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좋은 죽음’ 준비하기
[칼럼] ‘좋은 죽음’ 준비하기
  • 신승철<시인·큰사랑노인병원장>
  • 승인 2012.01.0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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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병동에서 진료를 하다 보니 자연 노인들의 임종과정을 자주 겪게 된다. 지난 날 우리 사회에선 객지에서의 사망이나 임종은 그 가족의 비운으로 간주했다.

망자의 혼이 원귀가 되어 오랫동안 중음신(中陰神)으로 떠돌 수 있다는 미신 심리가 깔려 있어서인 때문이었다. 그러나 요즘 의술의 발달 덕에, 노인들이 턱없이 객지에서 돌아가시는 일은 드물다. 중병의 노인도 잘 케어(care)해 드리면, 수년씩 수명이 연장되는 시대다.

노화 자체는 질병이 아니고, 노인들의 사망 이유는 순전히 질병 때문이란 인식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가족 구조가 갈수록 원자화되고 있어, 병약한 노인을 집에서 돌보려 해도 손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해서 중증 질병의 노인들은 병원에서 지내야 함이 보편화 된 게 요즘의 실정이다. 그러하니 임종 시에도 객지 아닌 객지(병원)에서 맞이할 때가 많고, 근처의 장례식장도 이용하기 쉽게 잘 갖춰줘 있어, 동시대에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가족들이 병원에서 부모의 임종 과정을 지켜보게 되면, 나름대로 사망의 원인을 이해하게도 되고, 자식으로서 할 도리를 다 했다는 일종의 안도감도 갖게 된다. 중증의 노인 환자들은 아무래도 집에서 대책 없이 모시는 것보다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함이 고통도 적고, 여러모로 안심이 되리라. 물론 이런 정황들은 대체로 가족들이 동의하는 견해이기도 하다.

하나 내 경험으로는 이 보다 다른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으니, 사후 유산 문제를 놓고 가족 간에 티격태격 하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와서인 것이다. 부모 생전 케어(care)에는 모두 극진했으나, 사후엔 유산 문제로 자녀 간에 소송으로까지 이어져, 집안 전체가 풍비박산되는 꼴을 간혹 목격한다. 여기서 얻은 교훈이다.

우리는 살아 있을 적에 미리 자손들에게 부정적인 감정들을 일으킬만한 요소들을 제거하는 데도 신경을 써야겠다. 유산뿐만이 아니다. 주변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확실한 입장이나 견해의 표명도 있어야 할 것 같다. 말년에 접어들수록 떠날 채비를 하는 새처럼, 몸과 마음을 가벼이 하자는 취지다.

먼저 무엇이든 물려주기로 결정한 게 있으면 아직 여력이 있고, 의식이 뚜렷할 때 그것을 실행하자. 모든 것의 소유권을 가족들에게 분명하게 해 두는 게 좋겠다. 말년에 가까울수록 삶에 대한 집착이나 분노도 털어 내는 예행연습도 권유된다.

신을 믿는다면 신에게, 불교 신자라면 부처님을 생각하며 제 마지막 소망을 기원하며 사는 것이다. 자비와 관용의 마음을 갖게 되면, 스스로 감화시키는 아름다운 말년을 보내게 된다. 이 번 생(生)만 있는 게 아니다. 내생(來生)은 분명 지금보다 더 나아질 거라 기대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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