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의원연금을 어찌할꼬?
[시론] 의원연금을 어찌할꼬?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3.01.09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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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마지막을 장식한 최대의 이벤트가 대통령선거였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의를 달 사람이 없을 것이다. 세 사람의 유력후보가 등장하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다가 그나마 안철수가 후퇴하는 통에 싸움은 초 박빙으로 흘러갔다. 그 덕분에 투표율은 75.8%라는 근래 보기 드문 기록을 작성하며 문재인에게 희망을 안기는가 싶더니 최종개표 결과는 박근혜의 100만표 차 승리로 매듭지었다.

두 후보자는 경쟁적으로 복지를 내세우며 정치쇄신을 약속했다. 선거 때마다 내건 공약(公約)은 항상 공약(空約)으로 끝났기에 이번에도 크게 기대하진 않았으나 불과 열흘 남짓 지나면서 헌신짝처럼 차버리는 꼴을 보니 참으로 한심하다. 그것은 전직 국회의원에 대한 ‘연금’에서 비롯된다.

선거와 맞물려있던 새해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그동안 약속했던 많은 정책들이 빛을 보게 된 것은 널리 알아줄만 하다. 세칭 ‘박근혜예산’으로 부르던 예산안도 여야합의로 통과되었고 복지에 따른 문제들도 상당히 반영되어 그런대로 모양은 갖춰진 셈이다.

다만 별로 큰 예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표피를 자극하는 전직 국회의원에 대한 이른바 ‘연금’이 아무런 논의조차 거치지 않고 통과되었다고 해서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 돈은 만 65세가 되면 ‘연로회원 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지급된다. 맨 처음 이 제도가 생길 때에는 ‘품위유지비’라는 표현을 썼는데 지원금 지급이 법으로 확정되면서 이름이 바뀌었지만 일반적으로는 ‘의원연금’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연금을 둘러싸고 많은 사람들이 다투어 입방아를 찍는 것은 국회의원 시절에 온갖 특권을 누리던 이들이 그만두고 나와서도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거액을 연금으로 타갈 수 있느냐 하는 불공평 심리가 크게 작용한다. 어떤 신문의 보도를 보면 국민연금의 경우 매월 30만원씩 30년을 꼬박 냈을 때 월 12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통계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은 하루만 재직했다고 하더라도 아무 조건 없이 만 65세만 되면 12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으니 특혜중의 특혜라는 불만이다. 더구나 공무원을 비롯한 모든 연금대상 봉급자들은 연금명목으로 매달 일정금액을 떼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재직 시 일체의 연금액을 떼지 않는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 부분을 납득하지 못한다. 필자 역시 이해를 못하는 대목이다. 앞에서 거론했지만 의원연금은 말이 좋아서 ‘연금’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실제로는 연로회원 지원금이어서 일반연금과는 전연 성격이 다르다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눈감고 아웅 하는 격에 불과하고 연금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길은 없다. 문제는 국민감정이다.

국회의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낱낱이 언론을 통하여 국민에게 알려진다. 아무리 사소한 스캔들이라도 대서특필된다. 그러다보니 자칫 침소봉대되어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자로서는 억울하기도 하지만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은 그걸 감내하지 않아서는 유지하기도 힘들다. 높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열매가 바람을 많이 탈 수밖에 없는 경우와 똑같다.

이번에 예산안을 통과시키자마자 남미와 아프리카로 외유를 나간 의원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아픔이 다 이런데서 연유한다. 이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복병에 시달리는 국회의원들에게 퇴직 후 일정액의 연금을 주는 것은 이론상 전혀 하자가 없다.

외국에서도 주는 나라가 많다. 일본에서는 의원연금을 폐지했지만 미국과 영국 스웨덴 등 선진각국은 의원연금제도를 훌륭하게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본받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오뉴월 화롯불도 쬐다가 말면 섭섭하다는 속담대로 지금까지 연로 전직의원들이 받던 것을 갑자기 끊으면 품위유지와 체면손상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대로 마냥 밀고 나가기도 힘든 실정이다. 왜냐하면 박근혜와 문재인이 경쟁적으로 의원연금 폐지를 공약했기 때문에 조용하던 문제가 수면에 떠오른 것이어서 어떤 형태로든 매듭을 지어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지급받던 이들에게는 그대로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거에 연금액을 떼지 않았기 때문에 후불형식으로라도 일정액을 떼고 지급하면 국민들의 단순감정도 완화된다고 본다. 그리고 현역 국회의원들은 지금부터라도 세비에서 일정액을 연금액으로 공제함으로서 후일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만전을 기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가뜩이나 특권 논란에 휩싸이기 쉬운 선출직 공무원인 국회의원이 연금 한 푼 내지 않고 ‘내 몫’만 챙겨서야 국민과의 이질감을 떨쳐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게 맞지 않겠는가. 국회의원은 국민의 친구이지 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사회여론은 마치 같이하지 못할 적으로 취급하는 듯해서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것도 국회의원들이 국민과의 소통이나 통합보다는 오직 자신의 이익달성에만 골몰했다는 항간의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다. 어쩌면 자업자득 아닌가. 의원연금부터 스스로 환골탈태하여 국민감정과 충돌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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