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환갑 맞는 한국전 정전 단상
[해외기고] 환갑 맞는 한국전 정전 단상
  • 문기성(재미칼럼니스트)
  • 승인 2013.07.24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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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 미국인 친구들이 열어 주는 생일 파티, 정장을 입고 폴스처치 친구 집에 갔더니 60대 후반의 백인 친구 아버지가 한국에서 온 필자를 진심으로 반겨 주었다. 생일 선물을 줄 것이 있다고 하면서 귀하게 보관해온 오래된 성조기를 필자에게 우정의 표시로 주는 것이었다. 친구 아버지는 “한국동란 때 이 성조기와 함께 한국전(부대명: Troop 451)에 참전하여 공산주의자들과 용감히 싸워서 한국을 지켜냈다”고 말했다.

우연히 미국인 친구를 사귀어서 그 집에 친구의 부모들과 3년여를 함께 살았는데, 친구의 아버지와 백부는 한국전 참전 용사들이었다. 추수감사절 파티 때 오신 친구의 큰아버지는 “지금 한국의 발전상에 놀랐다”면서 20대 청춘시절의 한국전 참전이야기들을 들려주곤 했다. 더하여 친구의 백부의 아들은 버지니아 군사학교를 졸업한 후에 한국서 약 5년간 공군장교로 복무했다.

한국 문화와 전통을 사랑하는 그분의 초대를 받아서 댁에 갔더니, 온 집안이 한국 고가구로 장식되어 있었고 백인 부인이 손수 차린 김치찌개는 일품이었다. 모든 음식은 한식위주로 식사를 한다고 하여 깜짝 놀랐었다. 그분들과 “한국의 놀라운 경제 성장과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직접 체험한 경험에 관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LA정부에서 일할 때 한국대통령들의 LA 기착 시 기내영접을 했었다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이사였던 이분은 필자가 일하는 곳에 자주 와서 많은 비사를 들려주곤 했다. 해병대 소위 달고 한국전에 참전했던 이야기, 이라크 전투부대의 파병을 요청 받은 한국 정부의 미온적 태도와 말 바꾸기에 비분강개한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아직도 잊히지 않은 1회성 전시적 이벤트 행사 보다는, 지금도 보훈병원에서 한국전 부상과 후유증으로 투병 생활하는 노병들을 방문하여 진정성 있는 위로를 정기적으로 해 달라는 그분의 호소가 들리는 것 같다.

한국과 아무런 연고와 인연도 없이 국가의 부름을 받아 한국전에 참전했던 수십만의 미군들. 그들 중 수만 명은 낯설고 물 설은 이국땅에서 사랑하는 가족들 이름도 다 부르지 못한 채 고귀한 생명을 자유 대한민국을 위하여 산화하였다. 그리고 고국 고향땅으로 돌아가지 못한 많은 영령들이 있다.

그분들과 가족 분들에게 최고의 찬사와 경의를 표한다. 이제라도 한국정부와 민간단체에서는 한국전 정전일이 있는 7월 전후에 한국전에 참전했던 모든 나라의 용사들과 그 가족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매년 보내길 바란다. “자유대한민국 수호를 위하여 고귀한 생명과 젊음을 바친 님들의 숭고한 희생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필자의 3형제들도 병무청 신체검사를 받으면 항상 갑종 등급을 받고 현역 복무를 한 기간을 합산하면 근 10여년이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가로부터 감사의 편지 한 장 받아 본적이 없다. 한국전 때 ‘빽’이 없는 수많은 민초들 또한 총알받이가 되어 적의 흉탄에 큰 소리로 빽 빽 소리 지르며 산화했다. ‘군 미필자와 군 면제자의 선출직 및 임명직 금지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잘 사는 집안의 아들들은 신검만 받으면 부실한 남자가 될까. 장가가서 후손도 잘 만들고 운동도 잘하여 국회의원도 되는데 말이다. 그래 빽, 빽, 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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