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크리스티나 대통령의 복귀와 향후 전망
[특별기고] 크리스티나 대통령의 복귀와 향후 전망
  • 박채순<본지 칼럼니스트>
  • 승인 2013.11.29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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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크리스티나 키르츠네르(Cristina Kirchner) 대통령이 만성경막하혈종이 발견되어 10월8일 수술을 받았고, 회복기를 거쳐 40여일 만인 11월 18일 업무에 복귀했다. 그동안 크리스티나 대통령의 건강과 신변에 여러 가지 루머가 있었지만, 베네수엘라 차베스 형제가 선물했다는 애완견 ‘시몬’을 선보이고 펭귄 인형과 함께 부드러운 미소로 국민 앞에 나타났다. 그동안 아르헨티나 국민은 부패혐의를 가진 아마도 부두(Amado Boudou)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대행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크리스티나가 건강을 회복하고 업무에 복귀하는 것을 기다렸다.

크리스티나는 남편 키르츠네르 대통령 사망 후 동정표를 많이 얻어 아르헨티나 정치사상 유례가 드문 54.11%의 지지로 재선되었던 것처럼, 이번에 그녀의 입원 후 복귀도 상당한 사전 연출이 엿보였지만, 중간 선거에서 패배한 상처도 치유하고 다시 무리 없이 직무에 복귀했다.

크리스티나 대통령은 복귀하루 후인 11월19일 내각을 단행했는데, 북동부 차코주의 주지사인 호르헤 카피타니치(Jorge Capitanich)를 수석장관에 기용했다. 경제장관에는 악셀 키시료프(Axel kicillof) 차관을 승진 시키고, 농업장관에는 INTA소장인 카를로스 카사미켈라를 임명했다. 외환 보유고가 줄줄 새는 데 책임을 물어 중앙은행 총재를 해임하고 방코 데 라 나시온(Banco de la Nacion) 총재인 후안 카를로스 파브레가(Juan Carlos Fabrega)를 중앙은행 총재에 내정했다.

새로 경제장관에 임명된 키시료프는 마르크스 이론을 전공한 경제학자이며, 지난 2011년부터 에르난 로렌지노 장관의 차관 직에 있으면서도 사실상 장관 보다 권한 행사를 더 했었다. 약관의 42세 나이에 아르헨티나 경제를 짊어질 그는 메넴 정부시절 스페인 다국적 석유기업 렙솔(Repsol)에 팔아버린 아르헨티나 국립 석유회사(YPF)를 지난해 다시 국유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내각 개편의 특징은 이제까지 이름뿐이던 수석장관에 대통령의 신임도 두텁고 2002년 두알데 대통령 시절에 수석장관을, 그리고 상원의원과 두 차례에 걸친 차코 주지사를 역임한 카피타니치가 수석장관으로 선택되어 힘이 실렸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페론당의 지분과 DNA를 가진 그는 2015년에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K’의 친위 행동 대원 라 캄포라(La Campora)소속이며, 크리스티나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은 키시료프 경제장관의 다툼과 경쟁, 협력 여하에 따라 아르헨티나 경제의 장래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개각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20일에 정부의 환율과 무역 정책에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가는 곳마다 문제를 일으켰던, 상업 내무 차관 귀제르모 모레노(Guillermo Moreno)의 사임도 있었다.

정치권, 기업인, 언론인들에게 조직 깡패 두목처럼 행동했던 모레노 차관은 이 정권에서 악역을 수행한 정치인이다. 이번 크리스티나의 개각의 하이라이트는 카피타니치 수석장관, 키시료프 경제장관의 임명과 모레노 차관의 해임일 것이다.

크리스티나는 임기 4년 중 이제 전반기를 보내고 후반기에 들어선다. 그들이 주장한대로 ‘성공한 10년’으로 남느냐 키르츠네르 부부의 실패한 정권으로 남느냐가 남은 2년에 달려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크리스티나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가 않다. 크리스티나가 수술 후 회복하는 과정에서 실시되었던 중간 선거에서 집권 여당 K는 비록 상·하 양원에서 과반은 확보했지만 하원 선거 투표율에서는 전국에서 32.16%라는 빈약한 결과를 냈었다. 즉 국민의 2/3이상은 크리스티나 정부에 등을 돌렸다는 증거다.

흔히 정치를 살아 움직이는 생물로 표현한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것이 정치다. 그래서 정치의 앞날을 예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무모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현 상황으로는 10월27일 중간 선거에서 패함으로써 크리스티나 재, 재선은 물 건너 간지 오래고, 2015년의 정권 재창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금년 5월25일 국경일에만 하여도 크리스티나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야당의 지지도 미미하여 크리스티나의 재. 재선 또는 크리스티나가 손가락질한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 당연시 보였다.

그렇지만 8월과 10월의 본 선거와 크리스티나의 발병으로 상황이 많이 변했다. 특히 이번 선거를 통하여 부에노스아이레스 주를 석권한 세르히오 마사(Sergio Massa)의 등장, 훌리오 꼬보스(Julio cobos)와 리까르도 알폰신(Ricardo Alfonsin)을 중심으로 한 라디깔 당의 부활, 부에노스 아이레스시에서 굳건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마우리시오 마끄리(Mauricio Macri), 연합 세력의 엘리사 까리오(Elisa Carrió), 산타페 주의 헤르메스 비네르(Hermes Binner)등의 존재가 차기에 집권 대안 세력으로 가시화 된 것이다.

이제까지 정권 재창출의 주자로 자타가 공인하는 다니엘 시올리(Daniel Scioli)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는 이번 선거를 통해 힘을 많이 잃어버렸다. 그래서 모든 것이 염려되고 불확실한 크리스티나와 K그룹이 그의 대안으로 호르헤 카피타니치를 수석장관에 기용하여 무대에 올려놓고 2015년을 기대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르헨티나의 현재의 경제적인 문제는 높은 인플레이션, 외환보유고 감소, 이중 환율 실시로 인한 수입, 수출 문제, 관광 적자의 문제 등이 심각하고, 포퓰리즘 정책으로 공공 지출이 많아져서 화폐 발행과 재정 적자가 상승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 등의 증가로 재정과 무역 의 쌍둥이 적자가 시현된 것이다. 그와 동시에 국제 신용이 하락하여 개선의 여지가 없어 외자유치가 부진하고 외부의 투자가 막힌 상황이다. 비정규 직의 양산과 정규직 일자리 창출이 정체되고 임금 인상의 요구가 그 세력를 얻고 있다. 그야말로 정부 앞에 놓인 경제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인플레이션 문제는 정치 경제에 각종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금년에 25%가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사실 1989년과 2001년의 대혼란도 재정 적자와 높은 인플레이션에 기인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003년 이후 2011년 까지는 외환보유고가 중가하여 완충 작용을 해 왔는데, 금년에는 위험 수준으로 낮아졌다.

2012년 말에 미화 43,290백만 불이던 외환보유고가 2013년 말에 적어도 35,600백만불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었으나, 11월 25일 현재 31,517백만 불로 감소하여 작년 말에 비해 벌써 11,773백만 불이나 줄어든 것이다. 참고로 2010년의 외환 보유고는 52,190백만 불에 이르렀다. 또 한국과는 경제 규모가 다르긴 하지만 한국의 2013년 10월 현재 외환보유고는 미화 3천432억 불로 보유고가 아르헨티나의 10배 이상이다.

문제는 이 외환 지출이 아르헨티나 국민이 외국에 나가서 사용한 카드 등에 지출이 금년에 100억불에 달하고, 에너지 수입만도 68억불이며, 공공 부채 상환에 50억불이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2002년부터 실시되었던 경제 정책은 쌍둥이 흑자에 외환 보유고가 증가했고, 원자재 값의 상승과 수요가 급증하여 키르츠네르 시대에는 고도성장을 구가했다. 그러나 이제 거의 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이번의 개각 후 발표는 현 정책을 확대한다(Profundizar el modelo)는 것이다. 경제적인 어려움 위에 정부에서 경제적인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큰 문제인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경제 정책에 책임이 있는 무소불위의 모레노 차관이 일단 물러나서 경제 정책의 방향을 수정하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모레노가 여러 가지 정책에서 실패했지만 특히 외환보유고 유지를 위한 2중 환율제도와 지난 해 초부터 실시되어 수출입에 장애가 된 사전 수입허가 제도(DJAI: Declaración Jurada Anticipada de Importación)가 가장 큰 문제였다.

우리 한인 동포들도 관심이 많은 수출입 문제를 해결하고 환율 구조를 조정하여 자연스런 경제 순환이 되는 계기가 될 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수석장관이나 경제장관 공히 아직 환율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무역에 관한 정책 구상을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제 운영에 있어서 대외의존도는 한국에 비해 훨씬 낮은 편이지만 정부의 제도적 통제나 환율의 조작에 의해 국제무역을 조정한다는 것은 망망대해의 고도에서 살아남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국제사회에서 고립의 길을 걷던 아르헨티나 정부가 최근에 중요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크리스티나가 1993년 메넴정부 시절 민영화로 스페인 기업 렙솔에 넘어간 국영석유공사 (YPF: Yacimientos Petrolíferos Fiscales)를, 2012년 4월 16일 지분 51%를 회수하여 국유화 해버렸다(Nacionalización de YPF).

이로 인해 대외 신용도 하락 되고 외부 투자가 저하되어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건에 대해 스페인에서는 국제사법재판부(Tribunales internacionales)을 통해 미화 10,500백만 불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그런데 최근에 렙솔에 5,000백만 불을 상환하겠다고 교섭을 실시하여 스페인과 소수 지분을 갖고 있는 멕시코 측으로부터 동의를 받은 것이다.

즉 안면몰수하고 강탈한 것이 아니고 렙솔이 여러 가지 협약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서 지분을 환수해 왔으나 이제라도 가격을 지불하면서 신용을 회복하고자 한다는 제스처일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굳게 잠긴 국제 사회 금융계의 문을 노크하고자 하는 첫 걸음으로 해석된다. 이어서 파리클럽 등의 외채 상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 결과 YPF와 관련된 주식들이 천정을 친다.

아르헨티나에서 ‘정상적인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정치인들이 자주 이야기한다. 정상적인 국가는 민주주의 제도 아래서 사람이 아닌 제도로써 통치되고, 새로운 기술을 통한 산업발전과 지속적이고 건전한 경제 성장으로 함께 생활하는 민주주의의 복지사회라고 가정해 본다. 또한 아르헨티나 국민은 ‘정치인이 정치만 잘하면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들 한다. 정상적이고 잘사는 국가를 위해서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다 함께 노력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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