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한국인이 어떻게 모였냐고요?”
“LA에 한국인이 어떻게 모였냐고요?”
  • 이호근 기자
  • 승인 2015.01.23 14: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김진형 LA 코리안 페스티벌 창립자

“그동안 받은 상이 100개는 될겁니다. 총영사관에서 받은 상을 제외하면 전부 미국에서 받은 상이에요.”

미국에서 받은 상이 족히 100개는 된다는 김진형 회장. 도대체 그가 어떤 인물이기에 미국 정부는 그에게 이렇게 엄청난 수의 상을 줬을까. 1월22일, 무릎관절과 척추 치료차 한국을 방문해 본지 사무실을 찾은 김 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잘 알려진대로 김진형 회장은 미국 LA에 한인타운을 조성한 인물이다. 또 LA한인축제를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관광공사의 전신인 국제관광공사에서 총재의 비서로 활동했다. 그러다 동경 주재원으로 갔고, 68년도에 관광공사를 그만두면서 미국의 페퍼다인대학교 대학원 진학을 계기로 미국으로 떠났다.

“당시 미국에서 한국식당을 찾으려는데 한국식당이 없어요. 그래서 영사관에 문의를 했더니 제퍼슨이라는 곳의 고려정을 알려주더군요.”

영사관에 물어 찾아간 고려정은 남가주대학이 있는 곳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다녔던 교회가 있는 곳이었다. 코리아타운 비슷하게 얼마 안되는 한국상점이 형성돼 있었지만 코리아타운이 설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재팬타운과 차이나타운을 가보니 전부 자기나라 글자로 간판을 달았더라고요. 우리도 코리아타운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식료품점 옆에 서점을 열었다. 한글로 ‘한국서적센타’라는 간판을 달고, Korea Book Center라고 덧붙였다. 옆의 식품점에도 한글 간판을 달아줬다. 한국 간판 두 개가 생기니 한국사람들이 눈여겨 보기 시작했고, 하나 둘 모여들었다. 한국사람들이 들어올때마나 한글간판을 달아줬다. 급기야 한국사람이 조금밖에 없어 한글간판이 몇 개에 그치자 미국 가게에 들어가 “한글간판을 달면 한국손님들이 올 것이다. 내가 간판을 무료로 달아주겠다”고 설득했고, 한글간판을 단 가게가 많아지자 한국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김 회장이 달아준 한글간판은 모두 62개.

여기서 그치지 않고 1972년 가게근처의 한국사람 8명을 모아 코리아타운번영회를 조직했다. 74년에는 자비를 들여 LA코리아페스티벌을 열었다. 한국인들이 모여 행진을 하면서 자꾸만 한국인들이 눈에 띄도록 했고, 정치인들을 초청해 오픈카에 태웠다. 다민족 사회임을 감안해 한국인들만 모이는 것에서 나아가 LA지역의 모든 커뮤니티를 다 초청해 다민족문화축제를 진행했다.

1981년에는 당시 시의원이던 데이빗커닝햄을 만나 코리아타운의 경계를 설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정치자금을 모아주고, 한국인들의 표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시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해 반대의견없이 가결되면서 올림픽가의 버먼과 웨스턴, 웨스턴과 올림픽에서 8가까지의 사각지대가 코리아타운으로 명명됐다.

그는 이후 한인타운의 상점가를 조성하는데도 힘썼다. “당시 LA거리는 상점가 바로 뒤부터 주거지역이었습니다. 그러니 식당을 하나 차리려고 해도 주차장이 없는거에요.” 그래서 또다시 시의원을 만나 버먼에서 웨스턴까지 올림픽거리만 상가지역으로 하지 말고, 그 뒤 주거지역까지 상가지역으로 바꿔줄 것을 요청했다. 그렇게 주거지역이 상가지역으로 바뀌면서 지역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LA시에서는 김진형 회장을 높이 평가했다. LA지역이 활성화되면서 LA한인축제가 열리는 나흘 동안 그곳에서 장터를 열고, 문화행사를 하면서 한미문화의 가교역할을 했다는 것. 한인타운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쌓으면서 미국 정부의 커미셔너 활동도 하게 됐다. 그는 13년간 경찰본부의 커미셔너, 18년간 노인복지국의 커미셔너로 있었다. 그러니 이제 LA시를 넘어 미국 정부에서도 그가 미국 사회에 많은 공헌을 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미국사회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10월, 시의회에서 김진형광장 명명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영광스런 소식을 전해들은 김 회장의 “이왕이면 아무 때나 명명식을 할 것이 아니라 코리안페스티벌 오프닝 세레모니에 명명식을 하자”는 제안에 따라 그가 한글간판을 써주던 그곳에 2014년 9월18일, 김진형스퀘어가 들어서게 됐다. 오전 광장 명명식을 하고, 거리에 싸인을 붙인 뒤, 저녁에 축제개막식을 가졌다. 그간의 공을 인정한 미국 정부의 일종의 포상인 셈. 이밖에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상을 받는 등 수상이력이 화려하다.

그러나 총영사에게 받은 상을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받은 상은 없다. 기자가 아쉬움을 표하니 “욕심 없어요. 내가 이 나이에 상 받아서 뭐합니까?”라는 김 회장. 욕심없는 그의 말과 표정에서 지금껏 이뤄온 김 회장의 순수한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