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교에 작은 도서관 만들었어요”
“한글학교에 작은 도서관 만들었어요”
  • 이호근 기자
  • 승인 2014.07.15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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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라상현 피지수바한글학교 교장

 
“피지의 한글학교는 다른 곳들과는 좀 달라요. 주재원이나 비즈니스 차 이민을 오는 경우도 있지만 유학으로 오는 경우도 많거든요.”

라상현 피지수바한글학교 교장이 피지의 한글학교를 소개했다. 미주지역이나 중국, 캐나다 등 한국 동포들이 많은 지역에 비해 재외국민이 많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한글학교 아이들은 많은 편이라고 했다. 교민 수가 천 명이 안 되는 이곳 한글학교의 학생 수는 80명 정도. 13명의 교사들이 수업에 나서고 있다. 조기유학이나 한국에 기러기 아빠를 두고 이른바 ‘엄마유학’을 오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예전에는 필리핀으로 가던 조기 유학이 필리핀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면서 피지로 옮겨진 것입니다.”

예전에는 은퇴이민을 온 어르신들이 많았지만 점점 젊은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나라가 워낙 작아 비즈니스하기에 알맞은 곳은 아니지만 한국이 각박해지면서 피지의 생활에서의 생활을 준비하기 위해 오는 경우다. 유학의 이유 역시 이전의 ‘영어를 위한 유학’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요즘 부모들은 단지 영어를 위해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고 아이가 경쟁교육이 아닌 자연을 배우면서 자유롭게 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옵니다.”

그래서 짧은 기간동안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영어교육에 집중하는 주재원이 많은 국가와는 달리 이곳의 학부모들은 한글학교의 중요성을 안다고 했다. 이곳의 아이들은 한국어가 능숙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한국어교육보다는 다른 교육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테면, 중학교까지 마치고 유학을 온 고등학생들은 보조교사로 활동하면서 라 교장과 함께 인생 로드맵그리기, 역사프로젝트, 진로상담 시간 등을 가진다. 또 한편으로는 한국을 알리는 일에 열심이다. 매년 8월 피지에서 열리는 가장 큰 축제에서 아시아 사람들이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아시안나이트’에 해마다 참가한다. 올해의 경우, 고등학생들은 K-POP을, 중학생들은 풍물놀이 공연을 준비 중이다. 또 태권도협회 시범단과 같이 퍼레이드도 펼친다. 현지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리다.

이렇게 꾸준히 한국문화를 알려내는데다 한류의 영향까지 커 현지인들은 한국문화와 말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래서 외국인반을 개설해 현지인들에게도 교육 중이다. 특이하게도 한국 유학 경험이 있는 네팔인이 수업을 한다고 했다. 한국어를 배워본 외국인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호응이 좋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한글학교 아이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다. 현지의 학교를 빌려쓰고 있는 한글학교는 아예 교실 하나를 임대해 도서관을 꾸몄다. 기존에 있던 책에다 모 기업에서 기증받은 400권의 책을 더해 스탬프, 커버, 바코드 작업까지 마친 도서관은 한글학교 수업이 있는 토요일이면 아이들로 북적인다. “아이들만 책을 본다고 되는 게 아니라 부모도 함께 책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 도서관에는 유아용 책부터 성인용 책까지 다양하게 구비했다. “이곳 아이들은 시간이 많고, 책이 귀해 책에 대해 더 애착을 갖는다”고 라 교장은 전했다.

내친김에 라 교장은 도서관을 이용한 독서교육을 강화할 생각이다. 그는 “피지는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넓은 세계를 볼 수 없다”면서 “책을 통해서나마 아이들이 넓은 세계를 볼 수 있도록 하고, 한국의 역사 등을 책으로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어수업의 연장으로 ‘독서왕 선발대회’, ‘나만의 책 만들기’ 수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독서교육에 부모님이 함께 책보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당연히 한인사회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 라 교장의 생각.

그는 다른 지역의 한글학교에서도 도서관을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우선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한인 가정에서 가지고 있는 책만 모아도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 작더라도 아이들이 독서 분위기를 조성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재정적인 부분. 피지수바한글학교의 경우 재단에서 나오는 돈으로 렌트비를 해결하고 있다.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음악회 등 자선행사도 열었다. 한글학교에서는 한글학교대로 노력을 하고, 정부나 재단 쪽에서 조금 더 신경 써준다면 아주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라 교장은 재단의 지원금 대부분이 렌트비로 쓰이기 때문에 교사들을 제대로 처우해주지 못한다며 미안함을 내비쳤다. 교사들에게는 차비 정도의 급여가 지원되지만 사실 토요일 오전 시간을 아이들에게 할애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다. 아무도 그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좀 더 정당한 대우가 필요하다는 것.

책을 운반할 방법이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사실 책을 기증 받을 곳은 많지만 책을 가지고 오는 것이 문제”라는 라 교장은 각국에 직항노선으로 취항 중인 항공회사에서 홍보를 하면서 배달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행히 배편으로 책을 받지만 한꺼번에 많은 책을 받기보다 정기적으로 양질의 도서를 꾸준히 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동포들이 모두 그 항공편을 이용하는데 그 정도의 환원은 해줘도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본인들 홍보도 하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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