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들 “상해임정 청사, 대한민국으로 옮기자” 제안도
상해(上海)를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의 제1순위 답사 코스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上海市马当路306弄4号)를 찾았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4월 13일 중국 상해에 수립·선포된 이후 1945년 11월 김구(金九) 등이 환국할 때까지 일제의 강제점령을 거부하고 국내외를 통할·통치했던 3권 분립의 민주공화정이다. 또한, 현재 대한민국의 법통은 1987년에 개정된 헌법 전문에 있듯이 임시정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유럽풍의 이국적인 바와 카페가 줄지어 들어서 있어 젊은 층들로부터 인기가 많은 상해 신천지(新天地)와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 신천지는 중국 공산당 제1차 전국인민대표회의가 열린 곳이다. 신천지(新天地)라는 이름도 공산당 일대회지(一大會地)라는 의미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임시정부 청사 1층에서는 비디오를 보며 임시정부 활동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2~3층에는 임시정부 주요 인사들의 사진과 태극기 등의 유물, 임시정부의 실질적인 지도권을 행사했던 백범 김구와 각 부처의 집무실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임시정부는 상해 내에서도 일본의 눈을 피해 여러 번 이전했다. 리모델링을 거쳐 재개관한 현재의 상해임시정부 유적지는 1925년에 건설된 중국 근대식 석고문 구조의 건축물이며, 1926년부터 1932년 4월 윤봉길 의사의 홍구공원(현 루쉰공원·鲁迅公园) 폭발 의거가 있은 후 항주(杭州)로 옮기기 전까지 임정 청사로 사용됐다. 임정 유적지가 복원된 곳은 상해와 항주, 중경(重慶) 등이다.
상해임정청사는 규모가 작고 건물도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주변 상권이 재개발 등으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더욱 초라하게 보이기도 한다. 지난 2007년 재개발 계획에 따라 청사 건물이 철거될 위기에 처하자 당시 상해 당서기였던 시진핑 국가주석이 문화재 보호 건물로 지정한 바 있다. 최근 중국 상해를 공식 방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한정(韓正) 상해 당서기에게 임시정부 청사 건물이 보존될 수 있도록 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상해임시정부 유적지를 찾는 관광객의 99.9%는 모두 한국인처럼 보였다. 입장료가 20위안인데 환율로 계산하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창덕궁 입장료(3,000원)보다도 몇 백 원 더 비싼 편이다. 서울에서 온 어느 방문객은 “우리 한국인들이 조국 독립을 위해 활약했던 역사 유적지를 중국 당국에게 돈을 내고 구경해야 한다는 사실이 묘한 감정을 일으킨다”고 털어놨다.
또한, 상해에서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다는 교민은 “한·중 간에 대승적 차원에서 임시정부 청사를 한국으로 옮기는 생각도 해봤다”고 말했다. “건물이 노후화됐고 주변 지역 재개발로 인해 상해임시정부 청사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심지어 “차라리 청사 건물 자체를 해체해서 한국으로 가져오자”는 주장을 펼치는 이들도 있었다.
어찌됐든 한국과 중국 모두에게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역사적 의미가 있는 현장이기도 하지만 중국 당국 입장에서는 한국인 관광객들의 끊임없는 방문으로 상당한 입장료 수입을 안겨주는 알토란같은 곳이기도 하다. 한편, 전라남도 함평군에는 중국 상해임시정부를 재현한 전시관(함평군 신광면 함정리 605-1번지)이 있다. 연면적 620㎡ 규모의 지상 3층 건물로 붉은 벽돌집 형태의 중국 상하이 현지 건물이 그대로 복원된 임시정부 청사는 임시정부의 수립과 활동에서부터 독립 그리고 환국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여정을 통해 우리의 독립운동사를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