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단동 조선족학교 초중고생들과 단체예술공연을 위해 매일 한 시간씩 거의 7개월간을 같이 연습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 언어소통의 문제였다.
조선족 중고등학생과 얘기를 해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50%이상 소통이 어려웠다. 우리학생들이 왜 아직 우리말에 익숙하지 못할까 하는 것이 당시 필자의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조선족학교에서 가르치는 조선어문(한글) 교육교재를 볼 기회가 있었다. 초등학교 5~6학년의 교사용 교육지침서도 그중 하나였다. <입말교제 훈련지남>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분명히 한글로 된 책이었다. 제목도 한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책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의미를 짐작하게 된 것은 책 내용을 좀 훑어본 연후였다. 설명하자면 이렇다. ‘입말’은 구어(口語), ‘교제’는 사귄다는 의미다. ‘훈련’은 학습이고, ‘지남’은 지침이라는 내용이다. 따라서 ‘입말교제 훈련지남’이라는 책은 ‘대화학습지침서’ 정도로 보면 되겠다.
이를 보면서 말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대화중에 이런 책제목이 나왔으면 무엇인지 몰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외국어처럼 말이다.
필자는 그후 우리 조선족동포들이 쓰는 말과 글이 대한민국과 어떻게 다를까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조선족학교의 학생교과서는 물론, 요녕조선문보와 흑룡강신문 등을 수집하여 읽어보았다.
그 결과 몇 가지 큰 차이점들을 발견했다. 이른바 연변식 조선어문의 특징이다. 북한식과 다른 조선족 동포만 가진 특징이다. 이는 대략 3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연변 조선어문에는 중국단어가 상당수 그대로 발음만 바꿔서 사용된다. 둘째 그런 영향으로 서술어나 형용사까지도 본래 한글의 의미와 사뭇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 셋째 전반적인 상황표현을 단순화하여 전체사용 어휘수가 한글에 비해 1/3 수준이다.
중국동포들도 한국사람들을 만나 대화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 그중 가장 큰 어려움은 한국인들이 영어를 너무 많이 섞어서 쓴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 반대로 중국 조선족 동포들의 언어에는 중국어가 들어 있다. 한국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들이다.
그럼 왜 중국어가 조선족 언어에 많이 들어갔을까? 짐작컨대, 중국연변식 조선어문의 기본적 초기체계는 중국내 조선족 엘리트 학자 층에서 주도했다는 점과 관련이 깊지 않나 싶다. 조선족 동포들에게 조선어문을 교육하기 위해서 영어가 아니라 중국어를 차용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