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싸이보다 김장훈이 커 보인다
[시론] 싸이보다 김장훈이 커 보인다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2.10.20 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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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는 가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스타로 떠올랐지만 그에 따른 수난도 유별나게 많았던 사람이다. 자세한 내용은 거론할 필요도 없지만 그가 군대생활을 두 번 해야 했던 것은 개인적으로 퍽 쓰라린 일이다. 이미 세상을 버린 노무현은 현직 대통령이면서도 “군대 가서 썩는다”고 말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시중에서는 흔히 하는 얘기였지만 나라의 ‘국군 총수’ 자격을 가진 대통령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그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싸이는 두 번 썩은 셈이다. 그래도 그는 불사조처럼 일어나 무대를 누볐다. 나이가 좀 든 편에 속하는 우리 또래들 중에서 ‘강남 스타일’ 이전에 싸이를 아는 사람은 드물었을 것이다.

필자 역시 방송이나 신문에서 이름을 듣고 괴상한 예명을 선택한 그에게 큰 매력을 느껴본 일이 없다. 그러다가 국가보훈처에서 주관하는 군악대 연주회에 갔다가 싸이와 만났다. 잠실 종합 운동장 무대에서 펼쳐진 육해공군과 해병대 군악대와 미군 군악대의 장중한 연주에 앞서 요즘 잘 나가는 젊은 가수들이 대거 출연했다.

발랄한 여가수들도 있고, 케이팝으로 뜬 가수들도 여럿 나왔다. 그러나 그 날 무대를 주름잡은 사람은 단연 싸이였다. 그는 그 넓은 무대를 휘젓고 다니며 완전히 관중을 휘어잡았다. 그의 멘트는 독창적이며 위압적이었고 노래는 시원했다. 한 마디로 제 맘 대로였다.

그의 노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매력을 뽐냈다. 뭔가 해낼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겨준 그 날은 싸이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만든 날이다. 그러나 그 후 그를 무대에서 만난 일은 없다. 그가 공연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 자신이 공연장을 찾은 일이 없으니까.

그리고 이번에 강남스타일을 접했다. 말 춤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노래는 노래보다 춤이 점입가경이다. 일견 쌍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넘치는 율동미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모양이다.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도 않는 춤이기에 세계가 그에게 빠져 들었다. 말이 그렇지 5억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니 가히 폭발적이다.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1위를 탈환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대중음악 비평가들의 전망은 반드시 실현된 것으로 보인다. 싸이의 본명은 박재상이며 금년 나이 서른다섯이다. 미국 버클리 음대에서 음악을 전공했으며 그의 부친은 상당한 재력가라고 한다.

연예인으로서는 별로 매력적인 용모도 아니고 체격도 우람하지만 그의 춤은 사람들을 들뜨게 하고 노래는 청중을 모두 일어서게 만든다. 맘껏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런데 호사다마인가. 싸이와 김장훈이 원수처럼 변했다는 소식이다. 연예계에서 드물게 두 사람은 극친한 사이였는데 싸이가 뜨기 시작하면서 김장훈이 불만을 토했다는 얘기였다.

김장훈은 한국 사람이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나눔’의 귀감이다. 그는 가수생활에서 번 돈을 아낌없이 기부했다. 지금까지 100억이 훨씬 넘는 큰 돈을 사회를 위해서 내놓은 것이다. 장학재단을 만들거나, 문화재단으로 이름과 명예를 유지하며 일정 한도의 영향력까지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장훈은 돌아보지 않고 조건 없이 돈을 내놨다.

독도를 지키는 일에도 앞장선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집 한 칸 없이 전세 집을 떠돈다. 그래서 김장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크다. 흠뻑 박수도 보낸다. 그런 김장훈이 어째서 그다지도 친하다는 싸이와 담을 쌓게 되었을까. 더구나 싸이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하는 시점에 찬물을 끼얹었을까.

보도에 따르면 “싸이가 추는 말 춤의 프로그램은 이미 김장훈이 만들어 놓은 것을 극친했던 싸이가 표절한 것”이어서 김장훈이 크게 불쾌해 했다는 것이다. 며칠 전부터 신문 한 쪽 구석에 이 사실이 보도되기 시작했지만 태풍처럼 몰아 덮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묻혀 버렸다.

그러나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이들의 귀추에 마음을 졸였다. 그것은 한류 바람과 함께 모처럼 세계적인 관심의 초점에 있는 싸이의 명성에 행여 흠집이 생길까 하는 우려가 있어서였다. 싸이가 김장훈을 베꼈는지 여부는 우리가 알 수 없지만 그로 인해서 강남스타일이 찬물을 뒤집어 쓸 수도 있어서 걱정이 생겼던 것이다.

더구나 김장훈이 한국을 떠나 몇 년간 외국에 나가 있을 예정이라는 보도도 나와 그들의 관계가 심상찮다는 생각도 들었을 때다. 이럴 때 반전(反轉)은 극적이다. 불만에 가득 찼던 김장훈이 예고 없이 싸이가 공연하고 있는 무대를 찾아간 것이다. 아홉 살이나 많은 형님이 잘못을 저지른 아우에게 손을 내민다는 것은 일반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다.

그래도 김장훈은 그것을 해냈다. “제 속이 좁아 국제적으로 커가는 싸이의 앞길을 막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볼 낯이 없어 이렇게 공연장에 불쑥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또 “세계 최고의 가수와 화해를 하는 자리”라며 “속 좁은 나를 용서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싸이 역시 죄송하다고 하면서 무대에서 함께 노래를 불렀다. 여기서 우리는 김장훈의 인간됨을 깨닫는다. 대(大)를 위해서 소(小)를 희생하는 그의 넉넉함은 싸이보다 훨씬 큰 인물임을 보여줬다. 두 사람은 음악으로 한데 엉켰지만 사회를 위해서도 큰 역할을 계속해주기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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