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인터뷰] 정기태 규슈한인회장
[현지 인터뷰] 정기태 규슈한인회장
  • 후쿠오카=이석호 기자
  • 승인 2014.02.1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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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품질 인정받는 재팬드럭 해외에 판매합니다”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신사(神社)입니다. 학생들이 줄을 서서 학문의신인 스가와라 미치자네에게 시험을 잘 보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지요.”

일본 후쿠오카 시내에서 차로 20분을 달려 다자이후 텐마쿠(大宰府天満宮)에 도착했을 때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모시는 신사 옆 매화나무에는 꽃이 만개해 있었다. 이 매화가 신비하게도 일본에서 가장 일찍 꽃을 피운다고 한다. 2월15일 오전이었다. 시험 때도 아닐터인데 참배를 기다리는 학생들로 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신사 앞 우메가에모찌(매화가지 떡) 가게도 손님들로 북쩍인다.

“우대신이라는 높은 관직에 올랐던 미치자네가 시골이나 다름 없는 다자이후에 유배를 왔을 때의 일화입니다. 다자이후는 지방관청이어서 넉넉한 살림이 아니었고, 하인들이 높은 어르신에게 별 달리 대접할 게 없어 모찌를 올렸는데, 영 민망했겠지요. 정성을 보여드리고 싶어 모찌 옆에 매화나무 가지를 꺾어 드렸는데, 세월이 흘러 매화 떡이 다자이후의 명물이 된 것입니다.”

우롱차를 마시며 정기태 규슈한인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일본 규슈 후쿠오카에서 레지던스 호텔, 화장품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월드옥타 후쿠오카 지회장을 역임했으며, 2년 전 규슈한인회 초대회장으로 취임했다.

“비스니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정성 그리고 작은 인연이 소중하지요.” 정 회장은 26년째 후쿠오카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 출신이고, 부산 해양대학교를 졸업했다. 한 때 한국에서 항해사로 일했고, 후쿠오카 시내에 있는 규슈대학에서 컴퓨터를 공부했다. 유학생활 후 그는 여행사를 운영했는데, 어느 날 지인이 레지던스 호텔을 후쿠오카에서 해 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뜻하지 않은 인연으로 또 다른 비즈니스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레지던스를 하려면 당연히 건물이 필요할 텐데, 무슨 소리인가 했어요. 저에게는 돈도 없었고, 제가 그 사람을 아주 잘 알지도 못한 분이었거든요.” 건축가였던 지인은 일본 은행으로부터 돈을 직접 융자하고, 직접 레지던스 건물 지어주었다고 한다. 정 회장은 현재 지금 43개의 원룸이 있는 레지던스를 운영하고 있다. 후쿠오카 하카타역에서 7분 거리에 있는 PICOLO HAKATA라는 곳이다. 그는 제이플랜이라는 화장품 회사도 운영하고 있다. 피부를 보호할 때 사용하는 기초 오일을 만들어 판매한다.

“앞으로 사업을 확대해 일본의 우수한 제약 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비즈니스를 할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기획한 일입니다.” 그는 수년 전 이 일을 위해 일본 약사를 고용했고, 약국 면허도 받았다고 했다. 회사에는 조그만 약국도 있다. 재팬 드럭(japan drug.net)이라는 인터넷 쇼핑몰도 운영 중이다.

정 회장과 후쿠오카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후쿠오카 타워로 이동해 대화를 이어갔다. 후쿠오카는 외국인들이 살기를 가장 선호하는 150만의 도시. 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 부산에서 20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한국과 가장 가까운 도시다.

“일본 약 정로환의 원래 한자가 무엇인지 아세요? 정복할 정, 러시아의 러, 탄환의 탄을 썼어요. 러일전쟁에 참전하는 일본 군인들의 복통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회사는 정로환뿐만 아니라, 심장약 구심, 소화제 오타이산 등 유명한 200여개 일본약을 팔고 있다. 입소문이 퍼져 마니아층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는 게 정 회장의 말.

“최고 품질의 상품을 소량씩 판매하는 게 미래 비즈니스의 방향입니다. 세계가 글로벌화 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날 기자는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의 3박4일 규슈지역 워크숍에 동행하고 있었다. 재단은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국 주변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한반도 통일을 앞당기는 활동을 하는 단체다로, 워크숍 마지막 날 정 회장을 만난 것이다.

정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규슈는 후쿠오카를 비롯, 구마모토, 나가사키, 기타큐슈, 미나모토, 사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가장 큰 도시인 후쿠오카는 13세기 몽골군이 일본을 정벌하기 위해 주둔했던 곳. 일본군은 몽골군에 적수가 못해 다자이후까지 밀렸지만, 태풍이 부는 바람에 함대가 침몰됐다. 일본은 이 태풍을 하늘이 도왔다는 뜻에서 신풍(神風, 가미카제)이라고 부른다. 후쿠오카에 거주하는 재일동포는 약 7천명. 뉴커머는 유학생을 포함, 약 1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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