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FJ칼럼]한일간의 오래고도 새로운 문제
[KSFJ칼럼]한일간의 오래고도 새로운 문제
  • 서정근<야마나시현립대학 교수>
  • 승인 2012.10.01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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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독도밀약을 공론화할 때다"

서정근 야마나시현립대 교수
한일관계가 유난히 어수선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데다가 일왕에 대한 발언이 보도되어 그 배경에 놓인 종군위안부 문제까지 겹쳐 일본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모두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데도 왜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사태의 흐름을 보면서 세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하나는 대통령의 퍼포먼스에 대한 의문이고,  또하나는 여태까지 본 적이 없는 일본측의 강경자세다. 과연 그 까닭이 무엇인가? 그리고 문제해결의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일까?

이번 사태의 특징은 대통령 자신이 몸소 금기를 깨고 일본의 국민감정에 불을 지르고 기름까지 퍼부었다는 점에 있다. 가만히 두면 조용했을 텐데 잠든 아이를 일부러 깨워버린 모양새가 아니냐는 것이다.  왜 그랬느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유가 거론되었다.레임덕 현상에 직면한 대통령이 퇴임후의 안위를 위해 국내여론을 겨냥한 포플리즘이란 해석도 있다. 외교에는 상대가 있다. 상대방과의 관계가 국익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언행은 반드시 국익에 합치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금 우리 국민들의 내셔널리즘을 불러일으킬만큼 다급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독도 영유에 대한 명쾌한 해결책을 펴보일 준비도 안되어 있는 상태에서 오랫동안 독도를 실효지배하고 한일간에 영토문제는없다고 주장하는 한국이 문제를 첨예화시킬 필요성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로 인해 한국이 얻을 이득이 무엇일까.

일왕에 대한 발언도 돌출적인 느낌을 준다. 그 말이 일본인의 자존심을 건드린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나중에 정확한 보도가 아니었다고 변명을 했으나 일본측에서는 일련의 흐름을 보면서 ‘확신범’이란 인식을 가진 듯하다.

한국 국내에서는 당연한 말을 했고 정당하게 행동했을 뿐, 무엇이 그리 문제냐고 강변하는 의견들이 많다. 그러나 그 언행이 국익을 훼손한다면 좋다고만 할 수 있겠는가. 명확한 비전이 뒷받침되었다고 말할 수 없는 언행을 접하여 어쩐지 ‘상감마마 통촉하시옵소서’란 대사가 뇌리를 스쳤다.

이어 일본측 반응을 보면서 느낀 점을 적어보자.  먼저 떠오른 것이 ‘우월감의 상실’이다. 근대이후 일본(인)은 한국(인)에 대해 우월감을 가졌다. 식민지 지배, 피지배란 관계는 말할 필요도 없고 해방후에는 경제대국이 된 일본의 뒷바라지로 한국은 경제성장을 추구해왔다. ‘미해결의 해결’이란 독도밀약은 어쩌면 그 대가인 셈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잘 살고 여유가 있었다. 게다가 패전국이란 죄책감도 작용되어 한국의 무리난제를 ‘할 수없이’ 받아들여 실리를 확보해 왔다. 그 모습은 차관제공과 기술이전의 협상과정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그러나 근년 ‘잃어버린20년’이란 정체를 경험하면서 일본(인)은 자신감과 여유를 상실했다. 일본의 풍요를 표현한 ‘1억총중류(중산층 1억명)’ ‘Japan as No.1’ 등의 말들도 지금은 과거의 유물일 뿐이다.

한국과의 관계도 구도가 크게 변했다. 오랫동안 일본사회에서 한국, 조선은 차별의 대상이었으며 항상 뒤떨어진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21세기에 들면서 많은 분야에서 역전현상이 일어났다.경제면을 보면 약진하는 삼성에 비해 일본의 전기전자기기 대기업들은 아주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예전에는 ‘삼성이니까’해서 사람들이 돌아보지도 않았던 브랜드가 지금은 스마트폰의 최신기종으로써 판매점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스포츠에서도 올림픽의 금메달수는 한국이 일본보다 많아졌고 일본 국내 골프투어에서도 항상 한국선수의 이름이 상위에 오른다. 또한 한류붐으로  TV에서 한국드라마를 방영하지 않는 날이 없다.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연예인들을 쫓아다녀 한국 관련상품의 매상도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도 신오오쿠보의 한인타운은 팽창중이다.

얼마전까지 만해도 김치는 냄새 나는 음식의 대명사였으며 일본에서는 당당하게 먹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슈퍼에서도 구입할 수 있고 많은 어린아이들이 학교급식 인기No.1의 비빔밥과 함께 김치를 일식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상대적 쇠퇴로 말미암아 한국과의 관계는 이제 여유있는 강자가 약자를 배려해서 좀 봐주겠다는 구도가 아니다. 호적수간의 대결이라면 당연히 치열한 힘겨루기가 되기 마련이다. 한류침투의 반동으로 혐한류, 반한류가 등장해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것도 원래 모습을 잃어버린 자기자신에 대한 안타까움의 뒷면이다.

그러나 쟁점이 된 문제는‘영토문제'이며 국가주권에 관한 양보할 수 없는 사항이다. 때문에 국교정상화시에도 ‘미해결의 해결'이란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비법을 써서 타협을 도모했던 것이다. 해결책으로는 조정이나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 또는 무력행사가 있다. 현재 조정과 제소에 한국이 응하는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하물며 무력행사는 말도 안된다.

굳이 이상론을 말하자면 편협한 내셔널리즘을 극복하기 위하여 동아시아란 큰 틀속에서 논의를 해나가는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여태까지처럼 ‘조용히 보류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문제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1965년에 체결한 밀약을 공식적으로 토의할 필요가 있다. 한일 서로가 그 사실과 책임을 단단히구명(究明)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에서 어떤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중장기적인 비전을 공유할 수 있도록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 (2012.9.5 한국인연구자포럼HP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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