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만세삼창을 해야 하는 의미도 몰라?
[시론] 만세삼창을 해야 하는 의미도 몰라?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01.24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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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아가는 사람 쳐놓고 크고 작은 행사에 나가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혹 자폐증 환자가 있어 문밖출입을 하지 못한다면 모르되,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꼬마들조차 집회에 나간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살 미만의 아이들도 맞벌이하는 부모의 손을 떠나 어린이집에 위탁된다.

거기에서 다른 어린이들과 더불어 공동생활을 경험하게 되고 유치원에 입원할 때에는 벌써 유니폼을 똑같이 맞춰 입기까지 한다. 유치원은 이미 사회생활의 시작이다. 유치원에서도 조회 같은 행사가 있는지 여부는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현장학습이나 소풍과 같은 행사를 하면 선생님의 지도로 줄지어 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항차 초등학교 1학년부터는 집단생활과 교육을 통하여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본적인 예의와 도덕심을 기르게 된다. 여기에 학습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학업이 병행되며 질서를 배운다. 집단생활에서의 질서 지키기는 매우 중요하다. 한 사람의 이탈이 전체의 대오를 무너뜨리고 그로 인해서 균형이 깨지는 것은 자라나는 어린 학생의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요즘 초등학교에서부터 따돌림과 폭력행위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그치지 않는 것은 막 집단생활을 시작하는 시점에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장 감수성이 빠른 시기에 올바른 질서의식과 남을 위할 줄 아는 정신을 가르쳐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우리는 본격적인 집단행사를 치른다. 입학식과 졸업식은 말할 나위도 없고 과거에는 매일처럼 조회를 열어 교장선생님의 훈화를 들었다. 교실에서는 담임선생님에 의한 학업을 끝내는 종회(終會)시간도 있다. 이런 자그마한 행사를 통하여 학생들은 끊임없이 배워나간다.

간혹 학교 밖에서의 행사에 불려나가기도 한다. 필자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다닐 때 6·25전쟁을 겪었는데, 판문점에서 정전협정이 지지부진할 때 이승만 정부는 학생들과 일반인을 총동원하여 ‘휴전협정 반대 데모’를 시켰다. 북진통일을 내세운 이승만식 강공책이었지만 3년을 끌던 정전협정은 1953년 7월에 정식으로 조인되었다.

휴전에 반대한 한국정부는 정전협정에 대표를 파견하지 못하여 결국 미국, 중국, 북한의 대표자만 서명했다. 이로 인하여 한국정부는 지금까지도 정전협정의 당사자 지위를 얻지 못하고 내 나라, 내 땅에서도 재외자(在外者)의 씁쓸함을 맛보고 있다.

독재와 부패에 물든 이승만 정부가 역설적으로 얼마나 무능하고 앞을 내다보지 못한 정권이었느냐를 증명하는 상징적 사건이다. 우리는 관제데모에 앞장섰던 노하우를 살려 대학에 들어가서는 3·15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데모를 아주 잘 할 수 있었고, 4·19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었으니 이승만으로서는 양호위환(養虎爲患)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우리는 이처럼 크고 작은 행사를 통하여 의지를 가다듬기도 하고 행사 목적에 따른 축하의 의미를 만천하에 고하기도 한다. 일제강점시절에 우리 선조들은 처절한 광복운동에 전념했다. 규모가 가장 큰 독립운동은 3·1운동이다.

6·10만세운동, 광주학생운동이 있지만 3·1만세운동은 국치 10년째 되던 해에 민족대표 33인이 모여 독립선언서를 낭독했고 직후 임시정부가 발족하면서 중국을 무대로 치열한 독립운동에 들어갔다. 3·1운동에 앞장선 이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손에 손에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독립만세”를 힘차게 외쳤다.

이토 히로부미를 육혈포로 쏴 죽인 안중근, 홍구공원의 일본인들을 폭사시킨 윤봉길 등 모든 독립열사들이 한결같이 외친 구호는 “대한독립만세”였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유관순은 서대문형무소에서 고문으로 숨져가면서도 만세를 불렀다.

광복과 더불어 우리 민족이 왜놈들을 향하여 맘 놓고 부른 것이 만세다. 큰 행사나 작은 행사나 마지막을 장식하는 구호는 만세삼창이다. 민족의 혼과 넋이 그 속에 들어있다. 행사를 시작할 때에는 국민의례로 조국과 민족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끝날 때에는 만세삼창으로 의지를 다진다.

그런데 요즘 국민의례를 민중의례로 바꾼 좌파들이 득세하면서 국민의례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하고 만세삼창의 마무리는 없애버리는 행사가 적지 않다. 심지어 만세삼창을 일제잔재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천만의 말씀이다. 한자문화권인 중국, 한국, 일본에서는 어느 곳이 원조라고 할 것 없이 만세를 부른다. 만세와 천세를 구별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만세삼창은 어떤 행사를 막론하고 중요한 다짐이며, 비전을 실현시키는 의지의 표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평통과 애국단체를 초청한 청와대 행사에서도 끝마무리를 만세삼창으로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최고 집권부처에서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이 사회통합의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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