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코리안] 그리팅맨을 위하여
[비바 코리안] 그리팅맨을 위하여
  • 정길화(MBC 프로듀서)
  • 승인 2015.01.05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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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지구 대척점(對蹠點)은 우루과이 몬테비데오다. 서울에서 일직선으로 땅을 파고들어가 지구중심을 관통해 나가면 몬테비데오 부근이 나온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지구 반대편이니 지리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먼 곳이다. 바로 이곳에 한국의 조각작품 ‘그리팅맨(Greeting man)이 세워져 예술 한류를 전파하고 있다.

그리팅맨은 6미터의 거인이다. 알루미늄 소재에 스카이블루 계통의 푸른 빛깔을 띠고 있다. 그는 약 15도 각도로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한국식, 동양식 인사법이다. 그 앞에 서면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 동작을 따라한다. 인사를 받고 싶은가? 그러면 먼저 인사를 하라. 마치 예수의 황금률을 실천하는 듯한...

이 작품을 설치한 이는 유영호 작가다. 그는 말한다. 길을 가다가 사람을 만났다. 그냥 지나가면 두 사람이 사이에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누가 먼저 인사를 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서로 인사를 나누면 대화가 시작되고 공존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유 작가는 “모든 관계에서 무릇 인사는 소통의 출발”이라고 얘기한다.

한국의 중견 조각가 유영호(50). 그는 2012년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 그리팅맨 1호를 세워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가장 먼 곳부터 이 메시지를 전파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리고 지구촌 방방곡곡 100 곳에 그리팅맨을 세우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그리팅맨을 환영하고 그 정신에 공감하는 곳이 모두 대상이다. 공공설치 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고개숙인 그리팅맨에는 겸손, 화해, 감사, 존경의 메시지가 들어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과를 뜻할 수도 있다. 유작가는 이미 남북의 화해와 공존을 염원하는 뜻으로 2013년에 그리팅맨 2호를 강원도 양구 해안면(펀치볼)의 민통선 안에 세웠다. DMZ 안의 을지전망대까지 들어가려 했으나 사정상 여의치 않았다. 언제가는 북녘땅에도 세워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일본 후쿠시마 해안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외경을 표현할 수 있는 곳이다. 베트남은 월남전과 관련하여 한국 현대사의 숙제가 깃들어 있는 곳이다. 날짜 변경선 부근의 키리바시는 지구상에서 해가 제일 먼저 뜨는 곳으로 지금은 지구 온난화로 수몰 위협에 처해 있다. 유작가의 그리팅맨은 지구촌 곳곳에서 문명비판적 메시지를 온몸으로 던져줄 것이다.

새해는 그리팅맨에게 도전의 해다. 브라질 북동부 헤시피, 콜롬비아 보고타, 파나마의 파나마시티 등 3곳에 그리팅맨이 세워진다. 말하자면 3, 4, 5호 그리팅맨 일란성 3둥이다. 헤시피에는 한국과 브라질의 친선과 우의를 기리는 뜻으로, 남미 유일의 6.25 참전국인 콜롬비아에는 감사의 뜻으로, 파나마에서는 대서양과 태평양의 만남과 공존을 염원한다.

라틴 아메리카권에서는 그리팅맨에 대한 반응이 좋다. 특히 몬테비데오의 그리팅맨은 현지인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고 이제는 랜드마크가 되었다. 시의회는 그리팅맨이 서 있는 곳을 한국광장으로 명명하였고 이후 한국과 관련된 많은 행사의 출발지가 되고 있다. 작품의 메시지가 세계인의 보편적 공감을 얻는다면 매우 소망스러운 일이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22미터의 해머링맨(Hammering man, 망치든 사람)은 ‘노동하는 인간’의 의미다. 작가인 조너선 브롭스키는 현대사회의 운명과 현대인의 고독을 표현했다고 한다. 해머링맨이 호모 파베르(homo faber 도구적 인간)라면 이제 그리팅맨은 호모 살루탄테(homo salutante)로서 인사하는 인간, 감사하는 인간이다. 20세기가 해머링맨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그리팅맨의 시대를 지향해야 할 때다. 유영호 작가는 그 일념으로 오늘도 그리팅맨을 제작하고 있다.


정길화 칼럼니스트: MBC 시사제작국 생방송오늘저녁 책임프로듀서, 2012년 당시 mbc 중남미특파원으로 재임하던 중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제1호 그리팅맨을 현지에서 취재 보도한 인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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