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승의 붓을 따라] 행복의 정의
[이영승의 붓을 따라] 행복의 정의
  • 이영승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 승인 2023.05.0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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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한마디로 무어라 정의(定義)할 수 있을까? 사전상 의미는 ‘복된 좋은 운수’ 또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껴 흐뭇한 상태’이다. 행복의 의미를 더 확실히 알기 위해 인터넷검색을 했다. 좋은 내용이 수없이 많았으나 그중에서 ‘놓아주는 법을 배우는 게 행복의 열쇠’라는 문구에 눈길이 멈췄다. 쉽게 해석까지 덧붙여놓았다.

‘과거 일어난 일 중에 화가 나거나 신경 쓰이는 것이 있으면 그 집착에서 벗어나는 게 바로 행복’이란다. 행복의 구체적 방법론이라 가슴에 와닿았다. 검색을 거듭한 끝에 내 마음을 사로잡는 명언 한 구절을 찾았다. ‘행복은 여정이지 목적지가 아니다’라는 문구다. 반복하여 읽다 보니 행복의 정의에 한 걸음 다가서는 듯했다.

행복의 의미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자. 열렬히 사랑한 두 남녀가 있다. 그들은 헤어졌으며 남은 것은 실연의 아픔뿐이다. 울며 지새운 밤이 얼마나 흘러야 가슴속의 상처가 아물 수 있을까? 이별의 슬픔은 시간이 해결한다지만 그보다 더 빠른 약이 있다. 타이레놀이다. 최근 진통제로 마음의 아픔을 줄일 수 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심리학자 네이든 드왈이 심적 고통을 겪는 62명을 대상으로 21일간 실험했다. 한 그룹은 매일 타이레놀 2알씩 복용하고, 다른 그룹은 약효가 없는 약을 처방했다. 물론 양쪽 다 약의 성분은 공개하지 않았다. 결과는 타이레놀을 먹은 그룹의 심적 고통이 대폭 감소했다. 인간의 뇌는 몸과 마음의 고통을 똑같이 받아들이는데 이들 고통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없다. 생존과 번식은 모든 생명체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라는 논리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 물론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돈이 행복의 필수 요건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만 충족되면 행복은 결코 돈과 비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50여 년 전만 하여도 1인당 국민소득이 100불 정도였지만 지금은 3만 불이 넘어섰다. 그러나 지금이 그때보다 얼마나 더 행복한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국민 행복 지수가 현재 세계 50위권이고, 개인이 느끼는 국민 행복도는 120위권이며, 자살률은 세계 1위라고 하니 경제력이 행복과 비례하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세계 극빈국인 부탄의 국민 행복 지수가 최상위권으로 조사된 바 있는 것을 봐도 이는 여실히 입증된다.

행복이란 말은 듣기만 해도 왠지 가슴이 설렌다. 이는 우리가 그토록 행복을 갈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철학자들이 그동안 행복의 근원을 깊이 연구 성찰하여 공감할 수 있는 이론을 많이 남겼다. 가만히 생각하니 나는 칠십 평생을 살면서 인생에 가장 중요한 행복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막연히 행복하기만 바랐던 것 같다. 지금이라도 이에 관심 가지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지난날의 내 삶을 되돌아본다.

우리는 그동안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모든 생명체의 최종 목적은 행복이 아니라 생존이며, 행복은 단지 생존을 위한 도구일 뿐이란다. 이는 기존의 통념을 완전히 전복시킨 역설이자 반기이다. 인간은 지능이 높을 뿐이지 타조나 숭어와 다르지 않은 100% 동물이다. 이 새로운 시각은 인간의 행복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를 흔들어놓았다. 그 근거는 바로 다윈의 진화론에서 출발했다.

그렇다면 행복의 기원(起源)은 어디일까? 기쁨은 행복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서로 등식이 성립하지는 않는다. 복권 당첨의 기쁨이 아무리 커도 계속 행복할 수는 없으며, 자기가 꿈에도 그리던 연인과 결혼해도 평생 행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는 인간의 감정이 일시적이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기쁨이 매일같이 반복되어도 계속 행복하지는 못하다. 이 또한 인간의 심리는 묘하게도 기쁨의 강도가 점점 커져야 행복이 계속 유지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는 도저히 불가능하지 않은가? 인간의 완전한 행복 추구는 이토록 요원하다는 뜻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행복은 절대 운명이 아니며, 인간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의미다. 그렇다.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며 출세나 거부(巨富) 등 대단한 성공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를 모르는 사람들은 신기루 같은 행복을 찾아 허공을 헤매고 있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행복은 누가 뭐래도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오순도순 대화하고 식사하는 일상 속’에 있다. 이 사실만 깨달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게 바로 행복이 아닐까?

필자소개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2014)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수필문학 추천작가회 부회장
전 한국전력공사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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