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25] 국립외교원
[아! 대한민국-25] 국립외교원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2.07.25 1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엘리트 외교관 양성기관인 국립외교원이 지난 4월 24일 문을 열었다. 국립외교원은 내년 하반기 첫 입학생 60명을 선발해 1년 동안 교육을 시킨 다음, 이들 중 40명을 정식 외교관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현행 외무고시는 2013년 6월을 마지막으로 폐지된다. 외무고시만 합격하면 곧바로 외교현장에 투입했던 외교관 선발제도의 문제점을 고치고, 지역과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외교관을 양성하겠다는 구상에서 출발하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외교관의 대명사는 고려 성종12년(993) 대군을 이끌고 침략한 거란장수소손녕을 담판으로 물리친 서희(徐熙)다. 많은 사람들이 땅을 떼어주자는 할지론(割地論)을 주장할 때, 서희는 전쟁불사를 외치면서 소손녕과 담판했다. 서희가 소손녕에게 ‘고려는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라면서 “만약 땅의 경계로 따진다면 너희나라 동경(東京)도 우리 땅이다”라고 항의하자 소손녕은 철병했다. 외교는 힘과 논리의 총체다. 새로 출범하는 국립외교원의 마당에 서희의 흉상이 서 있다고 한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외교력의 강화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서희처럼 애국심과 역사의식으로 무장한 외교관이 끊임없이 나와야 한다. 외교관은 단순히 정부의 훈령을 집행하고, 영사업무를 관장하는 평범한 공무원이어서는 안된다.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영혼없는 공무원이서는 더욱 안된다. 다른 모든 공무원이 영혼이 없더라도, 이 나라 외교관만은 영혼있는 공무원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외교연구원의 출범은 일단 진일보한 인재개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출범의지가 반영되어 이 나라의 영혼있는 외교관을 제대로 양성할 수 있게 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역 또는 특정분야에서의 전문성 보다는 정권에 줄을 서는 작태가 여전하다면, 국립외교원의 출범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될 것이다.

외교관은 시대의 흐름을 누구보다 빨리 감지해야 한다. 냉전시대의 외교관과 G2시대의 외교관은 달라야 한다. 시대의 흐름과 함께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근거로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고도의 판단능력과 접근성을 갖추어야 한다. 외교관의 정세판단 능력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

대한민국은 한반도 평화를 지켜내고 통일을 대비하면서 인류의 진보에 기여 보비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이와 함께 다극화, 탈중심 시대의 외교에 걸맞는 외교관을 양성해내야 한다. 국립외교원의 출범과 함께 시대적 상황에 걸맞지 않는 외교부의 낡은 인사 시스템과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주요공관을 거쳐야만 핵심보직이 보장되는, 이제까지와 같은 낡은 시스템 아래서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외교관이 태어날 수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