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끌어안아야 아기 수출국 탈출
미혼모 끌어안아야 아기 수출국 탈출
  • 이규복 기자
  • 승인 2010.08.31 0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미혼모 돕는 미국 입양아 권영미 조교수

 
“한국 사회가 미혼모와 그 아이들을 끌어안아야 한국이 세계 4위의 ‘아기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뒤 미국 가정에 입양돼 미네소타에 있는 세인트 올라프 칼리지의 영문학 조교수가 된 권영미(35·미국명 제니퍼 권 돕스) 씨는 자신의 뿌리 찾기에 나섰다 한국 입양아 문제는 미혼모 문제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요즘 한국 미혼모들 돕기에 나섰다.

권씨는 가족을 찾기 위해 2007년부터 지금까지 다섯 차례 한국을 찾았지만 가족은커녕 자신에 관해서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이번에도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

권씨는 자신이 알고 있는 생년월일 1976년 7월 27일과 영미란 이름이 실제로 맞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를 미국에 보낸 곳은 국내 4개 입양기관 중 한 곳인 ‘동방’(ESWS)이고 그를 이곳에 보낸 기관은 강원도 원주에 있는 고아원인 성혜원이다.

그는 1976년 아이를 갖지 못하는 미국 오클라호마의 한 가정에 입양됐지만 가정 형편이 좋지 못해 12살 때부터 용돈을 벌기 위해 카페 등에서 일을 해야 했다. 양부는 공장에서 일했고 양모는 전업주부였다. 그는 5살 때 양모로부터 “너의 어머니는 매춘부였고 아빠는 미군 병사였다. 이곳에 온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권씨는 LA에 있는 남가주대(USC)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때인 2007년 처음 한국을 방문해, 양부모가 갖고 있던 서류상의 ‘동방’과 성혜원을 찾아가는 것을 시작으로 뿌리 찾기에 나섰다.

이듬해인 2008년에는 자신이 미국에 보내졌을 당시 성혜원에서 일했던 할머니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만났지만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미혼모 이야기 수기집 작성중

권씨는 고아원이나 입양기관이 입양아에 관한 기록을 임의로 없애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면서 “기록 보전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씨는 가족 찾는 일을 계속하다 상당수 해외 입양아들이 미혼모 아이라는 사실을 알고 한국인 아이를 입양한 미국인 리처드 보아스가 2007년 설립한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KUMSN)를 찾아가 아이를 입양시킨 미혼모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이 단체의 지원을 받아 한국 미혼모들의 이야기를 엮어 수기집을 내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들의 모임인 ‘미스 맘마미아’와 함께 한국 미혼모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친엄마가 무슨 일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며 “어떻게든 만나 친엄마와 딸의 관계를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권씨는 인터뷰가 끝난 뒤 노트북에 들어 있는 자료를 보여주면서 정부 통계로는 16만 명, ‘화해를 위한 입양인 모임’(TRACK) 통계로는 최소 20만 명의 한국인 입양인이 세계 각지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지금도 매년 약 1200명, 하루 평균 5∼6명의 아이들이 인천공항을 떠나 외국 가정에 입양되고 있으며, 1995년부터 2005년까지 7만8000명의 입양인이 가족 찾기에 나섰지만 이 가운데 2.7%만 가족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족을 찾지 못한 97.3%의 해외 입양 한국인들 가운데 한 사람이지만 부모와 자식들이 함께 거니는 것을 보면 너무 행복해 보인다”면서 “한국의 미혼 엄마들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도록 계속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