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동포, 재미·유럽 동포와 다른 것 없어"
"재중동포, 재미·유럽 동포와 다른 것 없어"
  • 최영석 특파원
  • 승인 2010.09.1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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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일 해온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49)는 12일 재중동포 제노포비아(혐오)에 대해 "재미동포나 재유럽동포들과 다른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정이 어려워 돈 벌러 들어왔을 뿐 차별과 멸시를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며 "편견을 버리고 이를 따뜻하게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등 재중동포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내국인 범죄와 비교할 때 중국동포 범죄 비율을 낮은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재중동포는 돌아가 한국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이 될 것"이라며 "포용하지 못하고 돌려보내면 중국내 반한(反韓)감정을 증폭시키는 기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00년부터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중국동포교회'를 운영하며, 동포들에게 쉼터와 무상 의료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6년간 그가 운영하는 의료센터를 거쳐 간 이들만 22만여명이 넘는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 쉼터를 세우게 된 배경은

"2000년 1월1일 0시에 가리봉서 사목을 시작했다. 재중동포들이 고국이라며 찾아왔지만 반가움은 잠시고 부담스러운 존재가 됐다. 자본주의라는 전혀 다른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을 보며 상담과 지원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국동포들이 주변에 모여들었다."

- 중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박쥐'라는 말이 있다.

"피부색과 언어가 다르다면 확실하게 외국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한국말을 하고 외모도 같으면서 국적은 중국이다 보니 한 민족이나 동포가 아니라는 인식이 퍼진 것 같다"

- 이들이 겉돌게 된 이유는

"우리 안에 같은 민족이라는 의식이 없다. 돈 벌러 온 중국인일 뿐이다. 문화적 차이도 있는 것 같다. 마작을 하며 시끄럽게 떠든다던가 하는 중국이라면 문제되지 않을 생활 습관들이 여기서는 문제가 된다. 이런 문화적 이질감 등이 재중동포를 같은 민족으로 생각하지 않게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 차별 받고 있는데, 이유는 뭔가

"한국사람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막연한 거부감이 있다. 정부 탓도 있다. 민족을 말하면서도 중국 국적자로 불법체류자로 낙인찍어 체포하고 추방했다. 가난한 곳에서 돈 벌러 온 사람 무시해도 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형성시켰다."

- 재중동포 범죄가 늘고 있다

"재중동포들 중에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 내국인 범죄가 더 많다. 비교 해보면 재중동포 범죄 비율이 더 낮다. 재중동포가 범죄를 저지르면 큰일인 것처럼 보도하는 언론이 문제다. 재중동포라는 색안경을 벗었으면 좋겠다. 다만, 아쉬운 점은 처음 입국했을 때 순진했던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나쁜 점만 배워 갖은 수단을 다해 돈을 모으려는 모습을 볼 때 가슴 아프다."

- 재중동포는 차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억울해 하는 사람이 많다. 고향땅에서 왜 무시당하고 핍박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차별에 지쳐 반한(反韓)감정이 생긴 사람도 많다. 동포라고 인정받지 못한다고 자신들과 한국인을 구분 짓는 사람들이 다수다."

- 재중동포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민족 한 핏줄이다. 중국으로 돌아갔을 때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으로 민간 외교관이 돼 주길 바란다. 열악한 현실에 적응이 쉽지 않겠지만 따뜻하게 포용하고 감싸주고 손을 내미는 한국인들도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아 달라."

- 정부나 국가에 바라는 점이 있나

"국가가 이들의 최소한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인권을 보장하는 법제화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안고 떠나는 중국동포들은 유용한 민간 외교관이다. 큰 건물 짓고 외국에 사람 보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내향적 국제화'에 나서야 한다. 밑바닥부터 생활 속에서 국제화 될 수 있도록 체제를 정비해나가는 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 우리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포용해야 한다. 먼저 편견과 닫혀있는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손을 내밀 때 그들도 우리사회에 적응하며 함께 살아 갈 수 있다. 마음의 벽을 허물자. 인식을 바꾸면 된다. 돈 벌려고 온 중국 사람이 아니라 먼 곳에서 꿈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이란 따뜻한 시선으로 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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