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통역봉사 그만두는 날이 새 기네스 기록"
"내가 통역봉사 그만두는 날이 새 기네스 기록"
  • 조규일 특파원
  • 승인 2010.11.29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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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3만여 시간 자원봉사한 이해영씨

2008년 2월 국회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통역 자원봉사자로 나선 이해영(가운데)씨가 외신기자들과 기념촬영했다
30년간 3만시간 동안 통역 자원봉사 활동을 해온 이해영(64)씨.

정부 지원금 한 푼 없이 자신이 경비를 대가며 매년 1,000시간 이상씩 30년간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알려온 그의 활동은 이미 2007년 12월 3일 세계 기네스협회의 공인을 받았다.

이씨의 통역자원봉사 기록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만 4,500시간이 넘어섰다. 하루 평균 3시간씩 33년째 남을 위해 살아온 셈이다.

이씨는 어릴 적 서울 한남동 유엔 빌리지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했다. 이어 한국은행에 다니던 아버지가 일본 나고야로 발령을 받는 바람에 일본에서 중·고교 과정을 마치며 일어까지 자연스럽게 배웠다.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남들에 비해 많았던 이씨는 채 스무 살이 되기 전 영어와 일어, 프랑스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스무 살이 되던 1957년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을 졸업한 뒤 가정을 꾸리고 직장생활을 하던 이씨는 직장과 아이들 교육 등을 고민해온 끝에 1974년 미국 이민을 결심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생활하던 이민 초기에는 변변한 일자리가 없어 구두닦이와 빌딩 청소, 주유원 등 파트타임으로 생계를 꾸렸다.

그러나 이씨는 이처럼 가장 힘든 시기에 자원봉사와 인연을 맺었고 삶의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LA 한인타운 축제 때 우연히 통역 자원봉사를 했는데, 영어를 잘 한다고 동네에 소문이 난 거에요. 그래서 LA한인회의 통역을 맡았고 생활의 안정까지 찾았습니다."

이후 10년간 평탄하게 살던 이씨는 88서울올림픽에서 다시 전환점을 맞는다. 통역자가 절대 부족했던 올림픽을 위해 정부에서 통역을 요청해 온 것이다. 그는 "통역을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을 때 다시 국내에 정착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통역자원봉사가 내 운명이란 생각도 이때쯤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 이후 대전엑스포와 세계도자기축제, 세계태권도대회, 2002년 한ㆍ일 월드컵 등 계속된 국제행사에서 쉬지 않고 통역자원봉사를 해오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경력만큼이나 실력도 쌓여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자원봉사자로 외국 귀빈을 안내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는 현재 경기도자원봉사센터 홍보대사로 남양주 몽골문화촌과 홍릉, 수원 화성 등을 돌며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소개하고 문화재를 설명하는 일을 하고 있다.

"2005년 열린 세계 태권도대회에 출전한 에밀 라후드 레바논 대통령 딸의 통역을 맡아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초청을 받았던 게 나름 기억에 남습니다."

대통령 표창과 문화관광부장관 표창 등 그간 활동으로 받은 상장과 감사패는 셀 수 없을 정도다. 민간외교관의 길에 아내가 든든한 후원자가 돼 주었다.

자원봉사에 미쳐 경제활동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데도 같이 생계를 꾸리며 묵묵히 뒷받침해온 아내가 말할 수 없이 고마웠다.

"제가 자원봉사를 그만 두는 날이 바로 통역자원봉사 분야 세계 기네스 기록이 '인증'에서 '등재'로 바뀌는 날입니다."

날마다 새로운 세계기록을 쓰고 있는 그는 몸이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봉사활동을 계속 할 것이라는 의지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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