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칼럼] 미국 파티문화 
[김재동칼럼] 미국 파티문화 
  •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 승인 2023.05.08 11: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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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파티는 생활 문화 중 하나이다. 정장 차림으로 참석하는 디너파티(dinner party) 에서부터 친구들끼리 모이는 소규모 파티까지 다양한 파티 문화가 있다. 미국의 파티라 하면 근사한 드레스와 예복을 차려입고 성찬을 즐기며, 춤추는 모습을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가족, 친구, 이웃이 함께 모여 편한 분위기에서 담소를 나누고 음식을 함께하는 파티가 대부분이다. 미국인들의 일상에서 파티가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매우 크다. 

나는 미국에 오기 전까지 파티 문화에 전혀 노출된 적이 없다.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생일파티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명절에 차례를 지낸 후 온 가족이 모여 음식을 함께 먹었던 것이 고작이었다. 내가 만약 한국에서 직장생활과 결혼생활을 했다면 이야기는 좀 달라졌을 것이다. 집들이라든가 가족 친지와 크고 작은 모임,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식사 모임, 사업상 손님을 집으로 초대해 대접해야 할 경우가 생겼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미국의 파티 문화를 처음 접한 것은, 미국에 온 첫해인 1988년 초여름, 살던 아파트단지 주민 파티였다. 그때 나는 20대 중후반 독신 청년이었다. 네이버 후드 파티(neighborhood party) 또는 블록 파티(block party)라 부르는, 이웃들과의 파티에 초대되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인들이 일상에서 자주 쓰는 파티(Party)라는 말 자체가 나에게는 생소했다. 그것은 내 생애 처음 경험한 파티였다.
 
내가 처음 접했던 파티는 팟락(potluck) 이라 불리는 파티였다. 팟락은 참석하는 사람들 각자가 한 가지씩 음식을 만들어 와 함께 먹는 뷔페식 음식 파티이다. 미국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파티를 팟락으로 한다. 팟락(potluck party) 파티는 이웃과 친구는 물론, 교회, 직장에서도 흔하게 하는 파티이다. 

한국에서는 집에 손님을 초대할 때 호스트(집주인)가 전적으로 모든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예의라 생각한다. 음식 또한 평소보다 푸짐하게 그야말로 진수성찬으로 준비하는 것이 보통이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그런 부담과 수고로움을 피해 집에서 꼭 해야 하는 경우 말고는, 대부분 밖에서 손님을 대접한다. 좀 부족하다 싶을 때 집으로 모셔 다과를 나누는 것으로 대신한다. 

팟락은 서로가 부담 없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간편한(casual) 파티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파티를 제안하고 준비하는 호스트는 주로 메인 푸드(고기, 빵)를 제공한다.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어떤 음식을 가져오라는 주문이 있기도 하지만, 보통은 본인이 원하는 음식이나, 심지어 후식이나 음료 등 간단한 것을 준비해 가기도 한다. 

팟락은 집에 있는 재료만으로 장만한 음식을 뜻하기도 한다. 친구들끼리 정말 간편한(casual) 모임을 할 때는 파티 준비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주로 와인과 치즈(Wine and Cheese party)로 대체하기도 한다. 이때 와인과 치즈 외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finger food가 같이 곁들여지기도 한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미국의 팟락 파티(potluck party)처럼 각자 한 가지씩 음식을 가져와 소규모 모임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초대하는 측에서 모든 음식을 다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좋은 파티 문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꽤 오래전 파락 파티 문화가 완전히 자리 잡아 일상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소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작가,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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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남 2023-05-08 22:38:15
파티의 개념이 다른 것도 다른 것이지만, 파티에 초대되었다가 준비된 음식을 보고 실망한 경험 떠오르네요. 미국에서의 파티나 이런 저런 모임에서는 상대적으로 음식보다는 활동이나 대화의 비중이 큰 것 같습니다.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고 부담주지 않는 문화 탓인지 몰라도 미리 약속된 방문에 두 시간 가까이 있다가 나올 때 까지 집주인이 냉수 한 잔 권하지 않는 것도 처음에는 의아했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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