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만평(三江漫評)-31] 양빈사건의 시말
[삼강만평(三江漫評)-31] 양빈사건의 시말
  • 정인갑<북경 전 청화대 교수>
  • 승인 2013.09.3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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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9월 북한은 신의주에 경제특구를 세우고 중국인 양빈을 행정장관에 임명하였다. 10월4일 특구설립대회 때 양빈에게 장관 임명장을 수여하려 하였다. 10월4일 새벽 양빈은 평양행 항공기를 타기 직전 체포되었으며 2003년 7월, 18년이라는 실형을 받았다.

이 사건은 베일에 싸여 있으며 1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의문점이 풀리지 않고 있다. 필자는 양빈의 측근 관산이 쓴 양빈사건을 다룬 책을 번역하여 <김정일과 양빈>이란 책명으로 한국에서 출판한 적이 있으므로 그 번 사건의 내막을 비교적 잘 알고 있다. 양빈은 남경 출생이며 어릴 때 부모를 잃고 고생스럽게 자랐다. 성인이 되어 구소련 지역과 네덜란드에서 무역을 하여 돈을 꾀나 벌었으며 나중에는 네덜란드 국적을 취득하였다. 그때 양빈은 네덜란드의 선진적인 농업을 중국에 유치시킬 이상을 세웠다.

당시 현대화 농업은 미국의 기계화 영농, 이스라엘의 관개화 영농, 네덜란드의 과학화 영농 세 가지가 대표적이었다. 양빈은 네덜란드의 과학영농이야말로 중국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하여 그는 그사이 번 돈 9억 달러를 가지고 중국으로 와 유라시아그룹을 창설하였으며 북경에 네덜란드 식 화훼농장을 꾸렸다.

그는 이내 기후 상 북경보다 심양이 적지임을 간파했다. 온실 안의 온도를 북경은 여름이 너무 더워 내려야 하고 심양은 겨울이 너무 추워 올려야 한다. 1도를 내리는데 소비하는 에너지는 1도를 올리는데 소비하는 에너지의 6배나 된다. 바로 그때 요녕성과 심양시의 책임자가 양빈을 심양으로 모셔갔다.

양빈은 심양에 화란촌(네덜란드촌)이라는 농장을 차렸다. 화훼, 토마토 등을 재배하는 온실을 수십 동 짓고, 손님을 위하여 아파트, 호텔도 짓고, 홍콩에 상장까지 하였다. 북한과 합자회사도 구리고 평양에 온실도 지어주었다. 김정일의 신임을 얻어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까지 되었다가 하루아침에 죄수가 되었다.
그의 죄목은 3가지인데 법정에서 변호사에 의해 모두 부정되었다.

죄명1: 가짜 장부를 만들어 사기로 홍콩에 상장하였다. 반박: 당시 중국 기업이 홍콩에 상장할 때 가짜 장부를 만들지 않은 자가 거의 없다. 요녕성, 심양시 정부에서도 묵인해줬다.

죄명2: 세금을 체납하였다. 반박: 당시 심양시가 양빈의 많은 돈을 꾸고 오래도록 갚지 않았으며 양빈이 내야 할 세금이 그 돈과 대등하였다. 그러므로 심양시에서도 갚으라는 독촉을 하지 않았으며 양빈도 서로 상쇄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죄명3: 농경지를 비농업에 썼다. 반박: 아파트와 호텔을 좀 과분하게 건설한 것이 확실히 문제가 되지만 심양시 원교에 새로 개간한, 상당면적의 경지를 사서 국가에 바쳤다. 이렇게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며 심양시 정부가 시켜서 그렇게 한 것이다.

결국은 양빈의 죄명이 다 성립되지 않는다. 문제가 좀 되기는 하지만 한 기업가를 이런 사소한 문제로 투옥시키며 18년이나 실형을 내리는 것은 너무나 어불성설이다. 무리해도 여간한 무리가 아니다. 당시 주위의 사람들과 전문가들은 이 일을 어떻게 보았는가?

1. 사업가는 정치판에 뛰어들지 말아야 한다. 신의주특구는 홍콩보다 더 특권이 강한 거의 ‘독립왕국’이었다. 2001~2년, 양빈은 김정일에게 잘 보이려고 무진 애를 썼다. 김정일 생일 등에 북한에 바친 선물이 중국화 2억원(한화 36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신의주왕국’의 ‘국왕’이 된 셈이다. 중국 최고층 관리들의 속이 편안할 리가 없다.

2. 인간은 제아무리 날뛰어도 여래불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없다. 중국이 개혁·개방한 이래 북한은 중국을 공산주의의 반역자라며 수없이 욕을 퍼부었다. ‘신의주왕국’과 같은 중대한 사건에 대해 중국에 일언반구도 없는 것은 중국에 정면 도전한 대항이었다. 중국은 하루아침에 그 일을 작살내 버렸다. 양빈은 이듬해에 병으로 풀려나왔지만 형기만료 이전에는 장관부임이 불가능하다. 18년은 중국정부가 면밀히 계산한 형기가 아닌가!

3. 양빈은 네덜란드 시민인데 중국주재 네덜란드 대사관이 방귀 한 번도 뀌지 못하였다고 한다. 풍문에 이번 사건 처리에 중국과 미국이 상호 결탁하였다는 설이 있다. 중국은 자기의 턱밑에 서방세계가 운집하는 ‘왕국’이 생기는 것이 시원치 않았고 미국을 배격한 이런 ‘왕국’의 형성을 미국도 원치 않았던 것이다.

4. 중국정부의 처사를 욕하는 중국인도 많다. 개혁개방이래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미묘하게 버러지고 있는데 중국은 이를 방임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북한을 끌어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버러지면 다른데(이를테면 러시아에) 찾아가기 마련인데 이는 중국의 손해다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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