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신룡곡(神龍谷), 남첨암(南尖巖), 천불산(千佛山)
[시론] 신룡곡(神龍谷), 남첨암(南尖巖), 천불산(千佛山)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07.0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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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절강성 수창현에 있는 신룡곡과 남첨암은 아침 일찍 서두르면 하루에 모두 볼 수 있다.신용곡의 주봉은 해발 1,626미터, 우리나라 덕유산과 비슷한 높이다. 덕유산 항적봉이 26미터 낮지만 엄청나게 많은 적설로 여름 경치보다는 설경이 훨씬 뛰어나다.

덕유산은 6.25때 인천상륙작전으로 퇴로가 막힌 인민군과 지방 부역배들이 지리산, 회문산, 덕유산 등에 숨어 약탈을 일삼으며 3년 이상 버텨냈던 악명 높은 빨치산 소굴의 하나였다. 특히 경상도 가야산과 연결되어 소탕이 가장 어려웠던 곳이다.

중국의 신용곡 역시 높고 험준한 산세를 등에 지고 모택동 군대가 국민군의 소탕작전에 끄떡도 하지 않을 수 있었던 산의 하나다. 특히 중국공산군 율유(栗有)가 이끄는 신용곡부대는 나중에 상해 점령 작전의 선봉에 서서 중국 공산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래서 신용곡에는 장군파벽기(將軍破璧記)라는 비석이 서있어 이를 기념한다. 신용곡은 용의 몸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는 구불구불한 계곡이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며 장장 5킬로미터 이상 뻗어 내려간다. 우리 일행은 제일 위쪽에서 걸어서 내려가는 비교적 힘이 안 드는 길이었지만 반대로 치고 올라올 수도 있다.

가파른 계곡은 세 개의 폭포가 굉음을 울리는 가운데 오르내려야 한다. 폭포가 내려 쏟는 수량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많지만 그 높이가 가히 장관이다.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며 처음 만나는 폭포는 신룡폭이다. 120미터의 수직벽을 치며 떨어져 내리는 폭포의 왕이라 신용곡의 상징이 된다.

가운데는 80미터다. 폭포 셋 중에서 가장 수량이 많다. 폭도 넓어 떨어지는 물줄기가 멀리 서 있는 구경꾼의 옷을 모두 적셔준다. 바람에 흩날리는 물보라는 자칫 사람의 몸을 휘몰아 폭포 아래 내던질 태세다. 그 힘을 의식해서였을까.

그들은 폭포의 이름을 홍군폭(紅軍瀑)이라 붙였다. 그 다음 제일 위쪽에 자리 잡은 폭포가 장군폭이다. 60미터의 높이인데 제일 위에서 홍군을 지휘한다고 해서 장군폭이라는 이름을 지었는지도 모른다. 세 개의 폭포는 밑쪽에서 보면 삼폭(三瀑)을 한 눈에 볼 수도 있어, 한 폭의 그림보다 훨씬 장엄하고 아름답다.

아슬아슬하게 놓인 잔교(棧橋)는 오줌을 찔끔거리게 만든다. 잔교는 삼국지에서 촉도(蜀道)로 부를 만큼 역사와 전통이 있는 중국 고유의 기술인데 지금까지도 잔교에서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듯하다.

남첨암으로 자리를 옮기면 제일 위쪽에 남첨암 산장 호텔이 있다. 해발 1,200미터나 되는 높은 산중에 제법 큰 마을이 형성되어 있어 옛날부터 먼 길을 걸어 남첨암 구경을 하는 사람이 있었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아마도 금광개발을 했던 명대의 잔유물이 아닐까.

남첨암 역시 내려가는 관광과 올라오며 구경하는 방법이 있는데 산악트래킹 팀은 올라오는 길을 택했고, 역시 잘했다는 생각이 들만큼 천하절경을 만날 수 있었다. 간밤의 술 탓인지 일행 중 한 사람이 더위에 허덕거리면서도 낙오 없이 산행을 마친 것은 순전히 아름다운 폭포와 장엄하게 솟아오른 신단봉, 천문봉, 문필봉 때문이다. 구곡폭포로 부르는 아홉 개의 큰 폭포 말고도 자잘한 폭포는 수없이 많다.

문제는 아홉 굽이의 폭포가 밑에서 올려다보면 마치 하나의 폭포처럼 연결되어 보이는 빼어남이다. 길게 뻗어 오른 폭포는 물이 떨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거꾸로 솟아올라가는 것인지 얼른 구별이 안 될 만큼 일시정지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신비하기만 하다. 신단봉(神壇峰)은 140미터의 독립봉이다. 천야만야한 절벽에 유리로 만든 잔교를 놓아 포토존을 만들어 놨다. 4미터쯤 되어보이는 잔교 끄트머리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오금이 저려온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김일성이나 김정일은 아예 발도 딛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이미 흙이 되고 물이 되었을 그들이지만 북한 주민을 독재공포로 몰아넣었던 그들의 죄과 때문에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게 아니었을까. 실없는 생각도 해본다. 비록 부패방지 처리가 되어 금수산 궁전인지 뭔지 하는 곳에 누워 있어도 전쟁을 유발하고 인권을 억누르며 주민을 굶게 만든 죄악은 세계 모든 사람들이 기억하는 최악의 정권이었다.

남첨암에서 내려와 천불산을 찾았다. 오르는 계곡은 나지막한 폭포의 연속이다. 야당 총수를 역임하고 지금은 4.19혁명공로자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기택의 고향은 포항 청하다. 여기에 유서 깊은 보경사가 있다. 보경사 계곡은 폭포로 유명하다. 한 구비 돌때마다 폭포가 나온다.

천불산도 비슷하다. 천불사 절 마당에서 정면으로 올려다 보이는 깎아지른 높은 산정에 미륵불이 웃고 있다. 미국에 있는 큰 바위 얼굴보다 더 크고 멋있다. 안내서에서는 300미터 높이라고 되어 있는데 엄청나게 큰 부처님 눈이 쌍꺼풀이다.

성형수술을 하셨을까. 큰 바위미륵불을 보노라면 성난 사람도 웃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웃음의 영감을 준다. 천불사 스님이 한국의 관광객을 위하여 반야심경이 새겨진 금 도장(塗裝) 카드 한 장 씩을 나눠주고 법문까지 준비한다. 천불산 호텔의 하룻밤은 떠오른 보름달로 온갖 신산함을 떨쳐버리고 조용히 잠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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