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재외동포 참정권의 득과 실
[특별기고]재외동포 참정권의 득과 실
  • 월드코리안
  • 승인 2010.09.1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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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광 전 국회의원(10,11,14대)

 故 김영광 전 의원
2009년, 재외동포들이 오랜 시간 고대하던 참정권 문제가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이제는 재외동포들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엿한 권리를 행사하게 되었다.

건국 이후 60년 동안 정부는 재외동포들의 요구에 실질적인 도움과 정책을 제시하기는커녕 지지부진하게 탁상공론만을 이어왔다. 지난 세월 누구보다도 재외동포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했던 필자로서는 늦게나마 보인 정치권의 관심과 적극적 태도가 다행으로 여겨진다.

대표적으로 문세광 사건으로 국정이 어수선하였을 당시, 필자는 ‘조총련 모국 방문 계획’을 박정희 대통령에게 제안하였고, 이는 1975년 9월 추석을 기해 민단과 조총련 간의 경쟁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재외동포와의 관계개선을 위해 ‘신교포정책’을 추진했던 김영삼 정권 하에서는 ‘교민청 설치’를 제안하기도 하였다.

이 때 필자는 교민특별대책위원장직을 맡아 교민사회와의 관계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였으나 결국 교민청 설립이 정치권의 갈등으로 무산되면서 교민청 논의는 재외동포재단과 재외동포정책위원회로 대체되었다. 이로 인해 재외동포에 관한 제반 업무들이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아쉬움을 남기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필자는 ‘남북한 재외 국민정책에 대한 비교연구’라는 주제로 논문을 남긴 바도 있다. 때문에 필자는 누구보다 교민사회를 잘 이해하고, 진심으로 걱정해 왔다고 자부한다.

참정권 부여 자체는 큰 의미, 그러나 문제점 심각

그동안 재외동포 사회는 모국의 지원과 관심으로부터 소외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서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으며,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 700만 재외동포는 인적사회연결망(Human Social Network)을 형성하여 국가의 군사, 외교, 기술, 그리고 자본력 등을신장시킬 수 있는 훌륭한 인적자원이 된다.

뒤늦게나마 이들의 존재가치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려는 노력을 보이는 정부의 노력은 그래서 더욱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더군다나 이번 참정권 부여 결정으로 인해 국내정치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국가 이익과 안보 증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더해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문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감출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누구보다 동포사회를 생각하고 고민해왔던 필자로서는 최근 동포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내부분열과 갈등의 모습에 이번 결정이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LA 한인회장 선거에서 보여준 파행은 그 동안 지속되어온 갈등의 골이 표출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 국내 정치 참여는 동포사회의 정치화 과열현상으로 이어져 분열을 심화시키게 될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 해볼 수 있다.

이미 국내 여야 의원들은 동포사회로부터의 표심을 잡기 위해 예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정치권은 세미나나 심포지엄 등 다양한 형식을 빌려 교민사회와의 교류를 지속해 오고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가벼운 기념품을 전달하며 인사하던 것과는 달리 고가의 시계를 전하는 국내 정치권의 달갑지 않은 변화가 있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제의 현주소와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대해 대처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생각에서 올해 뉴욕, 상해, 동경과 니가타를 방문하여 각 주재국들의 공관 관계자들과 교민들을 통해 재외동포들의 정치참여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나누었다. 놀라운 것은 예상했던 것 보다도 훨씬 더 많은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공관 실무자들에 따르면 유권자 등록 후 투표라는 절차와 투표소의 근접성으로 인해 미국의 경우 전체 유권자의 2~3%, 일본은 그래도 근접성 때문에 6∼7% 정도의 참여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낮은 참여율도 문제지만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입되어야 할 예산과 인력은 예상보다 훨씬 많다. 공정성과 형평성이라는 점을 따진다면 쉽게 조정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이러한 문제점들은 동포사회의 분열과 더불어 과도한 선거비용 초래, 국내여론과 동포사회와의 분열 및 갈등으로 이어져 오히려 국가이익에 위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방문 뒤 참정권 부여 문제 예상

이에 따라 필자는 3개국을 방문하며 직접 보고 들은 내용들을 바탕으로 재외동포의 참정권 부여가 초래하게 될 실질적인 문제점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았다.

첫째, 재외동포들의 참정권은 주재국과의 마찰을 야기할 수 있다. 재외국민에 의한 선거는 우리나라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외국 영토에서 실시되기 때문에 주재국의 주권침해의 우려가 충분히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선거관련 법률과 관행, 그리고 국민정서가 주재국과 다를 경우 발생한다.

가령, 캐나다나 중국 등은 국가에서 공관 이외에 별도 지역에서 투표소를 개설하는 것을 강행법규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공관 이외에 별도 지역에서 투표를 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외국의 경우에도 다양한 법률이나 관행이 수용되지 않는 기준이 있기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도 있지만, 외국인들의 문화적 정서 내지는 외국인 혐오 (xenophobia)으로 인하여 선거 불능의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 되는 사항이다.

둘째, 우편투표와 인터넷투표를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재외투표 장소로 공관 또는 그 대체시설만을 ‘공직선거법’에서는 허용하고 있다. 공관투표소나 대체투표소에서만 재외선거를 치루는 경우 LA등 재외국민 다수 관할 공관은 투표자 수용 능력 부족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공관 비 상주국가나 공관 원격지국가에서는 재외국민의 투표권이 사실상 제한되는 결과에 이르고 있어 이에 대한 대안으로 우편투표가 제기되고 있다.

우편투표 방식의 경우에는 재외선거인은 투표용지를 투표소에 가기 전에 미리 우편으로 받으므로 대리투표 또는 매수에 의한 투표가능성이 존재하나,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충분히 보장 가능하고, 공관투표에 비해 선거비용이 절약된다는 장점은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재외투표를 원칙상 우편으로 실시하고, 각 주의 투표마감일까지 지방선거 사무소로 송부해야 한다. 그러나 주에 따라 이메일이나 팩스로도 접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투표소 투표는 실시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공관 투표만을 허용하고 있는데, 투표소와 원거리에 거주하는 자는 미리 영사에게 신고하여 대리투표의 방법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1인이 대리할 수 있는 수는 2인까지로 제한되고 해외 체류자로서 국내 선거인명부에 등재되어 있는 자는 귀국투표 또는 대리투표의 방법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과거 프랑스 정부도 우편투표를 통한 재외투표를 허용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공정성의 문제로 폐지하기에 이르렀고, 1981년 실시된 대통령선거부터는 투표소에서의 투표만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재외선거 방법으로 재외공관투표, 우표투표, 귀국투표를 허용하고 있다. 재외공관투표를 하려는 재외선거인은 투표소가 설치된 공관에 직접 가서 재외선거인증 및 여권 등을 제시하고 투표용지와 투표용 봉투를 교부 받아 투표할 수 있다.

일본은 투표소가 설치되어 있는 곳 어느 공관에서든 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우편투표를 위해서는 재외선거인증을 동봉하여 등록지의 시정촌 선거관리위원회에 투표용지를 청구한 후 투표용지를 우편으로 송부 받아 투표를 하고, 해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이를 송부하면된다.

일본은 우편투표의 방법이 선택적으로 개방되어 있고, 투표참여자가 많지 않은 점, 그리고 치외법권 문제 등의 이유로 투표소를 거의 설치하지 않고 있다.

투표 제도 개선 필요, 공정성 부분은 여전히 숙제

해외 사례를 검토해 보았을 때, LA, 뉴욕, 오사카, 북경 등 재외국민 밀집거주 지역의 공관은 선거인 수용능력 한계 및 공관으로부터 원거리 거주자의 투표권 행사가 어려운 문제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가 투표소의 설치, 우편투표, 인터넷 투표제도 도입 등의 제도적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보안상의 문제와 기술적인 문제가 중첩되어 공정성 부분에서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

셋째, 공정성과 더불어 인력충원의 문제를 생각한다면 보다 실질적인 어려움을 예상할 수 있다. 공정한 선거를 위해 국내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담당한 역할을 공관에서 도맡아야 한다. 하지만 재외동포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미국 영사관의 경우에도 직원이 10명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수천에서 수만 명의 재외국민 투표 시 원활한 투표관리를 하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중국의 경우에는 9개 지역에 공관이 마련되어 있지만, 960만㎢에 이르는 방대한 면적에 50만 명이 투표하기에는 투표소의 개수가 너무 작고 멀어 선거 실시에 문제가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인력 부족으로 인해 선거 시 발생할 수 있는 불법선거 및 선거법 위반 사례에 대한 조사권 내지 단속권이미치지 못해 부정선거 예방에 대처하는데 심각한 한계가 있다. 부정선거는 그 자체로도 문제가 되지만 이후 미치게 될 악영향이 더 큰 문제가 된다. 이는 현행 공직선거법상의 한계와도 관계가 있다.

현재 국외에서 지출하는 선거운동 비용은 선거비용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금품 및 과열선거가 우려되고 소수정당이나 원외정당의 경우 상대적 불평등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처럼 선거의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민주적 정당성 또한 훼손할 우려가 있다. 이는 국정을 소신껏 이끌어 가는데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정국 불안으로 연결되어 국력의 낭비 및 국가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위험이 있다.

마지막으로 재외국민의 정치참여 문제에 있어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바로 동포사회의 분열에 대한 가능성이다. 이미 교민회장 선거 중 폭력이나 선거 후 각종 소송으로 인해 교민사회가 심각한 분열과 파벌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 파행으로 치달아 교민사회의 심각한 분열사태를 보여준 LA한인회장 선거만 보더라도 이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아니다. 게다가 국내에서 재외동포 참정권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재외동포도 참정권을 행사하게 됨으로써 여야의 ‘표심 잡기 공방전’은 교민사회의 분열 분위기를 과열시키고 있다.

이미 국내 정치권이 동포사회가 가진 캐스팅 보트의 영향력을 인식한 이상 이러한 추세가 가열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향후 국내 정당 간에 경쟁적으로 해외지부를 설치하거나 동포사회에 대한 과도한 정치화를 부추길 경우 재외선거제도 도입에 따른 긍정적 효과보다는 오히려 부정적 효과로 인해 동포사회의 갈등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교민사회와 국내에 분열과 파벌을 조장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와 이익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는 그릇된 행동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이유는 재외선거가 실시될 경우, 국내선거 과정에서 재연되고 있는 지역감정, 지지정당, 이념, 학연 등이 개입된 갈등이 재외동포 사회로 확산되어 동포사회의 분열을 더 심화시킬 수 있고, 아울러 과도한 모국지향성 촉발로 인해 주재국 정착을 방해하게 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관련 법 손질로 참정권 부여 부작용 최소화해야

이미 재외동포에 대한 제한적 참정권이 법안으로 통과된 이상 앞서 살펴본 문제점들을 그대로 안은 채 당분간 진행될 것이다. 정부든, 동포사회든, 국내 여론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재외동포 참정권 문제에 대한 교민사회의 의견도 양분되어 있다.

일부 교민사회의 원로들은 앞서 제기한 문제점들을 고려하여 심각한 우려의 뜻을 내비치고 있는 듯하다. 지금은 국가 안팎에서 이문제에 대해 보다 깊은 고민들이 더 필요하다. 혹시 간과했을지 모를 현실적인 문제들을 되짚어 보고,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G20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국제사회의 리더로 성장했다. 60년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 동안 국내외 여러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성과가 정치적 논리와 분열로 인해 국가적 위기와 퇴보로 귀결된다면 이처럼 허망한 일도 없을 것이다.

이렇듯 재외동포들의 참정권 문제가 가진 부정적인 측면들을 고려한다면 관련 법안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면밀히 따져보고 재고하여 문제점들을 바로잡아야 한다.

따라서 재외동포 참정권에 대한 관련 법안의 냉철한 논의만이 진정으로 재외동포사회와 국가이익, 모두를 위하는 길이라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알림: 필자 영광 전 의원께서 본지에 기고를 한 직후인 지난 14일 숙환으로 별세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알림: 필자 김영광 전 의원께서 본지에 기고를 한 직후인 지난 14일 숙환으로 별세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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