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일본으로 건너간 고시대의 한인은
[Essay Garden] 일본으로 건너간 고시대의 한인은
  • 최미자<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4.01.20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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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마가 달린다는 희망의 해가 다가오는 연말, 뜻밖에 귀한 책 소포를 한국의 저자로부터 받았다. 누군가 전달 해준 메일을 읽고, 너무 기뻐 저자에게 책을 사서 읽겠다며 글을 보냈다. 미국에 살고 있는 답답한 내 마음을 저자가 빨리 알아보고 보내준 책이었다. 서둘러 책을 읽고 이메일로 질문했는데, 정성껏 답을 보내주어 감동하며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해방 다음해에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놀랍게도 대학졸업 후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한 지성인이었다. 도쿄 주재 기자로 일본에서 근무하며 그의 탁월한 애국심과 통찰력이 시작된 것이다. 당시는 한일 간의 관계가 좋지 않던 때라 어린 자녀를 데리고 일본에 살며 인종차별의 따가운 시선도 때때로 그는 경험했다 한다.

긴 세월 마음에 둔 뜻을 저자의 나이 일흔이 되어서야 실행에 옮겼다. 기원전 약 6세기 경부터 10세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도래인(渡來人 일본사람들은 도라이진이라고 부름)의 흔적을 찾아 책으로 엮었다. 도래인은 고시대에 한반도를 떠난 고구려, 신라, 백제와 가야인들이었다. 저자가 80여권의 일본문헌을 파헤치며 한국을 떠난 도래인들이 일본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최근 5년 동안 현장을 방문했던 기행문 형식의 책이다.

대한민국과 일본 국민 모두가 읽어야 할 ‘한민족이 주도한 고대 일본문화’(저자 권태명, 2012년 시대정신 발행) 책에는, 나처럼 일본에 가보지 못한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일본지도가 지역별로 설명되어 있다. 귀화인이 아닌 도래인이 일본에 전수해 준 벼 농사법을 비롯한 제철기술, 관개시설, 옷감의 대량생산법과 양조기술에 이르기까지 일본문화의 원류가 되었던 역사적 사건을 밝혀내고 있다.

에도막부시대까지만 해도 한일사이가 괜찮았는데, 메이지(1867-1877년) 유신 이후 달라진 왜곡과 편견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쓴 책이다. 책의 제1장 '한민족의 일본 이동과 기마민족의 일본건국설'에서 제13장 ‘백제 후손이 개척한 일본의 오지(동북지방)’ 까지 답사한 곳의 컬러사진도 생생하게 실려있다. 나는 더 많은 젊은 독자들을 위해 더 쉽게 설명된 상세한 후속편이 또 출간되기를 학수고대한다.

오래전 저자는 일본의 도자기 문화를 취재하느라 규수 가고시마 현에 있는 심수관요의 당주와 한 시간 넘게 대화한 적이 있다. 임진왜란 때 끌려간 심당길의 15대손인 심수관과 얘기를 나누며 기막힌 사연을 들었다. 심수관 집안은 영주로부터 상급인의 특별대접을 받으며 가업을 이어갔는데, 메이지 정부가 들어서며 무사신분인 고위신분을 박탈해버린 것이다.

번(藩)에서 제품을 전량 매수해 주던 특혜도 중단되어, 하루아침에 사업진로가 막막해진 것이다. 게다가 당시 중학생(14대 심수관)이던 아버지가 어제까지 그를 우러러보던 일본 아이들로부터 ‘죠센진’하며 집단폭행까지 당한 이야기였다. 300년 넘게 완전한 일본사람으로 살아온 심수관 집안이었기 때문이다.

울릉도와 독도를 한국 땅이라고 역사적으로도 인정했던 일본이 차츰 거짓으로 역사를 바꾸며 이제는 후손까지 가르치려고 들고 있는데, 이 모든 진실을 상세히 우리도 후손에게 알려야 하지 않을까. 야만적인 군국주의 전쟁으로 피해를 입는 막대한 희생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일본과 한국의 민심은 음악과 문화로 교류되는 평화적인 물결이 오고가기를 바란다.

고맙게도 우리 주위에는 양심 있는 일본사람들이 많다. “50대 천황인 간무천황의 어머니가 백제 왕실의 후손입니다”라고 말하는 하키히토(明仁) 천황과 “일본 국보는 모두 한국의 국보다”라는 민예(民藝) 학자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 센슈대학)의 말처럼. 또, 일본 궁의 동쪽, 에도막부가 있던 오테마치문(大手門) 자리에 다행히 작은 바위에 高麗門(KOREA라는 의미라고 저자는 풀이했다)이라고 쓰여 있는 것과 백제역이 한인 여행객들을 반겨주고 있다니 일본 정부에 희망도 품어본다.

큰 나라 미국이 추수감사절로 인디언들에 대한 고마움을 역사에 남겼듯이, 일본은 한민족의 도움을 받아 고대문화를 꽃피웠던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고마워했으면 좋겠다. 먼 나라처럼 느껴지는 일본과 한국은 죽마고우처럼 반드시 가까워져야 할 이웃나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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