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제 금융시장에 손 내민 아르헨티나
[기고] 국제 금융시장에 손 내민 아르헨티나
  • 박채순<정치학 박사, 아르헨티나 존 에프 케네디 대학
  • 승인 2014.04.1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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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30일 아르헨티나 친 정부 신문 ‘파히나12’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가 아르헨티나에 연 6.5%, 2년 기한으로 10억 원의 대출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확인을 요청 받은 경제부는 “여러 금융기관들로부터 융자를 제안 받았다”고 응답했다. 만약 이 차입이 현실화 되면 아르헨티나가 2001년 12월 디폴트 선언 이후 12년 만에 국제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한 첫 번째 케이스가 될 것이다.

네스토르와 크리스티나 키르츠네르 부부 대통령은 ‘빚 안 지기 정책’(Desendeudamiento)을 구사해 왔다. 좋은 표현으로 빚 안 지기 정책이지만, 어느 국제 금융기구도 아직까지 아르헨티나에 융자를 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2013년 말부터 만연했던 아르헨티나의 또 한 번의 위기설에 세계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익만을 쫒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아르헨티나에 대한 투자 소식이 의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이 10억은 골드만삭스가 아르헨티나에 투자할 전체 50억 중 일부라는 보도다. 여기에 골드만삭스뿐만 아니라 JP모건(JP Morgan)은행도 아르헨티나에 차관을 공여하기 위해 교섭 중이라는 보도도 있다.

한편, 지난 3월 29~30일에 브라질 코스타 두 사우이페(Costa do Sauípe)에서 열린 미주개발은행(IDB)의 제55차 총회에서 IDB총회의 각국 대표들과 국제 투자은행, 기업인 등 참석자들이 주최국 브라질 은행이 주최한 칵테일파티에서 나눈 주된 대화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정책이 작년과 정 반대로 달라졌다면서 아르헨티나의 변화에 대해 기대와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주개발은행(IDB)은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 금융기구로써 1959년에 설립되어 남아메리카와 카리브 지역에서 경제, 사회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중남미 지역 내의 중요한 기구다. 한국도 2005년에 중남미와의 교류를 증진하기 위해 47번째로 역외 회원으로 가입하였고, 가입 10주년을 기념하여 2015년 3월 26~29일에 부산에서 56차 총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현오석 부총리도 참석한 이번 연차 총회에서 IMF 알렉산드로 웨르너르(Alejandro Werner) 국장이 “비록 아직까지 불안한 점은 있지만 아르헨티나 정부가 경제 정책 방향을 바르게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대외 정책운용과 국제 환경 변화

분석가들은 이제 더 이상 아르헨티나에 파국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설령 단기간에 잠재적인 위험이 존재하더라도 국제 환경이 아르헨티나에 우호적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국제 금융기구의 환경 변화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대외 관계 개선을 위한 일련의 정책 변화에 기인한다고 판단한다.

크리스티나 정부는 2012년에 렙솔로부터 몰수한 YPF에 대해 보상을 미뤄오다가 작년부터 협상을 추진하여 2월25일 보상금 50억 달러와 그에 대한 이자를 보상한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이 합의안은 2월28일 렙솔의 이사회에서 통과됐고, 3월 28일 렙솔의 주주총회와 27일 아르헨티나의 상원을 통과하여 하원통과만을 남겨두고 사실 모든 협상을 마무리한 셈이다.

파리 클럽에 안고 있는 60여억 달러에 대하여는 아르헨티나 정부와 파리 클럽 대표가 2014년 1월부터 협상을 시작하였고, 어떤 방법이든지 5월말 경에 제 조건을 담은 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진다. 파리클럽의 채무에 대한 보증과 협상 이행으로 국제 금융기구에 신뢰를 더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브레이트 채권(fondos Buitres)은 아르헨티나가 다시 디폴트에 빠질 수 있는 가장 문제가 되는 채무다. 미국 대법원에서 6월경에 결론이 날 이 건에 대해 프랑스, 멕시코와 브라질 등의 국가와 2001년 노벨경제학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와 여러 시민단체들이 아르헨티나에 유리한 법정 조원자(amicus curiae)가 되어주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미국 오바마 정부도 이와 같은 조치를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미국 대법원에서 의제로 다루지 않거나 아르헨티나에 불리한 판정을 내릴 경우에, 아르헨티나는 13억 달러에 해당하는 채무를 현금으로 상환해야 하며, 모든 채무를 같은 조건(pari passu)으로 처리한다는 조항에 의해 아르헨티나의 정부와 세계 금융계에 일대 큰 재앙이 닥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런데 국제 금융기관들이 브이트레 채권자들과 협상을 통해서 그 채권을 인수한다는 계획이 알려지고 있다. 그 금융기관들은 이 채권을 인수한 후 아르헨티나 정부에 다른 채권과 교환하는 방법으로 구제한다는 것이다.

이의 성사를 위해 여러 가지 어려운 과정과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이런 조치와 이번 골드만 삭스의 차관 제공은 아르헨티나에 더 이상 디폴트는 없을 것이며, 투자자들이 아르헨티나에 투자하면 충분한 이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크리스티나 정부는 현재 족쇄환율(Cepo cambiario)을 풀고자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의 해외 도피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된 이 이중환율 제도는 실효가 없어 이를 폐지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으나, 부족한 외환보유고를 더욱 감소시키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여 60억 정도의 차관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매스컴의 보도다. 또한 외자 유치에 지장이 되고 있는 해외 송금 금지도 풀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아르헨티나 정부는 2003년부터 가스와 상수도에 지급했던 정부 보조금을 점진적으로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더 이상 재정 적자로 소비자를 보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급한 위기는 넘겼지만 아직도 과제가

아르헨티나가 지난 해 말 이후의 경제 위기도 무사히 넘기고, 대외에 문을 두드리기 위한 다방면의 경제 운영 조치를 취한 가운데, 대외 환경이 유리하게 변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정부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에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수그러들지 않고 소비와 경제활동 감소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따르지 못한 봉급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저항이 매우 크다. 4월10일에는 노동자 총 연맹과 운수 노조 등에서 대규모 파업을 실시한다.

상수도와 가스 요금에 대한 보조금 폐지는 이제까지 키르츠네르 정부가 고수해온 고객편의주의와 포퓰리즘 정책의 후퇴를 의미한다. 이번 조치로 대부분의 소비자가 가스와 물 요금이 많게는 500%까지 인상될 것이라는 보도다. 곧 이어 전기요금의 보조금도 제거한다는 계획도 수립 중이다.

이런 환경에서 생각 보다 일찍 찾아온 레임덕 현상 앞에서 국가 경영의 주도권을 상실한 크리스티나 대통령은 2015년으로 다가 온 대선의 후계자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임기 후에도 아르헨티나의 정계에서 일정의 영향력과 지분을 갖고자 하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그의 정부가 설령 위기를 넘기고 국제 환경이 변했다고 하지만, 이 좋은 기회를 잘 활용하여 정상적인 국가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할 임무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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