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추신수 야구의 승리
[기고] 추신수 야구의 승리
  • 이승률<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 승인 2013.12.31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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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떤 환경에도 잘 적응할 수 있어요. 그 어떤 곳이라도 마이너리그에 비하면 좋은 호텔이나 다름없거든요.” 지난 22일(한국시각) 7년 1억3000만 달러라는 대박을 터뜨린 추신수(30)는 시즌을 마치고 국내에 들어와 인터뷰할 때 마다 어려울 때는 항상 마이너리그 시절의 힘들었던 기억을 떠 올리며 자신을 추스르곤 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도전정신과 승부근성을 통하여 추신수는 2001년 마이너리그에서 처음 프로생활을 했을 때 한 달에 1000달러도 받지 못했던 무명의 자신을 13년 만에 무려 1970배되는 몸값으로 업그레이드시켜 놓았다. 쏘나타 6500대 수출효과에 맞먹는 이 몸값은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를 통틀어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넘어서는 메가톤급 계약고다.

이러한 연봉 200억 원이라는 잭팟을 터뜨린 데는 희대의 협상객 스콧 보라스(61)가 이끈 에이전트의 마술이 크게 작용했지만 근본적으로 추신수가 프로생활을 통해 세운 전적과 실력이 여러 구단으로 부터 경쟁적으로 러브 콜을 받을 만큼 뛰어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가 보여준 게임의 묘미 즉 몸에 공을 맞아가면서도 끝까지 볼넷을 잘 고르고(선구안), 발빠르게 도루하고, 찬스에 강해 적절한 타격으로 팀에 활기를 불어 넣어 주는 등 야구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극적인 재미와 성실성을 한껏 높여준 기량과 정신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러나 추신수도 프로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 번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2009년(타율 0.300, 20홈런, 21도루)과 2010년(타율 0.300, 22홈런, 22도루) 2년 연속으로 ‘3할-20(홈런)-20(도루)’를 기록하며 주전으로 맹활약했던 그도 2011년 5월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 수많은 팬의 비난을 받았으며 설상가상으로 6월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왼손 엄지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 한동안 “야구를 그만두고 싶었다”고 털어 놓을 만큼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새 힘을 얻도록 이끌어준 가장 큰 힘은 동갑내기 아내 하원미(30)의 내조와 2남1녀 자녀들과 나누는 가족 사랑의 힘이 결정적이었으며 또한 부산고 시절 자신을 이끌어 주었던 스승 고(故)조성욱 감독의 격려와 일본 소프터뱅크와의 계약을 앞둔 친구 이대호 선수와의 우정 등 많은 주변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그를 인격적으로 안정시키고 품위를 지키도록 만드는 데 큰 영향력을 미쳤다.

그런 추신수에게 프로생활을 통하여 가장 뼈아픈 아픔과 도전의 기회를 선사(膳賜)했던 인물이 있었으니 그는 다름 아닌 시애틀 매리너스의 주전 선수 스즈키 이치로(40)였다. 부산고를 졸업한 2001년 시애틀과 계약해 미국으로 건너간 추신수는 몇 년간 마이너리그에서 악바리로 소문 날만큼 혼신의 힘을 다해 개인훈련하고 연습해 마침내 2005년 메이저리그의 콜업을 받고 꿈에도 그리던 메이저리그에 출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시애틀에는 너무나 큰 벽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일본 프로야구 최고 스타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서도 타격 기계로 인정받던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가 턱하니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이치로는 왼손 타자에 포지션도 추신수와 같은 우익수였다.

2006년 시애틀은 수비 범위가 넓은 이치로에게 우익수 자리를 추신수에게 양보하고 중견수로 옮길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이치로는 단번에 거절했다. 결과는 추신수의 트레이드로 이어졌다. 클리블랜드로 이적한 추신수는 이후 “나 같으면 양보를 했을 것 같은데 그러지 않아 화가 났던 것도 사실”이라고 회상했다. 결과적으로 추신수는 이 뼈아픈 아픔을 통해 자신을 더욱 강인한 병기로 단련할 수 있게 되었으며 마침내 승리를 향한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자력으로 만들어내는 기록의 사나이가 되었다.

필자는 이 자료를 보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뜨거운 눈물 같은 애국심을 금치 못했다. 우리 젊은 야구선수들이 저 이역만리 미국에서 이루어낸 ‘아메리칸 드림’의 업적을 보라! 추신수의 도전정신과 승부근성은 우리 한국인의 강력한 DNA이요, 정신적 실체다. 하면 되고 싸우면 이긴다. 승리는 승리를 원하는 자의 표적이며 우리는 모든 것 위에 서 있다. 우리는 선도자(先導者)이며 새로운 시대의 총아다.

스즈키 이치로와 아베 신조
이런 자긍심과 열기가 활화산같이 용솟음쳐 오르는 것을 느끼는 순간 필자는 불현듯 추풍에 밀려 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는 일본선수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특히 시애틀에서 추신수가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 당할 때 구실을 제공했던 스즈키 이치로의 얼굴이 병든 낙엽처럼 쓸쓸히 떨어져나가는 모습이 망막에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일본의 자존심이라 불렸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많은 한국선수들과 한국인들에게 넘지 못할 벽으로 우뚝 서 있었던 이치로가 아닌가. 그런 이치로가 추신수의 발아래 엎드려지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어떤 쾌감 이전에 인생의 슬픈 한계상황 같은 게 느껴지면서 측은하다는 생각조차 든다.

그런데 이 순간 이치로의 초상위에 아베 신조 총리의 얼굴이 겹쳐 떠오르는 건 또 무슨 조화인가. 한국이나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 있는 국가들조차도 반대하고 분노를 금치 못하는 가운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아베 총리의 얼굴표정이, 내 눈에는 왠지 언젠가 스즈키 이치로처럼 누군가에 의해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떨어져 나갈 운명이 아닐까하는 어두운 예감을 느끼도록 만든다. 이것은 나 혼자의 기우에 불과한 일인가.

“군국(軍國)의 심장 참배… 아베, 선을 넘다.” 그저께 금요일(12/27) 조선일보 1면 톱기사의 타이틀이다. 누구든지 선을 넘으면 각오해야 한다. 더구나 줄 세우기를 잘하는 일본인이라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아베 신조 총리는 이 일로 인해 발생할 모든 반격과 부작용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최근에 이르러 필자는 이런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미국은 국가재정 및 군사경제적인 이유로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전략을 펴면서 일본 아베정권이 탐하고 있는 집단자위권과 헌법(9조)개정을 용인해 주고 있는 꼴이다. 아베 정권이 펼치고 있는 자칭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극단적 우경화 정책은 한국의 나아갈 길 앞에 큰 벽이 되어 위협을 주고 있다.

어쩌면 한국은(마치 스즈키 이치로라는 큰 벽에 걸려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 당했던 추신수처럼) 미일 군사동맹 강화라는 급류에 휘말려 동아시아 국제 판도에서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G2) 사이에 끼인 채 그들끼리 벌이는 핵심이익 나눠먹기 게임에 마이너리그 신세로 전락해버릴지도 모른다.

다시 말 해 자국의 역사를 스스로 주도할 리더십과 역량을 상실 당한 채 강대국들이 이끄는 대로 이리저리 따라갈 수밖에 없는 처지로 소외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솟는다. 이런 흐름 가운데 대일 외교의 틀을 전반적으로 다시 짜야할 만큼의 위기적 상황을 불러일으킨 아베의 도발 행동(야스쿠니 참배)은 한일관계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한미관계까지도 다시 한 번 점검해야할 필요성을 불러일으킨다. 과연 미국은 우리 편인가.

이럴 때 추신수가 더욱 더 돋보인다. 그는 마이너리그에 떨어져 있거나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 당하는 수모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도전정신과 끈질긴 승부근성을 발휘하여 마침내 메이저리그에서 최고가는 1번 타자가 되었으며 마침내 아시아 출신 선수들 가운데 가장 값진 몸값으로 자신의 꿈을 극대화시킨 기린아가 된 것이다.

우리 한국도 아베 정권이라는 큰 장벽을 뛰어넘어 미국과의 메이저리그에서 1번 타순으로 치고 나가는 플레이어가 되어보자. 몸에 맞는 공을 맞아도 사람은 죽지 않는다.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미국이나 중국의 지도부 및 정책 입안자들과 심도 있는 대화와 토론으로 맞장을 떠 보자. 그렇게 하면서 눈을 부릅뜨고 관찰하여 볼넷도 건져내고 저스트 미팅을 택해 우리의 고유한 정신력과 슬기를 더해 적시타를 날려보자.

더러는 번트 플레이도 해 보고 ‘히트 앤드 런’ 작전도 펼쳐보자. 그러다 보면 추신수 같이 발 빠른 선수가 있어서 도루할 기회도 생길 것이고 마침내 주력 타자들이 홈런을 한방씩 쳐 주면 상대 진영이 두 손 들고 나오지 않겠는가. 그때 그들의 손을 잡아 주며 더 큰 마음으로 화해의 장(場)을 열어주면 그것이 곧 국제관계의 게임을 이기는 진정한 태도요 다 함께 승리하는 시대정신이 아니겠는가.

우리들이 게임을 어떻게 끌고 가느냐에 따라 우리 자신의 몸값과 운명이 달라진다. 이것이 또한 추신수로 부터 배울 수 있는 ‘추신수 현상’의 요체요 핵심가치가 아니겠는가. 우리 한국정부와 한일관계 종사자들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심기일전하여 아베의 벽을 뛰어넘는 기량과 도량을 갖춰야 할 때라고 본다. 그래야 미국이나 중국과 벌이는 빅게임에서도 승리투수가 되고 승리타자가 되어 마침내 한반도 통일의 위업까지 달성하는 승리구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부품·소재 산업의 1000억 달러 돌파

2013년을 마무리하는 세모에 추신수가 전해준 ‘추풍낙엽(秋風落葉)’의 의미는 우리가 그냥 일본에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지 않을 자신감을 불러 일으켜 주었으며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아 국제무대에서 ‘작지만 강하고 통 큰 나라’, ‘독특하고 매력적인 다이나믹 코리아’의 진수를 전수하는 전화위복의 카드를 만들도록 도전의식을 불러 일으켜준다.

마침 지난 27일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게재된 신문 1면에 사상 최대 규모로 세계5위를 마크한 부품·소재분야 무역흑자 소식이 같이 나와 있어서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모른다. 한국산업의 주축이 전자제품, 자동차, 선박과 같은 완제품에서 이 완제품울 구성하는 부품·소재로 이동 중이라는 분석이다.

필자가 특별히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과의 경쟁에서 기술력이 떨어지고 무역 역조현상이 가장 심했던 분야가 바로 이 부품·소재산업분야인데 2000년대 후반 이후 삼성·LG·현대차 등 대기업과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이 분야 R&D(연구개발) 투자를 늘렸고, 정부도 부품소재육성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지원에 적극 나선 결과로 2010년부터 중국, 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5위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부품 소재분야 무역흑자가 올해 1000억 달러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어서 너무나 반갑고, 더군다나 이제 몇 년 가지 않아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는 분석기사까지 내 놓고 있어서 내심 얼마나 기쁘고 흥분이 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 바로 이런 노력과 성취도가 일본을 이기는 극일(克日)의 전력이고 나아가 일본 배후에 있는 미국의 의사를 조정하고 또한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산업체계 공급망을 통합하고 국제전략 네트워크를 중개하는 역할을 맡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틀림없이 승리는 우리 자신의 승리를 위한 노력과 의지의 강도에 따라 정비례할 것이라고 믿는다.

일본의 자존심이었던 스즈키 이치로가 추신수의 추풍에 밀려 ‘추풍낙엽’처럼 쓸쓸히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 위에 점철되어 겹치는 아베의 굳은 표정을 조용히 묵상해 보노라면, 언젠가 그도 ‘누군가’에 의해 병든 낙엽처럼 버림을 받고 쓸쓸히 퇴진할 때가 다가오고 있는 듯한 어두운 예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과연 그 ‘누군가’는 누구일까.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주석?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아니면 혹여라도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나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가 그 ‘누군가’가 될 것인가. 이도저도 아니라면 일본 자체에서 역풍처럼 일어나는 신흥 리더십이 그 ‘누군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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