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時論] 황사의 진원지 몽골을 찾아-3
[전대열時論] 황사의 진원지 몽골을 찾아-3
  • 전대열<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14.06.0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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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양노르솜 호수살리기 시민연대’는 2009년 서울에서 창립된 수많은 시민단체 중 하나다. 대부분의 시민단체는 나름대로 이념을 정립하고 사회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표시하거나 이를 관철시키는 운동을 한다.

시민운동에는 한국만이 가진 오랜 전통이 있다. 100년도 훨씬 전인 조선왕조의 말년에도 만민공동회를 만들어 가렴주구를 비판하고 외세개입을 경계했던 의식청년들이 있었다. 독립협회 운동으로 을사늑약을 반대하고 강제합방에 저항했으며 105인 사건으로 파동을 일으켰다. 일본 강점 10년 후에 터진 3.1만세운동은 거대한 독립운동의 밑거름이었다.

이러한 전통은 면면히 이어오면서 민주화운동으로 승화되었고 인권과 환경 그리고 위안부 문제를 부각시키는데도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바양노르솜 호수 살리기 운동은 문제의식을 국외로 돌린 최초의 시도다. 바양노르솜은 울란바토르에서 2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원래 바양노르솜 호수가 지역 전체를 차지하다시피 하면서 주민들에게 물을 공급했으며 수많은 가축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호수는 말라갔다. 시나브로 줄기 시작하더니 10년 사이에 10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물이 사라진 호수는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처럼 서서히 흙이 되었다. 수평선이 보였던 큰 호수가 이제는 손바닥만큼 남아있다.

그나마 가축들의 목욕과 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호수가 살아있을 때보다 가축의 수는 더 늘어났다는데 있다. 100분의 1로 줄어든 호수에서 물을 마시고 목욕을 하는 동물들은 서로 몸을 부딪쳐야 하는 동대문시장처럼 붐비며 산다. 동물 분뇨로 물은 더럽혀졌고 주위는 밟고 다닐 공간조차 없다.

고갈된 호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가축을 대폭 줄이고 숲을 가꿔야 한다. 먼 미래에 효과는 나타난다. 앵크태반 바양노르솜 솜장은 2009년 한국청소년수련원장 김동흔을 만나 호수를 살려달라고 호소하기에 이른다. 김동흔은 이 문제를 선배인 갈릴리교회 인명진과 상의한다. 두 사람 모두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헌신했으며 시민운동에 일가견을 가졌다.

인명진은 그린코리아포럼, 서울흥사단, 서울수도병원, 울란바토르대학교, 코리아몽고포럼, 푸른아시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등을 참여단체로 한 바양노르솜호수 살리기 시민연대를 창립하기에 이르며 상임대표의 중책을 수락한다.

금년까지 해마다 한번씩 6회에 걸쳐 1만그루가 넘는 나무심기 행사를 계속해 왔다. 여기에는 현지주민들의 협조와 바양노르솜 공립학교 학생들의 참여가 눈부셨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에는 몽골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왜 우리가 해야 되느냐 하는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도 많았고, 단체들도 형식적인 참여에 그쳤으나 황사의 진원지가 몽골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현실적인 환경위협을 받게 되면서 새로운 의식을 되찾게 되었다.

‘호수연대’에서는 몽골 최대의 대학인 울란바토르대학교에서 한국과 몽골 수교20주년 기념심포지엄을 개최하고 바양노르솜 지역에 조림 및 태양광을 활용한 수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의료혜택이 없는 주민들을 위한 의료봉사로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으며 호수주변 10ha에 먼 미래를 위한 10만 그루의 조림계획도 확정해 놨다. 환경부에도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했으며 참여단체를 확충하여 제주 관음사, 불암산 천보사, 현대종합병원, 소망칫과 등이 추가되었다.

푸른지구 팔당지부와는 남종팔당호반 하프마라톤대회도 공동주관하고, 포스코에너지와 함께 함께하는 웃는 기부텃밭을 주관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인으로 울란바토르대학교 총장을 맡은 최기호 강연회를 출판문화협회 강당에서 개최하여 언론의 주목을 이끌었다.

인명진은 특유의 추진력으로 특임장관실에서 주관하는 시민사회단체 홍보박람회를 국립박물관에서 열어 대국민 소통 한마당을 거창하게 벌이기도 했다. 이는 사막화 방지라는 대명제의 이해와 참여를 촉구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국토의 80%가 사막화하고 있는 몽골의 미래를 바로 잡기는 어렵다. 이미 10년 사이에 1166개의 호수와 887개의 강이 메말랐다는 몽골의 현실은 몽골만의 재앙이 아니다.

그러나 몽골의 지도자들과 몽골 국민들이 깨닫지 못하면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몽골은 그들의 땅이기 때문이다. 다만 동북아시아의 모든 국가는 몽골이 각성할 수 있도록 도와줄 책임과 의무가 있다.

몽골의 사막화는 동북아시아 전체의 재앙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이를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 몽골 지도자들은 과감하게 가축을 줄이는 정책을 써야 한다. AI가 창궐할 때 한국에서 2천만 마리가 넘는 닭과 오리 그리고 구제역 돼지를 살처분한 한국의 정책은 무모하리만큼 과감하게 진행되었다.

나무를 심어봐야 동물들이 갉아먹는 정책이 되풀이되어서는 호수는 살아나지 못한다. 몽골의 미래는 용기 있는 지도자를 갈망한다. 이것이 지구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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