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 미국에서 의사를 하는 것은 무조건 남는 장사일까?
[해외칼럼] 미국에서 의사를 하는 것은 무조건 남는 장사일까?
  • 김용일<미주경제신문 대표>
  • 승인 2013.11.0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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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의 윤리 등의 요소는 배제하고 단순히 경제적인 논리로만 따져보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장남은 뉴욕에 위치한 한 의대(Weill Cornell Medical College)에 다니고 있는데, 얼마 전 학자금 부채 논란이 발생했을 때 “우리 아들은 졸업할 때 40만불의 부채를 안고 졸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과대학연합회 AAMC의 발표에 따르면 의대 평균 연간 학비는 5만불이 넘는다. 4년간의 학비만으로도 20만불이 넘게 들어가는 셈이다. 여기에 아무리 최소한으로 먹고자고 살더라도 10만불은 더 들어간다. 따라서 의대는 부자 학부모의 전유물이 될 수밖에 없는데, 부자들도 자녀의 의대 학자금이 버겁기만 하다. 의대졸업생의 평균 학자금 부채액은 20만불이 넘는다. 의대 학자금 부채의 평균 이자율은 7%에 이른다.

그런데도 의대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의과대학은 자신만만하다. 최근 30년 사이 학비 증가률은 250%에 이른다. 졸업하면서부터 집 한 채 가격만한 부채를 지고 나오는 졸업생들은 빨리 학자금 융자를 갚아야겠다는 절박함 때문에 돈을 잘 버는 전공에만 몰려든다. 의료현장이 기형화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사들은 본전을 뽑고도 남는 장사를 하는 것일까. 미국에서 의사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주립대학 의대를 가더라도 대학 평균 GPA가 3.8은 돼야 한다.

로스쿨과는 달리 지원자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의대 진학의 관문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명문의대의 합격률은 5% 안팎이다. 하버드의대 4.6%, 존스 합킨스 의대 5.6%, 듀크대 3.7% 등이다. 한국의 서울대가 아무리 들어가기 힘들어도 경쟁률은 3대 1이다. 명문대 의대 20대1이라는 경쟁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새겨볼 필요가 있다. 사실상 이공계 영역의 최고 인재들이 의대를 지망하는 것인데, 과연 의대가 진학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타당한지는 따져볼 일이다.

미국에는 의사의 연봉에 버금가거나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이공계 일자리가 얼마든지 많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 후 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정식 의사가 되기까지 짧게는 14년에서 길게는 16년이 걸린다. 그러나 이공계의 고액연봉 박사학위자는 짧으면 6년이다.

학자금 비용도 5대 1정도로 비싸다. 평생 환자와 씨름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고려해야 한다. 툭하면 터지는 의료과실 소송은 별개의 문제다.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자녀가 평생 피냄새를 맡고 살아야 한다는 부담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의대 진학을 주장한다면 나중에 화가 될 수 있다.

의대 입학생 대비 졸업생 비율은 81%, 의대 졸업생 대비 전문의 배출 비율은 85%다. 처음 의대를 진학한 사람 중에 제대로 된 의사가 되는 비율은 68%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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