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석깔고 만나서 얘기합시다”
“멍석깔고 만나서 얘기합시다”
  • 이호근 기자
  • 승인 2014.06.17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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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진학 민주평통 토론토협의회장

 
누군가는 빈대떡을 부치고, 한 사람은 아궁이에서 불을 때고, 어떤 사람은 닭을 잡고, 또 다른 사람은 마당을 쓸고. 바닥에 깔린 멍석에는 앞집, 뒷집, 옆집은 물론 이웃 마을 사람들까지 모여 한바탕 술을 마시고 떠든다.

김치냉장고도, 청소기도 없던 옛날, 마당에서 잔치를 치르던 시골집의 풍경이다. 6월11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만난 최진학 민주평통 토론토협의회장은 뜬금없이 잔칫날의 풍경을 묘사했다. 이것이 바로 최 회장이 강조하는 ‘통일의 한마당’의 모습. 동네 사람이 다 같이 모여 소리 없이 주어진 일을 하는 잔칫날의 모습처럼 통일의 길목에서 모두가 각자의 일을 하는 것이 최 회장이 꿈꾸는 토론토협의회다.

항상 ‘소통과 참여’를 강조하는 덕분인지 토론토 협의회는 참여율이 좋고 굉장히 안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조직이 크게 변화하려면 공동의 가치관을 가져야 하고, 공동의 가치관을 갖기 위해서는 리더가 700번에 걸쳐 그 가치관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최 회장이 이야기하는 공동의 가치관 중 첫 번째가 ‘평화통일 한마당’을 만들어 만나자는 것.

최 회장은 한마당은 과거와 지금, 지금과 미래를 연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87명의 자문위원 중 여성자문위원 19명으로 통일자료구축위원회를 만들었다. 통일에 관한 국내외 좋은 글을 읽고 홈페이지에 올려 자료를 공유하는 분과다. 또 분기 또는 반기 별로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뉴스레터는 “숨어서 일하는 분들이 빛을 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마을에 잔치가 있으면 소리 없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 주인공이에요. 그 사람들을 자랑해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거죠.”

그는 몬트리올, 오타와 등 먼 지회까지 일부러 찾아가고 통일골든벨, 평화마라톤대회, 평화통일 자선음악회&미술대회 등 크고 작은 행사를 여는 것도 모두 ‘통일의 한마당’을 위한 방법의 하나라고 말했다. “행사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사가 끝난 뒤 네트워킹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최 회장은 덧붙였다.

최 회장이 말하는 두 번째 공동의 가치관은 ‘평화통일운동’이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전개했듯 분단시대에는 평화통일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족, 이웃, 친지에게 700번에 걸쳐 평화통일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한마당’이라는 것은 우리의 정서고 문화입니다. 멍석을 깔고 만나기만 하면 무엇이든 이야기가 되지요. 문제는 만나지 않는 것에 있습니다.” 남북한의 문제 역시 만나지 않는 것에 있다고 그는 말한다. 심각한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주제 없이 무슨 핑계를 대서든 만나서 이야기 하면 대화가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

그는 “캐나다는 세계평화에 대해 가장 예민하고, 크게 기여하는 대표적 국가이며, 북한 사람들도 캐나다에 대해서는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면서 남북한이 비정치적으로 ‘문화예술’을 매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캐나다에 만들고 싶다고 했다. 캐나다에 상시적으로 비정치적인 문화교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남북한의 미술인들이 전시회도 하고, 공연도 하는 문화활동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동질성의 회복은 말이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는 것이고, 비정치적인 문화예술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에요. 문화예술로 소통하다보면 가슴이 열리거든요.” 또 그런 것들이 쌓여야 만남의 기회가 생기고, 어떻게든 만나야 대화가 된다는 것이다.

“통일 문제를 이 안에서만 해결하려 하는데, 멍석을 깔아놓고 평통위원도, 한인들도, 캐네디언도 모두 불러들여야 해요. 전 세계인을 멍석으로 불러들일 빌미를 ‘문화예술’로 만들자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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