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 영주귀국 할 생각입니다”
“친구 따라 영주귀국 할 생각입니다”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4.06.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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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경선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 자문위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온 이경선(사진) 자문위원은 현재 영주귀국이 가능한 사할린 출신 고려인이다. 그는 먼저 영주귀국한 친구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아직 해야 일이 있다. 그처럼 1945년 8월15일 이전에 출생한 사람만 영주귀국 대상이기 되기 때문이다. 단 며칠 차이가 나더라도 이후에 출생한 사람들은 대한민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영주귀국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그는 두 가지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영주귀국 자격이 없더라도 일흔이 다된 연로한 동포들이 모국으로 귀국할 수 있는 제도적 차선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으로 올 수 있는 교통비(일본 지원)와 주거마련(한국 지원) 비용은 러시아 동포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지자체가 지원하는 각종 복지혜택만은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몇 년 동안 적십자사와 세부사항을 논의해 왔고, 구체적 제안을 서면으로 작성해 청와대에 제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이보다 더 나아가 고려인 동포들이 모국에서 저렴한 장기전세 주택 혜택을 받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이 자문위원은 이와 관련해 그의 친구가 영주귀국한 사례를 들러줬다. 홀로 영주귀국해 경기도 오산에 터를 잡았는데, 뜻하지 않게 러시아에 거주하던 가족과 친지들이 자비를 털어 한국을 대거 방문하고 있다는 것. 심지어 친구의 손자는 할아버지를 찾아 한국에 놀러왔다가 아예 눌러앉아 한국의 모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요컨대, 고려인들과 대한민국 간의 연결고리를 영주귀국한 어르신들이 한몫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려인들에 대한 지원이 단순히 일방적 혜택이 아니라 모국과 동포 차세대들을 긴밀히 연결하고, 모국에 대한 관심도 증대시키는 모멘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른 한편으론 모국과 고려인들을 연결하는 최대의 난관은 역시 언어문제라고 지적한다. 모국과의 소통문제에 있어 한국어 교육이 가장 결정적이라고 말하는 그는 고려인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문화지원 단체 ‘고려민족문화자치회’와 현지공관과의 협조를 통해 한국문화 및 한국어교육 지원사업도 추진해오고 있다.

“세상에 제일 아름다운 도시가 상트페테르부르크”라고 추켜세울 만큼 러시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지만 그의 시선은 어느새 어머니의 나라를 향하고 있다. 구십이 훌쩍 넘은 그의 모친은 현재 안산 고향마을에 계신다. 굳이 개인사업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가 어머니를 찾아 모국에 자주 오듯이 정부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갖는다면 러시아의 수많은 차세대들도 고향을 찾는 연어들처럼 대한민국을 자연스레 찾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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