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칼럼] 우리는 따뜻함을 잃고 있는가
[송년 칼럼] 우리는 따뜻함을 잃고 있는가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1.12.20 1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가운 엄이도종(掩耳盜鐘), 따뜻한 기즈나(絆)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동경행 비행기 안에서 주워 든 일본신문에서 ‘올해의 한자’를 접했다.일본한자검정능력협회가 해마다 연말에 선정 발표하는 것으로, 말하자면 그해 한해를 관철하는 키워드 같은 한자다.

올해는 ‘끈’을 의미하는 ‘기즈나(絆)’ 였다. 일본신문은 이 글자를 소개하면서 “동일본대지진과 태국의 홍수 등 국내외에서 큰 자연재해가 잇달아 사람들의 연결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한 것”이 주요 이유라고 소개했다.

일본에서는 올해의 글자를 응모로 선정한다. 올해는 49만여명이 응모해 반(絆)자가 1위를 차지하고, 이어 재(災), 진(震), 파(波), 조(助) 순으로 나왔다고 한다.

아마 이 글을 본 때문이었을까. 이번에 일본에 가서 주행사인 월드옥타 동경지회 창립 30주년 기념 및 회장 이취임식 행사에 참여하고는 시간을 쪼개 센다이를 방문했다.

센다이를 간 것은 태평양에 연해있는 마쓰시마(松島)의 즈이간지(瑞巖寺)를 찾아보자는 생각도 있어서였다. 즈이간지에는 500년전 임진왜란때 한반도에서 건너간 매화나무 두 그루가 절마당 양쪽에 서 있다.

당시 이 지역을 지배한 영주 다테 마사무네가 조선출병을 했다가 돌아가면서 가져가서 심은 것이다. 이 매화나무가 지난 쓰나미에 당한 것은 아닐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마쓰시마는 센다이 동쪽 태평양에 연한 유명 관광지다.

“바닷물이 절 안에까지 밀려왔다”는 게 절에서 만난 사람의 설명. 하지만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매화나무도 많은 지팡이들로 가지를 지탱하고 있었으나, 정정해 보였다. 물론 겨울을 맞아 잎은 없었다.

이어서 게센누마를 찾았다. 지난 3.11 동일본대지진 때 쓰나미로 도시 전체가 큰 피해를 입은 곳이다. 쓰나미가 밀어닥치는 이곳의 모습을 중국 광저우의 호텔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보기도 했다. 세계한인회장대회 운영위원회에 취재갔다가 일본 쓰나미 대참사 현장 실황중계를 NHK를 통해 지켜봤던 것이다.

게센누마는 일부가 폐허로 변해버렸다. 도시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골목 한 어귀에는 쓰나미때 밀려온 배가 나뒹굴고 있었다.

폐허 위에 임시로 만들어진 선술집 골목의 가게주인은 “부모님과 삼촌이 모두 당했다. 그때 피해를 본 친척들과 같이 가게를 열었다”고 말했다.

쓰나미 현장을 돌면서 자연의 힘과 파괴력을 실감했다. 하루 아침에 수많은 사람이 죽고 또 수많은 사람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일본 TV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보도했다. 후쿠시마 주변 일대가 방사능 오염 우려로 인해 학교는 문을 닫고 마을은 사람들이 떠났다. 집은 남아 있으나, 마을 사람들은 떠나버린 ‘또다른 쓰나미’의 현장이었다.

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본은 사람들의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게 사람이고, 사회라는 것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올해의 한자’인 끈은 그런 뜻을 담고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마침 우리나라의 ‘올해의 사자성어’도 접했다. 교수신문이 해마다 선정해 발표하는 사자성어였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엄이도종’(掩耳盜鐘)이었다.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이다. 도둑이 종을 훔치는데 소리가 나자 자기 귀를 막고 훔쳤다는 고사에서 나온 얘기다. 정부가 국민들의 얘기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들의 생각만 발표했다는 점을 비난한 것이라고 한다.

이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엄이도종에는 차가움이, 기즈나(絆)에는 따뜻함이 들어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