 매끄러울수록, 그 시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러잡을 수 있을 것이고 예술적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챗GPT라도 이 세 가지가 시인과 다 똑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처음으로 자동차가 나올 때 수레를 몰고 다니던 사람들과 인력거꾼들은 놀랐고 두려워했으며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하지만 결국 자동차 때문에 길이 막힐 정도로 자동차는 보급되었고 택시 기사, 버스 기사, 비행기 파일럿 같은 직업이 생겼다. 이제는 전자동운전 자동차까지 나왔다. 우리 딸애가 일하는 나고야대학교 미래창조연구소는 도요다자동차회사와 협력하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병원이나 마트에 다니기 편리하도록 전화만 걸면 달려오는 소형 전자동운전자동차를 연구하고 있다.

그렇게 세상은 발전하기 마련이고 우리는 그것을 막을 수 없다. 그러면 그 발전에 나를 적응시키면서 나다운 삶을 만들어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인터넷이 지금처럼 보급되기까지 30년이 걸렸지만 챗GPT는 2, 3년이면 충분히 보급된다고 한다. 챗GPT가 매일, 시간 단위로 새로운 것을 습득하면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시대 발전에 역행한다는 것은 시대의 낙오자가 되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한 자주성이 있는 노비타가 될지, 다른 사람의 구원만 바라며 뒤떨어진 노비타가 될지, 그것은 본인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필자소개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연길시 10중 국어교사, 길림시조선족중학교 국어교사, 길림신문사 기자로 활동
1997년부터 일본에 거주. 현재 일본 ECC외국어학원 한국어강사. 연변작가협회회원, 일본조선학회회원, 일본조선족연구학회회원. 재한동포문인협회 해외이사
수필 <화산 우에서 사는 사람들>, 제9회 <도라지> 장락주문학상 수필부문 대상, 수필 <감나무에 담긴 정> 제1회 同胞文學 安民賞 수필부문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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