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뿌리를 찾는다. 많은 사람들은 젊었을 때 들리지 않던 국악이 나이가 들면서 좋아진다고 말한다. 외국 유학에서 배운 노래들을 부르느라 오랜 시간을 보낸 성악가들도 같은 입장인지 모른다.
이탈리아 가곡, 독일 ,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 가곡을 불렀던 성악가들이 연륜이 깊어 가면서 다시 우리 가곡과 우리 것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갖는 것 같다.
25일 저녁 오후 8시 강남구 일원동 삼성병원 세라믹 팔레스홀. 테너 이동현 바리톤과 김승철 듀오 콘서트다. 우리 가곡과 우리 오페라 아리아로만 꾸며진 음악회. 사실 거의 모든 음악회가 비중있게 우리 작곡가의 작품을 통해 청중과 소통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현실은 아직도 인식의 벽이 두텁다.
그러나 두 성악가 모두 평소에도 우리 작품을 가징 잘 소화 할 뿐만 아니라 많은 우리 작품들을 하고 있다. 테너 이동현은 일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어 전석 매진을 한 오페라 ‘손양원’에서 주역을 맡았다. 바리톤 김승철 역시 창작오페라 ‘메밀꽃 필 무렵’의 초연과 재공연에서 허생원 역을 맡아 최고의 캐릭터란 평가를 받은 바 있어 두 성악가의 콘서트가 향후 우리 성악의 바람직한 방향이 될 것 같다.
탁계석 음악평론가는 “독창회 등에서 외국 곡만 부르면 청중은 마치 이솝의 두루미의 식사 초대에 온 것처럼 답답한 경우가 많다며 지금은 우리 가곡을 많이 부르고 수출해야 하는 때인 만큼 음악회에 청중의 반향이 있을 것”이라며 많은 성악가들이 우리 가곡과 아리아를 불러 줄 것을 주문했다.
레퍼토리는 님의 생각 (장일남), 임진강(변훈), 나는 이곳 제일가는 사또인데(춘향전), 지성호 그칠날 없는 이 전쟁터(오페라 논개), 편지(윤이상),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이안삼), 도토리 묵과 막걸리 (정규현) 그대 앞에 봄이 있다(이안삼), 저 목자여 잠을 어서 깨라 (박재훈 오페라 손양원) 오페라 메밀꽃은 달빛에 흔들리고(우종억), 한 오백년, 박연폭포(민요) 사공의 노래 그리움(홍난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