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WHO가 보는 한국의 보건의료 문제점
[시론] WHO가 보는 한국의 보건의료 문제점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07.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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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를 흔히 세계보건기구라고 부른다. 60억이 살고 있는 지구에서 아프거나 병들지 않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갓 태어난 어린애로부터 100살이 넘은 노인에 이르기까지 완전무결한 건강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

가장 건강하다는 스포츠맨들도 운동을 하다 다치기도 하고, 속병이 든 사람도 많다. 사람은 누구나 장수를 소원하지만 오래 사는 것 보담은 건강하게 살기를 바란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적당한 운동, 영양, 휴식이 필수불가결하다. 이를 잘 알면서도 꼬박 지키는 이는 드물다.

게으르기도 하고, 식생활에 대한 의식부족, 생활에 쫓긴다는 핑계로 여가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하여 깨끗하고 좋은 환경에서 알맞은 보건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관이 세계보건기구다.

유엔 산하의 이 조직은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보건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물론이고 실질적인 보건의료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WHO가 우리에게 더 다정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종욱 사무총장 때문이다. 그는 오랜 세월 WHO에서 봉사해온 것을 인정받아 한국인으로서는 어렵사리 사무총장에 당선할 수 있었으며 재임 중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떴다. 보건의료의 수장이 남보다 앞서 간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건강에서만은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WHO에는 이종욱과 서울의대 동창인 신영수가 서태평양 지역 사무처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 속하는 37개국 30억의 보건책임자다. 그는 1년 365일 중 220일 가량을 해외출장으로 보낸다. 본부가 있는 필리핀 마닐라의 사무실은 늘 비어있는 셈이다. 저개발 국가들의 보건의료 취약지역을 돌보기 위해서다. 그가 한국인들의 보건의식과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고 나섰다.

“한국인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지도 않고,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밖에서 글로벌 시각으로 보면 엄청나게 커지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그가 지적하는 문제점은 첫째 술, 둘째 결핵, 셋째 당뇨병, 넷째 흡연, 다섯째 자살 등 5가지를 꼽는다.

술 소비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TV에서 술 광고는 금지하지만, 술 종류는 다양화하고 있으며 음주연령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중학생들도 생일모임에 술이 없으면 파장이 될 정도다. 게다가 한 자리에서 끝나는 대부분의 국가와 달리 한국의 술 문화는 2차에 3차까지 갔다가 마지막에는 노래방에서도 또 한 잔해야 직성이 풀린다.

중국 연변은 조선족이 집중적으로 많이 사는 곳이다. 이 지역은 온통 거리가 한글 간판으로 되어 있어 한국에 온 것으로 착각이 들 정도다. 여기에 연변대학이 있다. 연변대는 조선족이 창립하여 현재 2만5천의 재학생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 2200여개 대학 중에서도 100대 학교에 들 정도의 명문으로 성장했다.

연변대에는 한국어문학부가 가장 인기가 있는데 이를 이끌고 있는 분이 김호웅(金虎雄)교수다. 그는 대주가다. 몸도 좋지만 호탕한 성품으로 두주불사다. 그런 그도 한국의 술 문화에는 두 손을 든다. 2차, 3차에 녹아나지 않을 장사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술 소비량은 현재 아시아 1위다.

결핵은 한 때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시 번지고 있어 경고대상이 된다. 결핵은 불치병이 아니며 장기적이고 집중적으로 약물투여를 하면 충분히 치료된다. 그런데 중간에 복용을 중단하면 재발하게 되고 쉽게 낫지 않는 병으로 변한다.

네덜란드는 현재 결핵이 없는 나라가 되었지만 정부에서는 예전의 결핵 관리팀을 그대로 운영할 정도로 신경을 쓴다. 일본에서는 20~30년을 꾸준히 노력하여 결핵을 잡았다. 현재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100명 발생의 위험수준에 놓여 있어 매우 심각하다.

당뇨는 아시아인에게 취약하다는 것이 신영수의 진단이다. 채식 위주에서 육류섭취가 늘어나 이를 받아드릴 충분한 준비가 부족한데다 편안한 생활에 길들여져 활동량을 크게 늘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만성질환에 대한 예방과 관리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담배 피우는 인구 역시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여서 심각하다. 성인 흡연율은 낮아지는 반면 청소년 흡연율은 날로 높아진다. 여성흡연인구의 증가도 큰 문제다. 담뱃갑에 피해 그림을 넣는 것도 법 개정이 안 되어 실현되지 못한다.

1년에 1만6천명이 자살하는 나라로 세계 1위는 너무 부끄럽다. 자살 시도자만 300만 이상이라니 이게 무슨 꼴인가. 신영수는 술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 주세(酒稅)를 올리고, 답배 값을 대폭 인상하며, 결핵 당뇨 등 만성병 예방시스템 구축이 시급함을 호소한다.

자살 시도자 등에게 밀착할 수 있는 지역사회 보건의료 서비스를 구축하여 예방에 힘써야 한다. 신영수의 지적은 실무책임자로서 아주 적절하다. 국민이 건강해야 나라도 강건해진다는 말처럼 미리미리 대비하고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담뱃갑 그림 등 법으로 묶을 것은 묶어야 된다. 이를 게을리 하는 것은 국회의 책임 방기(放棄)다. 국민건강을 위한 반성이 촉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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