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버려야 진정 얻을 진대…
[데스크칼럼] 버려야 진정 얻을 진대…
  • 박완규 편집국장
  • 승인 2010.09.12 2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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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無所有)라는 말이 있다. 흔히들 욕심을 비워서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상태라는 뜻으로 쓰고 있으나 불가에서는 무소유의 의미를 약간 달리한다. 아무 것도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익만을 탐하지 말고 그 이익을 가져다주는 전체의 인연을 보며 주어진 여건을 받아들이고 활용하여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 속에서 참된 이익을 얻으라는 가르침이다. 역설적으로 아무 것에도 집착하지 않을 때 온 세상을 다 갖게 된다는 뜻으로 봐도 될 듯하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만해도 힘에 부쳐 이익에 집착할 일 조차 없는 사람들은 무소유의 의미에서 무게를 느낄 일도 없다. 힘을 들이지 않고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막대한 이익을 거머쥘 수 있는 돈과 권력을 가진 계층이야 말로 이익을 탐하지 말라는 무소유의 참뜻에서 무게를 느껴야 한다.

사회전체의 이익과 배치되는 특권층의 배타적인 이익은 드러나지 않는 블랙머니와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을 지닌 이들의 야합에 뿌리를 두고 보다 더 많은 이익을 취하려는 탐욕을 먹고 자란다. 이런 탐욕의 유혹에 빠진 사람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적으로 파이 키우기에 나서기에 오늘날 우리 사회분위기가 이토록 혼탁해지고 있는 것이다.

말로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라며 무욕(無慾)과 청빈(淸貧)을 높이 평가하지만 실제로 가진 것 없이 세상 살기는 쉽지 않다. 역설적으로 많건 적건 생전에 모은 재산을 훌훌 털어버리고 빈손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일도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재(財)는 재(災)와 같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사람들은 돈 벌고 재산을 쌓는 일에 거의 평생을 바친다. 부귀와 영화를 인생의 큰 목표로 정해 일생동안 개미처럼 재산 모으는 일에 열중하거나 출세길 찾아 헤매다가 육신이 쇠잔해진 어느날 죽음을 맞는다. 그게 인생이다.

열심히 일해서 떳떳하게 재산을 모아 부자로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존경받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지만 비열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 호사하는 사람들은 비난의 대상이 된다. 법을 어긴 흔적이 들통나면 기껏 모은 재산을 몰수당하고 차가운 감옥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이미 인생을 망친 뒤에 무슨 소용일까.

권력을 이용한 치부나 권력자의 그늘에서 부를 축적한 경우 두고두고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비난의 화살이 아무리 날카롭다 해도 황금의 두꺼운 갑옷을 뚫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공공연한 비밀처럼 나돌던 재외공관 비리가 제대로 들통이 났다. 공금을 횡령해 현지 부동산을 구입한 재외공관장이 감사원 감사결과 적발됐고, 일부 주재관들은 예금 이자와 운영비 잔액 등을 사적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올 초 외교통상부 본부와 주미대사관 등 16개 재외공관의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키르기즈 한국교육원장이 공금을 횡령해 현지의 부동산을 구매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교육원장은 지난 2006년 2월부터 2010년 2월까지 한글학교 운영비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18만6000달러, 약 2억1000만원를 횡령해 키르기즈 현지의 아파트와 별장 농장 등을 구입했다고 한다.

또 전 주영국한국교육원장은 2006년 12월부터 2008년 11월 사이 공식경비의 예금 잔액을 정기예금으로 예치해 발생한 이자 수입 7480파운드, 약 1400만원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다 적발됐다. 주멕시코대사관 문화홍보관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2007년과 2008년 연말에 운영자금에서 남은 잔액 700여만원을 횡령했다.

감사원은 이들 세 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해당 기관에 징계를 요청하면서, 재외 한국교육원과 주재관 등이 공금을 혼자 회계처리하면서 지도 감독할 시스템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언필칭 공직자들은 무소유라는 실천적인 교훈을 얻어야 그들도 살고 우리 사회도 산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숱한 인연을 맺고 풀면서 살아간다. 그 가운데는 악연도 많다. 돈과 권력을 움켜쥔 사람들이 만나 쉽게 의기투합하면 언젠가는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악연으로 끝나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돈을 가진 이가 권력의 힘을 얻어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하고 권력을 가진 이가 돈의 힘에 의지해 권세를 더 키우려고 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불행을 스스로 잉태하는 어리석은 일이다. 평생을 나라꽃 무궁화연구와 보급에 헌신했던 류달영 선생의 말씀이 생각난다.

’행복은 스스로 창조하는 것이지, 기다린다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행복을 바라지만 얻는 이는 드물다. 행복은 아낌없이 주는 사람들만이 소유할 수 있다. 큰돈으로 행복을 사서 소유한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행복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그것을 모르고 살아간다.’

행복을 꽃피우는 토양은 욕심없는 마음자리이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멀고 먼 가시밭길이다. 더불어 살맛 나는 사회, 희망이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너나없이 사리와 사욕으로부터 마음을 비워야 한다.
버려야 얻을 수 있음을 우리 재외공관의 공직자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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