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차세대들, 한국인 정체성에 대한 열띤 담론
한인차세대들, 한국인 정체성에 대한 열띤 담론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4.11.0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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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커머든 뉴커머든 모든 재일동포는 ‘하나’… 다함께 참여하자”
▲ 11월6일 오후, 각 지역을 대표하는 한인차세대들이 함께 모여 한인사회 미래비전을 공유하는 ‘리더스 토크(Leader's Talk)’가 진행됐다.

세계 각지의 한인차세대들이 생각하는 ‘한민족’ 또는 ‘한국인’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지역별, 거주지 환경에 따라 정체성에 대한 시각도 조금씩 차이가 있어 보였지만, 차세대 네트워킹을 통해 한국문화를 널리 전파하고 모국발전에도 기여할 책임이 있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

‘2014 세계한인차세대대회’가 열리고 있는 11월6일 오후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각 지역을 대표하는 한인차세대들이 함께 모여 한인사회 미래비전을 공유하는 ‘리더스 토크(Leader's Talk)’가 진행됐다. 리더스 토크에서 제기된 주요 담론은 한인차세대로서의 정체성, 성공과 실패 경험담, 미래 한인사회 공동체 비전 등이었다.

▲ 임유미 씨.

이날 ‘재일동포 1.5세의 자이니치 조직생활’이란 주제를 발표한 임유미(Kimberly Lewis) 씨는 좁은 의미의 ‘자이니치(在日, old comer)’와 ‘신규정주자(new comer)’의 개념을 설명하며, “본질적으로는 자이니치이든 신규정주자이든 관계없이 재일동포는 모두 ‘자이니치’이며 하나다”고 말했다. 국적, 거주동기 및 기간 등의 개별적 조건을 초월해 일본에 거주하는 한인은 모두 ‘한민족’이라는 것.

민단 중앙본부에서 15년 동안 근무하고 있으며, 청년회 동경본부 부회장을 맡고 있는 임유미 씨는 그동안 차세대 육성사업인 어린이 여름캠프, 어린이 잼버리, 차세대 모국연수 등의 사업에 참여해왔다. 그는 “후배들이 좋은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을 닦고 나와 같은 1.5세뿐만 아니라 신규정주자도 자이니치의 한 사람으로 편하게 참가할 수 있는 청년회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어릴 적 미국에서 생활했고 현재 미국국적을 갖고 있는 임유미 씨는 이날 발표에서 일본 현지에서 벌어진 헤이트스피치(혐한발언) 영상을 차세대들에게 보여주며, “우리 아이들이 당당히 자이니치라고 말할 수 있는 재일동포사회가 될 수 있도록 조직사회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나는 ‘입양아’이면서, 재외동포의 일원”
“한국사람인데 왜 한국말을 못하는가?”

이날 리더스 토크에서는 입양인들이 직면할 수 있는 정체성 고민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이뤄졌다. 생후 6개월 만에 미국에 입양됐으며, 뉴욕 헌터스쿨 사회복지학 석사를 거쳐 한국계 입양인 모임 ‘AKA(Also-Known-As)’, 아시안-아메리칸 아동가족연맹(CACF) 등에서 근무해 온 오선희(Marissa Martin) 씨는 “입양인 당사자의 정체성 찾기도 중요하지만 다른 피부색을 갖고 있는 부모들의 자세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다”고 말했다. 오선희 씨는 입양아들이 갖고 있는 정체성 유형, 문화 사회화 전략(Cultural Socialization Strategies) 등을 분석하며, “우리는 입양아 출신이면서 재외동포의 당당한 일원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 오선희(왼쪽), 최재호 씨.

영국 외무부 공무원을 거쳐 현재 보안(Cyber Security)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는 최재호 씨는 웨일스(Wales)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말하며, “오히려 내가 가장 한국적일 때 현지에서 인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사람인데 왜 한국말을 못하는가?”라는 질문에 자극을 받아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는 부연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나 스스로 한민족 아이덴티티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때 영국인들도 이를 인정해줬다”며 “이번 차세대대회도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refresh)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문화, 책 표지만 보지 말고 내용도 읽어야”
“차세들, 한국어·한국문화 소개하는 역할 맡아야”

하버드대학교 경영학 MBA를 거쳐 세계 최대 사립교육기관 ‘EF 에듀케이션’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예리 씨는 “강남스타일 등의 한류 덕분에 외국인들이 예전보다 한국을 많이 알게 되면서 자긍심을 느끼기도 했지만, 보다 중요한 건 한국이라는 책표지만 볼 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내용도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겉으로 드러난 한국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실질적 내용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는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온라인 매체를 활용하는 차세대 (교육)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 김예리(왼쪽), 이한나 씨.

아르헨티나에서 패션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이한나 씨는 “현지인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며 그들과 같아지면 차별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바뀌는 건 전혀 없었다”며,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그들로부터 나를 존중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나 씨는 “옷을 디자인 할 때도 한국을 테마로 하고 있다”며, “우리 후손들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더 잘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거주국 현지인들에게 한국어,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역할을 우리 차세대들이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으로부터 도움 받고자 하는 기대심리 버려라”

중국 상해대학교 법학원 부교수이며, 부산대 사회급변현상연구소 객원연구원인 김성화 씨는 ‘한중 양국의 경제교류와 중국동포사회의 역할’이란 주제를 발표하며 “한국과 중국의 지도부들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지금 이 기회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한인차세대가 아니라 ‘한민족’ 차세대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며, 차세대들의 역할과 관련해 “한국으로부터 도움 받고자 하는 기대심리를 버리고 오히려 한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노력을 펼칠 때가 됐다”고 말했다.

▲ 김성화(왼쪽), 강바실리(Kan Vasiliy) 씨.

러시아에서 온 강바실리(Kan Vasiliy, 러시아 옴스크과학센터 연구원) 씨는 “지금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만들고 있으며, 그들을 위해 좋은 환경을 조성할 책임이 있다”며, “모든 재외동포들은 자신의 형제들과 모국을 대표하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각 지역의 한인 리더들이 긴밀한 네트워킹을 통해 모국의 발전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는 100% 한국인, 그리고 세계인”

이날 차세대들은 인생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함께 나눴다. 뉴질랜드 웰링턴 빅토리아대학교 경영정보학과 프로그램 매니저를 맡고 있는 박지관(Simon Park) 씨는 20살 때 뉴질랜드로 건너가 겪은 실패담을 얘기하며 “진정한 리더란 남들보다 빨리 가는 게 아니라 다른 이에게 긍정적 영향력을 미치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또한 “용기를 결코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어떤 일을 하든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는 없다”고 강조했다.

▲ 박지관(왼쪽), 서이탁 씨.

미국 시카고에서 온 서이탁 변호사는 한국에서 태어나 11살 때 볼리비아로 갔다. 현지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닌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국제경영석사 학위 취득 후 한국의 외교부장관을 꿈꾸며 외무고시를 봤으나 번번이 낙방했다. 이어 페루에서 원단 무역사업을 하다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법대를 거쳐 변호사가 됐다. 그는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깨달은 점으로서 “나는 100% 한국인이며, 미국인이며, 남미사람이다”며, “또한, 유럽인, 아프리카인도 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100% ‘세계인’이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인으로서 앞으로 한국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서로 가까워지고 또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는 작금의 글로벌 시대에 나(me), 가족, 커뮤니티, 국가, 세계라는 각 섹터의 주요 문제에 대해 균형 감각을 갖출 수 있는 진정한 세계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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