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해외기고]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 김용일<미주경제신문 대표>
  • 승인 2013.10.23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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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 일시휴업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필요
 임시예산편성 권한 대통령에게 없어서 발생하는 일

이번 연방정부 일시휴업 사태는 연방정부가 상정한 새 회계연도 예산안을 의회가 통과시켜 주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연방정부 일시휴업은 지난 1996년 클린턴 행정부 이후 17년 만에 발생했는데, 이번까지 모두 17번이나 발생했었다.

전문가들은 연방정부 일시휴업으로 인한 여러 부작용을 막고 정부의 계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인들은 한국에서 한국 정부가 문을 닫는 사태를 한 번도 목격한 적이 없다. 한국은 원천적으로 정부 일시휴업이 불가능하다.

미국은 의회가 예산승인 권한을 100% 행사해, 의회가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연방정부는 꼼짝없이 문을 닫아야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은 임시예산(준예산)과 가예산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폐쇄 사태는 원천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

모든 본예산은 국회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의결해야 하는데, 회계연도가 개시될 때까지 의결하지 못할 경우, 정부는 국정의 기능마비를 방지하기 위해 본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 전년도 예산에 준해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

그 영역은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와 운영, 법률상 지출의무의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 등이 해당된다. 국회가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맘대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일시휴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이처럼 좋은 제도를 취하지 않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한국식의 대통령 임시예산 집행권은 민주주의의 삼권분립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이다. 의회의 가장 큰 권한은 예산의결권과 법률제정권이다. 행정부는 의회가 승인한 예산과 의회가 제정한 법률을 집행하는 곳에 불과하다.

행정부가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예산을 집행하고, 법률을 제정한다면 의회는 존재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미국은 대통령도 의회에 법안을 상정할 수 없지만, 한국은 국회 입법의 80% 이상이 대통령이나 각부 장관이 상정하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한국 국회를 ‘반쪽짜리’로 부른다.

그러나 이러한 반쪽짜리 국회 때문에 정부 일시 휴업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임시예산집행권과 부채한도증액권한 줄 수 없나?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식 대통령제가 시대에 뒤떨어져 있기에, 몸피에 걸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현대 정부의 예산 덩치가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아,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고리타분한 삼권분립의 범위 안에 계속 안주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현재 미국 대통령이 의회를 견제하는 유일한 수단은 예산안과 법률안의 거부권(Presidential Veto) 뿐이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부터 2013년 9월말 현재까지 미국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은 총 2,564건에 달한다. 대통령마다 평균 58건에 달하는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문제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거부권보다 더 무서운 것이 ‘거부권 협박(veto threat)’이다.

대통령은 자신이 반대하는 법안이나 예산안을 의회가 의결하려고 하면 통과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의회를 협박한다. 의회는 종종 이 같은 협박에 굴복해 자신의 뜻을 접긴 하지만 요즘엔 이도 잘 통하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예산안을 앞두고 모두 8차례에 걸쳐 거부권 협박을 했으나, 특히 연방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금지선을 넘어가 버린 것이다. 양당 정파의 이념 대립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화되면서 예산안과 민감한 법률 사안을 놓고 의회와 행정부 간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까지 120여건의 예산안과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 협박을 했다. 실제로 거부권을 행사했다가 의회가 재의결(override)을 시도한 사례도 6건에 달한다. 상황이 이러니 만큼 행정부에 최소한 연방정부 일시 휴업이나 국가부채한도 때문에 발생하는 국가부도 사태는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장치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일부 행정법 학자들은 대통령에게 최소한의 긴급재정권을 부여해 예산파동과 국가부도위기 사태는 막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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