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역사 교과서에 ‘한국전쟁’ 넣었어요”
“캐나다 역사 교과서에 ‘한국전쟁’ 넣었어요”
  • 이호근 기자
  • 승인 2014.06.1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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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후정 캐나다 참전용사회 프로젝트 이사

▲ 김후정 캐나다 참전용사회 프로젝트 이사
“캐나다에 유학을 갔는데 한국전쟁을 전쟁이 아닌 그저 ‘Police action’이라고 하더라고요. 거기에 화가 났어요.”

김후정 캐나다 참전용사회 프로젝트 이사를 만난 건 6월9일 민주평통 해외지역자문회의가 열리는 홍은동 그랜드 힐튼호텔에서였다. 그는 토론토협의회 자문위원 자격으로 캐네디언 남편 Don Kennedy 씨와 함께 이 자리에 참석했다. 전직 소령인 그녀의 남편은 명예참전용사. 한국전쟁에 관심이 많은 이들 부부는 DMZ에 가기 위해 동행했다고 했다.

“세종대 영어영문학과에 다니다 1996년 해밀턴 맥마스터대학 경영학과에 다니며 한인학생회장을 했어요. 졸업하고 한인여성회장이 됐을 때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기념회에서 식사대접을 하면서 캐나다 정부에서는 한국전쟁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어머니는 흑남부두에서 탈출한 실향민, 아버지는 군인이었던데다 삼촌과 큰 아버지, 사촌오빠 등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군인집안인 탓에 어린 시절부터 한국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왔던 그는 한국전쟁을 전쟁으로 인정하지 않는 캐나다 정부에 적잖이 화가 났다. “이분들을 대표해 싸워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한국전에 관한 박물관은 당연히 없었다. 그는 해밀턴 전쟁박물관을 빌려 6개월 간 개인전시회를 열었다. 참전용사들을 찾아다니며 물건을 빌려다 한국전쟁에 관한 기록을 완전히 재현해놓았다. 2005년에는 참전용사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기로 마음먹고 ‘Canadians Our Heroes, 1950-1953 Korean War’을 공동으로 펴냈다.

이를 계기로 한국전쟁에 대한 캐나다의 시선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는 이 책을 한국어와 영어로 번역해 학교, 군사박물관, 도서관, 재향군인들에게 무료로 배포했고, 매체에도 소개됐다. “당시 장 크레티앙 수상이 책의 머리말을 써주셨어요. 그 덕분에 캐나다 역사 교과서에 ‘한국전쟁’으로 언급되기 시작했죠.”

그전까지 캐나다의 한국전참전용사들은 그야말로 ‘잊혀진 전쟁의 잊혀진 영웅’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정부의 연금을 받게 됐다. 작년 한국과 캐나다 동맹 50주년은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해’로 지정됐고, 7월27일을 ‘한국참전용사의 날’로 제정했다. 오는 7월28일에는 벌링턴에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캐나다 전함 8척에 대한 전함비를 세운다. 이날 H2O품앗이본부에서 한국학생 40명과 선생님 10명이 참여한 가운데 기념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이밖에도 그는 앤 케스터에 한국참전용사 동판을 설립하고, 하이다 전함에 한국 동판을 설립하는 등 12년간 캐나다의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대표해 많은 일을 이뤄냈다. 학교를 돌며 캐나다인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전쟁역사를 강의도 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전쟁을 알리는 일에도 열심이다.

캐나다에 가자마자 대형 교통사고를 당해 앉아 있지도 못할 지경이었던 그녀는 몇 안 되는 한국인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까봐 더 악착같이 학교생활을 했다고 했다. “서서 수업을 듣고, 누워서 시험을 치르며 학교에 다녔다”고 그녀는 회상했다. 그럼에도 이를 극복하고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의 노력을 각계각층에서 인정받았다. 해밀턴 VIP 시장상, 보훈처장상, 엘리자베스2세 다이아몬드 주블리 메달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2010년에는 캐나다 한인여성 최초로 시의원 후보에 오르기도 했었다고.

“예전엔 관심도 없던 한국전쟁에 관해 많이 관심을 갖게 된 것만 해도 상당히 큰 성과”라는 그의 프로젝트는 이제 끝난 것일까.

“하이디전함은 유일하게 한국전쟁에서 살아남은 전함이에요. 천안함과 자매결연을 해서 오고 갈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당연히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전쟁의 역사를 가르쳐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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