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승의 붓을 따라] 정치인의 막말
[이영승의 붓을 따라] 정치인의 막말
  • 이영승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 승인 2023.06.09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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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회의원보다 무소불위 권력을 누리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혜와 대우를 받고 있다니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정치라도 잘 해주면 감수하련만 도리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하루가 멀다고 막말을 쏟아내니 국민은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가 없다.

정치권의 진영논리 싸움에 거들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리고 이제는 그들을 비난하기에도 지쳐버렸다. 그래 보았자 조금도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며, 주권자인 우리가 선택한 일인데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그들이 쏟아내고 있는 막말을 열거하려면 한도 없으나 우선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사례를 몇 가지만 열거해 본다.

먼저 최근에 야당의 한 여성의원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대통령을 향해 “말 안 듣는 인간은 끌어내려야 한다. 미국에 굽신거리고 일본에 굴욕적이다. 독도까지 내어주려 하고 국민을 방사능에 오염시키려는 작자가 대통령 자격이 있는가?”라고 했다.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국민이 선택한 자국의 대통령께 ‘작자’라는 말이 할 수 있는 소리인가? 외국인들이 이런 행태를 보면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할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듣기가 민망하다 못해 서글프기까지 하다.

반일 감정을 국내 정치에 활용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라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두고도 최근 악담이 난무한다. 아시다시피 이 문제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결정에 따라 해결될 문제이지 우리나라가 반대한다고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야당의 모 중진의원은 이 일을 국내 정치로 비화하기 위해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롭지 않다면 시찰단과 대통령 부부부터 한 번 먹어보라”라고 공세를 토해냈다. 이 또한 너무도 어이없는 막말이다. 이는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했을 때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가의 문제이지 식수로 적합한 기준이 아니라는 것은 야당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안전을 위한다지만 도리어 국내 수산업계에 엄청난 타격이 된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의석수 60%를 차지하는 제1야당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인사가 지명된 지 9시간 만에 사퇴한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이도 과거에 자기가 한 막말 때문이다. 그가 남긴 막말은 수도 없으나 최근에 논란된 몇 가지만 요약하면, 북한 잠수함 어뢰 공격으로 46명이 사망한 천안함 사건을 ‘자폭 된 사고를 조작했다’라고 주장했으며, 근거도 없이 코로나 19 진원지가 미국이라 말하고, 우리나라 제20대 대선에 미국 CIA가 개입했다는 음모론도 제기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전쟁고아를 보호하는 푸틴을 미국과 서방이 전쟁 범죄자로 몰고 있다고 무차별 막말을 쏟아냈다. 이쯤 되면 혹세무민을 능가하는 막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자폭 조작설에 대해 천안함 함장이었던 최원일이 “현충일 전날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영웅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라고 비판하자 이번에는 야당 수석 대변인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부하를 다 죽인 함장이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하느냐?”라고 말한 것이다. 이 정도면 역대급 최상의 막말이 아닌가? 참고로 당시 최원일 함장은 세월호의 선장과는 달리 혼자 살기 위해 탈출한 것이 아니라 두 동강이 난 함정 안에서 구조를 지휘하다 마지막에 구출되었다.

문제는 막말이 초래한 결과이다. 당 대표가 이래경의 막말 검증을 못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나 졸속 선임은 참으로 황당하다. 그가 한때 ‘이재명 지키기 운동’을 했던 사람으로 지난날 했던 막말이 언론에 의해 낱낱이 공개되었다. 그로 인해 여당은 물론 야당 내 비판과 갈등도 수습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치달았으며, 결국 당을 위기에서 구하려고 추진한 혁신위원회가 도리어 당을 수렁으로 몰아넣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5.18 민주와 운동과 관련 물의를 일으킨 일부 여당 인사의 막말도 간과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막말의 위력이 이토록 대단한데도 근절되지 못하는 이유가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막말로 인해 언론에 회자 되는 것을 스타 등극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스스로 자정하지 못하겠다면 국민이 나서서 ‘정치인의 개인별 막말 사례집’이라도 발간해야 하지 않을까? 이는 국민을 위해서 요구함이 아니다. 정치인 자신들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제발 자제되었으면 하는 마음 실로 간절하다.

필자소개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2014)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수필문학 추천작가회 부회장
전 한국전력공사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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