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FJ칼럼] 지역의 바다에 나라이름은 안 어울려
[KSFJ칼럼] 지역의 바다에 나라이름은 안 어울려
  • 이광호<일본 게이오대 교수>
  • 승인 2012.08.0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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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해'는 시대착오적 이름...현상모집 이벤트 어떨까

이광호 일본 게이오대 교수
필자:이광호<일본 게이오대 교수>

우리가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물론 그 무언가를 다른 무언가와 구별하기 위해서다. A라는 이름은 ‘A가 아닌 것’이 아니라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붙여지는 것이다. 따라서 순수하게 기능적인 측면만을 고려한다면 이름같은 것은 무엇이든 상관없는 것이다.

그러나,  물론 우리는 기능적인 측면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될 수 있으면 외우기 쉬운 이름, 멋진 이름, 의미있는 이름, 그리고 때로는, 그것이 자기 것임을 나타내는 이름을 붙이고 싶어한다.

지난 4월23일부터 27일까지, 지중해연안의 공국(公国) 모나코에서 국제수로기구의 총회가 열렸다. 국제표준의 해도(海図)를 만들고 있는 기구다. ‘S-23’이라는 그야말로 기능적이 이름이 붙여져 있는 그 해도는, 1953년에 만들어진 제3판이 ‘최신판’인데, 잘못된 부분이 많아 개정판의 제작이 시급한 상황이라 한다.

일본에서는 ‘일본해’, 한국에서는 ‘동해’라고 부르고 있는 일본과 한국, 그리고 북한, 러시아에 둘러싸여 있는 이 해역의 이름을 두고, 그 총회의 장에서 치열한 ‘외교전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 바다는 현재의 제3판에서는 “Sea of Japan”으로 되어 있어 일본은 다음 판에서도 현상유지를 주장했다. 한편 한국은 “Sea of Japan”과 함께, “East Sea”의 병기를 주장하는 전략을 취했던 모양이다. 총회에서는 결국 결론이 나지 않아 해도의 개정은 또 다시 연기되었다.

새삼 지도를 펼쳐 확인할 것도 없이, 그 바다는 한국과 일본의 거리를 메우듯, 그리고 북한과 러시아에 에워싸인 형태로, 그곳에 있다.그런 바다에 “일본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일본의 국내용 지도라면 모를까, 세계표준으로서는 역시 부적절한 것이다. 그렇듯 배타적이고, 공격적이고, 패권적인 명칭을 주장하는 심성(心性)은, 태평양전쟁 이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일본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싶다).

“동해”라는 명칭도 마찬가지다. 그 바다는 일본에게는 북쪽 또는 서쪽, 러시아에게는 남쪽이 있다. 병기하는 명칭이라고 해도, 국제적인 시점에서는 아니 동아시아의 지역기준으로서도 역시 자기중심적이고 위화감이 있다.

자국내에서 사용하는 것이라면, 마음대로 이름을 붙여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왜 지역공유의 장소에 자국의 이름이나, 자국중심의 방위(方位)를 새겨넣으려 하는가. 이웃나라의 인내와 패배를 전제로 하는 국익은 시대착오적 수탈과도 비슷한 것이다.

이 참에 역사적인 경위나 명칭의 정치성은 제쳐 놓고, 관계국의 모든 사람들이 반갑게 받아들일 수 있는, 중립적이고 산뜻한 이름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 바다의 이름을 일본과 한국 사람들에게 현상모집하는 이벤트를 기획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이런 식의 태도로는 안되는 것일까. 대결로 치닫는 소아적 경쟁과 그것을 부추기는 편협한 애국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은데….

<본 칼럼은 '한국인연구자포럼(Korean Scholar Forum in Japan)' 회원들의 '회원광장' 기고문이다.일본어로 작성된 것을 본지 게재를 위해 필자가 직접 우리말로 번역했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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