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의사님 도와주세요. 승객이 의식을 잃었어요”
[기고] “한의사님 도와주세요. 승객이 의식을 잃었어요”
  • 이상용<민주평통 애틀랜타협의회장
  • 승인 2013.08.2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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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통 해외회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8월23일 새벽 12시30분 애틀랜타 발 대한항공 KE-34편을 타고 서울을 향했다. 비행기가 이륙한 후 5~6시간 쯤 경과했을 때. 첫 번째 식사를 마친 직후, 한 여승무원이 급하게 다가 와서 한의사님이냐고 물었다. 여승무원은 여자 승객 한명이 비행기 뒤편 화장실 쪽에서 쓰러져 의식을 잃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급히 달려갔더니 남자 승무원과 여자 승무원 3~4명이 여자 승객을 뒤에서 부축하고 있었다. 무척 당황스런 표정들이었다. 쓰러진 승객 얼굴은 창백했다. 손과 발은 얼음 같이 차가웠으며 눈동자가 풀려있었다. 급히 맥을 짚어보니 약한 ‘세맥’이 가늘게 잡힐 듯 말듯 했다.

승무원들과 함께 여자 승객을 항공기 맨 뒤편 공간에 눕히고 다시 맥을 짚어보고 남승무원에게 구급함을 가져오게 했다. 혈압과 혈당을 체크한 남승무원은 혈압, 혈당이 모두 낮다고 했다. 즉시 시혈침으로 환자의 사관을 터주어 안정시켰다. 그리고 합곡, 인중, 백회, 용천혈 등에 사혈을 해주며 10여분 간 응급처치를 했다.

한숨을 돌린 후에 보니 여승객의 남편과 가족으로 보이는 젊은 여인이 환자의 팔, 다리를 주무르며 당황하고 있어 안심을 시키면서 환자에 대해 물어 보았다. 나이는 54세. 중국 여자였다. 한의로서의 견해는 오랜만에 장시간 비행으로 피로와 스트레스가 겹쳤고 식사를 빨리 해서 급체기가 올라왔던 것으로 보였다.

기혈이 급작스럽게 막혀버려 기혈울체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 환자는 치료 후 약 10여분 뒤 얼굴색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눈을 뜨며 가족들을 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승무원에게 따듯한 물을 마시게 한 후 누워서 안정을 취하게 하라고 말했다. 그 후 승무원에게 확인해 보니 환자는 누어서 편하게 잠이 들었다고 했다.

승무원들은 계속 찾아와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서 동행했던 이옥경 민주평통 애틀랜타협의회 간사도 사건을 알게 됐다. 승무원에게 내가 한의사인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더니 그 당시 화장실 쪽 좌석에 있었던 남자 승객 한명이 여자승객이 쓰러진 것을 목격하고 승무원에게 앞자리에 한의사가 앉아있다고 알려주었다고 했다. 나중에 인사를 해서 보니 그는 자신과 부인도 필자에게 치료를 받아 한의사인 줄 알고 있어 승무원에게 알려주었다고 말했다.

필자는 항상 양복과 자동차 안에 침을 넣고 다닌다. 교회에서나 여행 중에 버스, 배, 비행기 안에서 여러 번 응급치료를 해주었다. 민주평통 회의에 참석 차 서울에 오르면서 뜻밖에도 비행기 안에서 위급했던 승객에 도움을 주고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함을 끼치지 않게 한 것에 한의사로서 보람과 긍지를 느끼게 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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