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통해서 러시아인들에게 다가갈래요”
“‘문화’ 통해서 러시아인들에게 다가갈래요”
  • 이호근 기자
  • 승인 2014.06.16 1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최인나 민주평통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회장

 
“러시아인들은 ‘한국’하면 재미있는 나라라고 생각해요. 잘 알고 있는 중국도, 일본도 아닌 그 사이에 낀 나라라고 말이지요. 전자제품과 최근에는 K-POP을 떠올리고요.”

6월10일, 민주평통 해외지역회의가 열리는 홍은동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최인나 민주평통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회장이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 한국어문학과 부교수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있는 그는 민주평통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러친선협회에서도 활동한다.

사실 그는 러시아 동포 4세로 부모님도 한국말을 몰라 한국어를 접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러시아 학교를 다니고 러시아인 친구를 사귀면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도 없었고 열등감도 전혀 없었다”는 최 지회장은 92년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90년대 수교 이후 러시아를 찾은 한국인 유학생 중 한 명이 그의 집에서 하숙을 했는데, 그 학생이 “한국어를 알아야 한다”며 한국어 공부를 적극적으로 권했다고.

끈질긴 권유와 설득에 관심도 없었던 모국어를 배우고 결국 가고 싶었던 의대를 포기하고 한국어를 선택, 박사과정까지 밟고 모교에 남았다. 그 유학생의 영향으로 선택한 것이었지만 후회는커녕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어문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동기가 뭐냐고 물어보면, 일부는 통역가나 번역가, 연사 연구 등 문화적인 활동을 하고 싶어 하고, 일부는 실질적으로 한국회사에 들어가서 일하고 싶어합니다.” 몇 년 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현대자동차 공장이 생기면서 일자리가 많아졌다고 했다.

학생들처럼 최 지회장도 문화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최 지회장이 몸 담고 있는 한러친선협회는 국가법에 따라 만든 민간단체로 공식적인 문화행사를 많이 연다. 한국 음악가들의 공연을 열고, 학생이나 일반인들을 상대로 독후감, 글짓기 대회 등도 진행한다. 한국어 수업을 하는 중고등학교의 올림피아드 등도 주관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회는 러시아 국적 동포 7명과 한국인 4명 총 11명으로 이뤄진 작은 지회로 모스크바협의회에 속해있다. ‘러시아 국적으로 어떻게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느냐’는 러시아 정부의 시선에 작년 10월부터는 협조적이지 못한 러시아 정부의 눈치보면서 조금 움츠리고 있는 시기지만 이제는 조금 이 문제가 해결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정치인도, 외교관도 아니기 때문에 비중있는 활동을 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렇지만 제자리에 있으면서 문화적인 활동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함께 공연을 한다든지 하는 문화적인 활동을 통해 한인사회와 현지인이 동화되고, 통합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딱딱한 행사보다 일반인들이 관심을 둘 수 있는 문화를 루트로 다가가려는 것. 노골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국가의 업무이고, 문화를 통한 소통이 민간외교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한국문화를 조금씩 소개하고, 좋은 평판을 얻어야 현지인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며 시작은 문화적인 루트로 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문화적으로 많이 일으켜보고 싶다고 했다. 2009년 한국의 ‘해오른놀이’라는 음악그룹의 공연이 반응이 좋았다며, 임기 내에 다시 한 번 부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지의 음악가나 음악원 학생들 등과 함께 공연하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는 끝까지 이웃국가잖아요. 이웃이 조화롭게 잘 살아야 주변의 모든 분들도 평화롭게 지낼 수 있으니까, 의견 차이를 좁히고 통합하고 한 마음으로 뭔가 하나를 제대로 이뤄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학생들에게도 “우선 그 나라를 좋아해야 좋은 감정이 생기고, 공부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최 지회장이다.

그가 러시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한국은 땅이 작은 나라인데 그 안에서 지역주의를 보고 러시아 학생들이 이야기한다”면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또 유교문화를 바탕으로 좋은 것이 많이 있는데 현대식으로 변하면서 그런 모습들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다이나믹 코리아는 물론 좋은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저는 대로보다 전통적인 골목길에 유니크하고 재미있는 곳이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주류보다 골목길로 들어가서 진짜 한국의 모습을 봐 주었으면 좋겠고, 그런 것을 잘 유지해 줬으면 좋겠어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