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경성 모던 타임스-1920, 조선의 거리를 걷다
[신간] 경성 모던 타임스-1920, 조선의 거리를 걷다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4.03.21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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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년 기자로 활동한 박윤석씨 지음

“이제 본정은 유행의 최첨단이다. 온갖 진귀한 물건이 한데 모인 백화점, 서양 물건을 전문으로 하는 양품점, 서양의 가죽구두를 파는 양화점, 의류점, 모자점··· 일찍이 동경의 긴자 거리를 헤매는 모던보이 모던걸을 ‘긴부라’로 부른 것처럼 이제 경성의 본정 주변을 맴도는 이들을 ‘혼부라’로 빗댔다. 본정과 명치정, 영락정 일대는 리틀 도쿄라고 불린지 오래다.”(경성 모던타임즈-모모족이 즐겨 찾는 사랑의 아이스커피 中)

1920년대 충무로의 모습이다. 조선인들의 저항에 일제는 문화정치라는 이름으로 식민통치 제2기를 시작한다. 전차, 맥주, 커피 등 다양한 문물이 조선인들의 일상에 녹아든다.

“이 일대를 근거지로 삼는 혼부라는 모던보이와 모던걸이라는 말도 이제 거추장스러운지 모뽀, 모껄로 줄여 부르며 요즘 아이스커피에 심취해 있다. 남녀 한 쌍이 머리를 부비며 보리줄기로 쭉쭉 빨아먹는 사랑의 아이스커피는 올여름 본정통의 진풍경이었다.”(경성 모던타임즈-모모족이 즐겨 찾는 사랑의 아이스커피 中)

3월14일 <경성 모던 타임스>(425p, 문학동네)라는 책이 발행됐다. 부제는 ‘1920, 조선의 거리를 걷다’이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에서 20년간 기자로 일한 박윤석씨가 지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경성은 이전의 일제 무단통치와 달리 조선인들이 입으로는 먹고 마시고, 눈과 귀로는 보고 들으며 알게 모르게 문화를 체험한다. 저자는 한림이라는 가상 인물이 당시 조선의 역사적 사건을 비롯해 사회 문화상을 아우르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이책을 썼다.

“계림영화협회의 세 번 째 작품 <먼동이 틀 때>가 단성사에 걸린 1927년 10월26일 저녁은 심훈에게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그해 봄 일본 교토로 건너가 일본활동사진주식회사 촬영소에서 무라다 미노루 감독의 지도하에 6개월간 영화수업을 받고 돌아와 메가폰을 잡은 회심의 데뷔작이었다.”(경성 모던타임즈-낙화유수 中에서)

이 책에서 소개된 심훈은 농촌계몽소설 <상록수>를 쓴 소설가 겸 영화인이다. 3.1운동에 참여했다가 체포돼 투옥됐고, 1926년 동아일보에 영화소설 탈춤을 연재한 것이 계기가 돼 영화계에 투신했고, 이듬해에 일본으로 건너가 영화를 공부하고 돌아와 먼동이 틀 때를 감독했다. 심훈, 이광수, 최재형 등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 봄으로써 시대가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었는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경성 모던타임스는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된다. 첫번 째 이야기는 일제에 대한 저항운동이다. 고종의 죽음, 3.1운동, 나석주의 동양척식회사 폭탄 투척사건, 상하이 노령 등지에 세워진 임시정부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했다. 두 번 째 이야기는 왕조가 사라지면서 개인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들어서는 당시 사회의 모습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이 책은 한국 근대성의 여명을 찾아 나선 한 탐구자의 항해일지이자 그가 편력한 세상에 대한 입체적 보고서이다.” 남진우 문학평론가의 이 책에 대한 소개다. 1920년대 경성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산책자의 시선에 의해 당대의 이질적이고 복합적인 경향과 현상이 차례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저자인 박윤석씨는 “근대는 무엇인가. 한국인은 누구인가. 서울이라는 공간이 시간이 겪어낸 바를 당대인들의 문헌을 통해 간접 관찰한 결과가 이 책”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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