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⑳] 팔만대장경
[아! 대한민국-⑳] 팔만대장경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2.06.10 0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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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대한민국 경남 합천 해인사에 있는 팔만대장경(국보32호)은 고려시대인 1236~1251년 사이에 만들어졌다. 총 8만 1,258장의 목판에 부처의 가르침인 경전을 새겼다. 팔만대장경을 모셔 둔 장경판전(국보52호)은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팔만대장경은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각각 지정되었다.

대장경이란 ‘3개의 광주리’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에서 비롯된 말로, 여기에는 부처의 가르침인 경장(經藏)과 불자와 교단이 지켜야 할 계율인 율장(律藏), 그리고 경장과 율장에 관한 다양한 해석인 논장(論藏)의 3가지 내용이 포함된다. 거란이 내침하자 현종 때인 1011년부터 선종 때인 1087년까지 77년 동안 대구 부인사에 도감을 두고 송나라 판과 거란 판의 대장경을 참조해 6천여권의 경판에 돋을새김한 ‘초조(初雕)대장경’을 만들어냈다. 그러므로 지난 2011년은 초조대장경을 시작한지 1000년이 되는 해였다.

그후 대각국사 의천이 송나라에서 가져온 장서 등을 보충해 26년간(1073~1099)의 노력을 경주한 끝에 1,010부 4,740여권에 이르는 증보판인 ‘속장경’을 재간했다. 이렇게 완성된 대장경들의 경판은 부인사에 소장되어 오다가 1232년 몽골군의 침입으로 대부분 소실되고, 극히 일부만 일본과 국내 몇 곳에 흩어져 있다.

1236년 몽골군의 재침을 당한 고려는 대장경의 원력을 발원하는 뜻에서 파천한 임시수도 강화에 대장도감을 설치하고 1251년까지 16년 동안 「재조(再雕)대장경」의 간행에 성공했다. 이 대장경의 경판 수는 81,340판이며 이것이 안팎으로 새겨져서 약 16만 쪽을 이루고 있다. 이를 우리는 ‘팔만대장경’이라 부르는데, 전체 글자 수는 줄잡아 5,200만자를 헤아린다. 경판을 강화에서 해인사로 옮기는 데만 꼬박 2년이 걸렸다.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경판 재질은 산벚나무가 가장 많고 자작나무가 1할 정도라고 한다. 나무를 베어 소금물에 담궈 나무의 진을 빼고, 다시 소금물에 삶았다가 그늘에 말려 경판을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멀쩡하다. 또 글자를 새길 때마다 한번씩 절을 하는 열과 성을 다했기 때문에 오자나 탈자가 거의 없다고 한다.

1011년 초조를 시작한 때부터 1251년 재조를 완성할 때까지 무려 240년이란 긴 세월을 두고 세계인쇄 사상 유례없는 대역사를 마무리했던 것이다. 어려운 국난기를 포함해 장기간에 걸친 대사업으로 완성된 ‘팔만대장경’은 고려인들의 드높은 자주의식과 문화수준, 그리고 역동적인 개방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팔만대장경’은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대장경이다. 중국은 이를 저본으로 하여 청나라 말엽에 와서야 ‘빈가정사장판(頻伽精舍藏版)이란 장경을, 일본은 ‘축쇄장경(縮刷藏經)이란 장경을 만들어 냈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해인사의 장경판전은 기계의 힘을 빌지 않고 습도조절을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과학적 건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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