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조선 국적’ 재일동포 입국 막는 ‘꽉 막힌’ 나라
[분석]‘조선 국적’ 재일동포 입국 막는 ‘꽉 막힌’ 나라
  • 김영욱 기자
  • 승인 2010.09.30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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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反韓 세력으로 몰아 왕래 불허...현 정부 들어 급증

이명박 정부 들어 ‘조선(국)적’을 가진 재일동포들에 대한 입국 불허 건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법원이 여행증명서 발급 심사와 관련해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상당한 재량권을 줘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따라 외교통상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입국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고법 행정1부(김용덕 부장판사)는 29일 재일 조선인 정모씨(29)가 오사카 총영사를 상대로 낸 여행증명서 발급거부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다고 밝혔다.

정씨는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코리아연구센터 선임연구원으로 ‘조선적’을 갖고 있다. 일본은 1947년 재일 조선인들에게 일괄적으로 조선적을 부여한 뒤 남한이나 북한 중 국적을 택하도록 했다. 어느 쪽도 택하지 않은 동포들은 조선적을 유지하게 됐는데, 실무적으로는 ‘무국적자’다.

현재 조선적을 가진 일본 동포는 10만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정씨는 무국적이지만 참여정부 때까지는 한국을 왕래하는 데 큰 불편이 없었다. 남북교류협력법 등에 따라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으면 한국에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2005년과 2006년에도 국내 학술대회에 참석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엔 사정이 달라졌다. 정씨는 지난해 6월 한국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에 참석하려 했지만 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당했다. 그는 행정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정씨가 국가안전이나 공공복리를 해칠 만한 우려가 있다는 행위를 했다는 증명이 없다”며 정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여행증명서를 여권과는 다른 ‘사증(비자)’으로 간주하고 심사에 외교부의 상당한 재량을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외국거주동포용 여행증명서의 발급은 여권의 발급과는 성격이 다르고 여권 발급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재량을 행사해 허가 여부를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가 ‘재량’에 따라 판단한 정씨의 입국거부 사유는 그가 2006년 참석한 학술대회에서 반국가단체인 한통련 부의장을 만났고, 1999년 대학 시절 북한을 방문했다는 점이다.

정씨는 “2006년 학술대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것일 뿐 한통련 부의장을 따로 만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이것을 ‘회합’으로 판단했다. 정씨는 또 “99년 방북 당시 친북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2006년에도 입국이 허가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동포들을 입국하지 못하게 하면서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고 외교부에 과도한 재량권을 준 판결”이라며 “외교부 처분은 ‘조선적’을 가진 재일동포들은 무조건 한국에 반대하는 세력이라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증명서 발급 거부 건수는 2007년 한 건도 없었으나 2008년 7건, 2009년 279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국내에서 대학을 다니던 학생이 갑자기 증명서 발급 거부 처분을 받아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일본으로 돌아가거나, 한국 대학입시를 앞둔 학생이 무국적이라는 이유로 시험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경우도 있다.

지구촌동포연대의 배덕호 대표는 “현 정부의 여행증명서 발급 거부가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 동포사회에 알려지면서 발급신청 자체가 크게 줄었다”며 “외교부는 거부처분을 하면서도 통지서 하나 없이 전화로만 통보한다. 입국을 거부당한 사람들은 억울해도 소송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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