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산타 아나 바람, 거대한 불 폭풍
[Essay Garden] 산타 아나 바람, 거대한 불 폭풍
  • 최미자<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4.05.24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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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화사한 태양 아래 예전의 오월과 달리 밖엔 매서운 바람이 종일 불고 있다. 불안하다. 파란 하늘이 공해로 뒤덥이는 산불이 어디에선가 다시 일어날까. 우리 집 처마 밑에는 핀치새의 새끼들이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태어나 어미로부터 먹이를 받아먹느라 짹짹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생명 있는 새끼는 모두 귀엽다. 눈길을 둥지로 돌려 잠시 분주했던 일상의 마음을 나도 내려놓는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우리 집을 찾아오는 새들도 인간처럼 아름다운 계절인 5월을 알고 있나. 너무나 변덕스러운 날씨이기에 올해는 추워서 죽지는 않았는지, 몇 마리를 낳았는지 궁금하다. 우주의 자연과 생태계에 심각한 변화가 오고 있다는 예보에도 많은 사람은 아직도 건성이다.

지난 13일인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삼일동안의 샌디에고 카운티 북부의 산불로 10,000 에이커가 넘는 땅이 숯으로 변했다. 8채의 집과 교회, 하이텍 회사와 상가건물 2동, 개인 아파트인 콘도 18채가 소실되었다고 한다. 근사한 회사건물이 허망하게 타서 덩그렇게 철근 구조물인 뼈대만 남았다. 순식간에 불어닥친 불 폭풍으로 건물 안의 중요한 자료와 사무기구들은 얼마나 대피시켰을까. 커다란 교회는 신기하게 십자가가 새겨진 콘크리트 벽 하나만 달랑 남아 있다.

근사한 경치가 보이는 산 정상의 멋진 주택들은 폭격을 맞은 듯이 와르르 무너져 새카맣게 변해버렸다. 어느 주인은 여행을 다녀오니 집이 그렇게 사라져버렸다고 했다. 가을과 겨울에 불어오던 산타 아나 바람은 샌디에고 역사상 아마 처음이라는 5월의 불 폭풍이었다.

올해도 아홉 군데에서 불길이 치솟았지만 산마르코스의 인근 지역인 칼스배드와 에스콘디도 지역에만 그쳤다. 봄이면 드넓은 꽃밭으로 유명한 칼스배드. 명품 할인점 상가가 있어 관광객들이 즐겨 들리는 곳이다. 태평양이 인접하고 새로 지은 집들이 많아 꿈의 도시였는데, 3번이나 찾아온 화마로 이젠 주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22대의 군용헬기와 이천육백 명이 넘는 소방관이 동원되었지만, 예측할 수 없는 바람의 변덕스러움과 방향을 따라 싸워야 했다. 바람이 지나가는 곳은 그야말로 절망의 땅이 되었다. 큰일이 일어날 때마다 조용히 법을 따르는 미국국민들. 그래서인지 인명피해는 들리지 않았다. 2003년에도 10일 동안이나 겉잡을 수 없는 산불로 샌디에고 카운티가 회색 하늘과 불에 탄 재의 먼지로 뒤덮여 우린 매일 숨쉬기도 힘들었다.

지난 4월 15일 밤 11시경 처음으로 샌디에고에서 개기일식을 보았다. 그날 밤 뉴스에서 아나운서는 불길한 징후라고 불리는 달이라며 핏빛으로 물든 달(Blood moon)을 영상으로 소개했다. 공교롭게도 세계는 시끄럽고 피를 흘리고 있다. 세월호 침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어이없는 크리미아 영토분쟁, 미 중부의 토네이도 강타, 밤중에 소말리아의 여학교를 침범한 집단 유괴사건, 터키의 수백 명이 파묻힌 탄광 사고. 통계에 의하면 지금도 남가주는 계속 작은 지진으로 땅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100도를 웃돌던 기온이 일기 예보대로 지금은 화씨 70도(섭씨 24도쯤)로 주말부터 내려왔다. 이웃집에 우뚝 서 있는 팜 트리의 기둥이 흔들거리며 나뭇잎이 사각사각 부딪치는 소리가 어쩐지 나는 기분 나쁘다. 산타 아나 바람(Santa Ana Winds).

동쪽 모하비 사막에서 발생한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이 오렌지 카운티(샌디에고와 로스앤젤러스의 중간 지역)에 있는 산타아나 캐년을 통해 지속성으로 불어오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젠 사람들은 악마의 바람이라고 말한다. 자연발화인지, 방화인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도깨비장난 같다며 매스컴도 의아해하며 화재의 원인을 수사 중이라고 알려준다.

그렇지 않아도 해외에 사는 우리도 한 달 동안 세월호 참사로 분통이 터져 신문기사를 읽으며 날마다 유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아픈 날을 함께 보냈는데, 무섭게 이글거리는 샌디에고 산불을 바라보노라니 또다시 진도 앞 바닷물 속으로 뒤집히던 세월호가 눈앞에 부글부글 떠오른다.

한국에 사는 너무나도 부끄러운 인간들이 만든 재난이었기 때문이다. 이젠 나는 한국인으로 자랑스럽다는 말도 더는 미국의 이웃들에게 못할 것 같다. 물속에서 비명에 간 선량한 사람들과 우리 귀한 아이들의 떼죽음을 절대 잊지 않으리라.

오랜 세월 부패해 온 대통령과 무책임한 관리들, 돈밖에 모르는 사기꾼 같은 사업가들을 침착하게 찾아내고, 깊이 썩은 뿌리들을 국민 모두 함께 반성하며 뽑아내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은 세월호 참사와 연결된 재벌 사업가 유병언 씨와 가족을 찾고 있는데도, 일부 신도들은 종교 탄압이라며 유 씨를 옹호하며 숨바꼭질하며 대한민국의 법과 선량한 국민을 조롱하고 있으니 어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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