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통령 사면권의 고민
[시론] 대통령 사면권의 고민
  • 전대열<大記者>
  • 승인 2013.01.11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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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다음 달 25일이면 끝난다. 정권을 잡았던 5년 전에 비하면 현역 대통령의 위상은 한없이 떨어져 있어 금석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시퍼렇게 살아있던 권력의 힘이 임기 말이 되면 레임덕에 시달리는 정경이 계속되는 것은 대통령 중심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마다 똑같다.

특히 한국처럼 단임5년에 새로운 대통령후보들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하는 1년 전부터 레임덕은 벌써 저만치 와서 대기하고 있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겪고 있는 일이라 이명박이라고 특별히 곤혹스러워야 할 일은 아니다. 그 역시 노무현의 뒤를 이어 취임하기 까지 전직 대통령의 위상을 누구보다 잘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의 처지는 물러나기도 전에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아서 현역 대통령이라는 위상에 지나치게 큰 상처를 입고 있는 듯해서 씁쓸하다. 필자야 이명박정부에서 아무런 녹을 먹은 사실도 없기에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 냉철하게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지만 마지막으로 베풀고 떠나고 싶은 대통령의 사면권이 이렇게 난도 질 당해서야 쓰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다. 그에게는 많은 권력이 주어지지만 책임도 막중하다. 국민을 잘 먹고 잘 살게 할 책임도 있고, 비상시에 나라를 지켜내야 할 강인한 정신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분열될 가능성이 많은 국민여론을 집약하여 하나로 만들어야 하는 대통합에도 앞장서야 한다.

이처럼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여 차질이 없는 국정운영 능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은 때로 외로워질 수 있다. 대통령의 진의를 잘못 해석하는 많은 반대파들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기에 그들과의 소통이 무엇보다도 끽긴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밑에 유능한 참모진이 잘 포진되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보다 참모의 언행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직접 비춰지기 때문이다. 참모의 언행은 곧 대통령의 뜻으로 통할 수 있는 개연성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말썽을 빚고 있는 특별사면 문제는 여론을 떠보는 식의 엉거주춤한 청와대의 행태가 여론의 회오리에 휩싸인 것으로 보인다.

사면권이 원래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왜 시비가 그치지 않는가? 대통령 측근들이 너무 많아서일까. 꼭 그것만은 아니다. 물러가는 대통령은 힘이 없기 때문에 입 달린 이들이 조롱하고 싶어서다. 대권을 휘두를 때에는 꿈쩍도 못하다가 막상 힘 떨어졌다 싶으니까 가슴 속에 감췄던 말들을 마구 내뱉는 것이다.

사면 대상에는 용산 사건 관계자나 경제인들도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용산 사건은 조계종 자승총무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도 특사를 건의한 바 있다. 한화 김승연이나 흥국 이호진 이선애에 대한 특사도 경제계에서 학수고대한다. 과거 삼성과 현대 등도 이런 절차에 따라 사회에 복귀했고 우리 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흥국 이호진 이선애는 모자가 함께 재판을 받는데 어머니는 이미 구십을 바라보는 고령이어서 사면을 베풀어 여생을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필자는 군사독재와 맞싸우다가 긴급조치 9호, 국가모독죄, 계엄포고령, 내란음모사건 등으로 여러 차례 감옥에 갔고 대통령 사면을 세 번이나 받은 경험이 있다. 정치범의 입장에서 사면에 목매인 사람은 없지만 특사령으로 석방되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금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거론하는 사면 대상자는 물론 MB측근들이다. 형 이상득, 방통위 최시중, 세중나모 천신일, 왕차관 박영준, 사촌처남 김재홍. 이들에 대한 국민감정은 좋지 않다. 물론 용산 사건 관련자 8인에 대해서도 좋게 보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그들이 저지른 죄는 밉지만 사람을 미워해선 안 된다. 사랑과 용서는 종교인만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모든 국민이 서로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을 때 이 나라는 진정 살기 좋은 나라, 희망이 있는 나라, 행복이 넘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먼 앞날을 보지 못하고 눈앞의 현상만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권력이 있을 때 관용하지 못하고, 돈이 있을 때 베풀지 못하다가 그것이 없어졌을 때 한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넉넉한 마음으로 덕을 펴지 못한 사람은 반드시 앙화를 받는다. 지금 엄혹한 사법처리 대상에 올라있는 수많은 권력가, 자산가들이 그 멍에에 매달려 있다.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이 사면이다. 박근혜당선인과 문재인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명박대통령도 “임기 중 비리는 관용 없다”고 했다.

대통령의 뜻이 그렇다면 할 수 없지만 국가원수의 사면특권은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온 전통이며 미덕이다. 선진각국에서도 이를 활용하여 나라를 위해서 애쓴 분들이나 생계가 걸린 가장, 고령자, 장애인 등에 대한 국민 통합적인 사면을 베푼다.

이명박 박근혜 대에 와서 국가원수의 사면권이 없어지거나 제한되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좌고우면할 일이 아니다. 사면은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 고유권한이며 사법부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아님을 이번 기회에 널리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국민이 하나 되는 길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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