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평]영어도, 外交의 뜻도 모르는 외교관들이라니…
[월드시평]영어도, 外交의 뜻도 모르는 외교관들이라니…
  • 월드코리안
  • 승인 2010.09.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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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의 현주소..골프는 쳐도 현지 신문은 안봐

조명진

<아디아컨설턴시 대표, 유럽연합집행이사회 안보전문역>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비 영어권 공관(대사관•영사관)에 현지어 사용 가능자가 한 명도 없는 재외공관이 17%(26개)에 달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10년 전 일이 떠올랐다.

2000년 유럽의 한 한국 대사관에서 주최한 개천절 기념 리셉션에 초대받았다. 정말 비싼 주류와 다른 외국 대사관 파티보다 많이 차리고 고급스런 음식이 즐비했다. 한국인의 특별한 환대가 느껴지는 정말 훌륭하게 준비된 개천절 기념 파티였다

물론 초청 인사들도 화려했다. 현지 외교관들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정계 그리고 군부의 거물급 인사들도 눈에 띠었다. 그 중에 합참의장이 부인과 함께 참석한 것도 보였다. 그런데 한국 대사관의 그 누구도 그에게 다가가서 말하지 않는 것을 보고 당황스러웠다. 그가 합참의장이란 걸 못 알아봤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가 얼마 전 임명된 신임 합창의장이라고 해도 그렇지 그런 인사를 알아보지 못하다니. 그렇다고 초청자로서 그곳에 있는 내가 나서서 소개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
네트워킹 할 좋은 기회인데, 그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다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사실 리셉션 시작 전에 대사관 입구에서 주빈인 한국 대사와 외교관 몇 명이 서서 들어오는 참석자들-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그냥 악수하고 그게 전부였다. 국고 들여 개천절 잔치 벌이면서 외국인사들이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잘 먹이면 그것으로 외교가 되는가?

파티 끝날 무렵 그간 오래 알아온 그 나라 고위급 인사가 나에게 물었다.
" 날 왜 초대했지?"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주빈으로서 아무도 자신에게 다가와 말을 시키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리고 제대로 대화도 못했으니, 우리 둘이서라도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겨 얘기를 더 하자는 것이 그의 제안이었다. 이게 무슨 나라 망신인가.

현지 TV와 신문 안보는 한국 외교관들이 어떻게 누가 누군지 제대로 알까?
현지 언론매체 접 하려면, 현지어가 되야 하고 그게 안되면, 영어판으로 된 현지 소식 찾아서 접해야 하는데, 골프 칠 시간은 있어도, 그거 찾아 볼 시간이 없단 말인가.

그리고 골프를 치더라도 현지 정부인사들이나 현지 타국 외교관들과 네트워킹 한다면 뭐라 나무랄 계재가 안 된다. 문제는 그렇지 않고 골프 파트너가 한국 주재원들과 한국 출장자들이다. 현지어는 고사하고 영어마저 제대로 안되니 외국인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해당국가 인사들이 같이 골프 치자고 불러주지도 않는 이런 가슴앓이 속사정을 누가 알아주겠는가. 그래서 공관 가족들을 내 가족처럼, 외교부 가족끼리 더욱 똘똘 뭉쳐야 하고, 뭉칠 수 밖에 없다. 결국 유 전 장관 딸 딸랑 특채하는 화기애애하고 끈끈한 이너 서클(inner circle)을 형성해 온 것이다.

한국 외교부의 외교관들은 한국 엘리트들의 총아 이다. 그만큼 긍지(pride)도 대단하다는 것을 안다. 문제는 소속 부처가 ‘외교’가 주 업무임을 자주 망각하는 것 같다. ‘외교’란 단어는 ‘바깥 외(外)’와 ‘사귈 교(交)’로 구성되었다. 단어에서 말해 주듯이 외국인사들과 교류를 통해서 자국의 입장을 전달해야 되는 것이 기본 임무이다. 이런 기본적인 임무를 하지 않는 ‘외교관’은 본분을 잊고 있으면서 자가당착적인 엘리트 의식만 내세우는 ‘세금 식충’들이다.

내 경험은 비단 그 한국 대사관만 해당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들이고 실속 없는 외교는 외교부 수장이 거듭 태어남에 대한 절실함 없이는 그리고 외교관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다면 요원한 일하다. 곧 개천절이 다가 온다. 연례행사로서 책정된 예산 지출하는 그런 개천절이 아니라, 내실 있는 외교의 방편으로 초청 손님들과 조직적으로 네트워킹 하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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