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84] 정월대보름
[아! 대한민국-84] 정월대보름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5.04.11 0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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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세시풍속은 해가 바뀌어 그 날이 돌아왔을 때 반복되는 생활양식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은 오랜 농경문화와 연관을 맺고 있다. 농경문화가 피워낸 세시풍속 가운데서도 정월대보름은 그것이 농한기인 정월에 있다는 점에서 가장 즐거운 풍속이었다. 정월초하루 설날부터 정월대보름까지 이어지는 명절기간에 조선의 민속놀이중 약 70%가 몰려있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세시풍속도 다양해서 장승제, 당산제 등 마을에서 공동으로 치르는 공동체 의례나, 줄다리기, 석전 등 집단적인 전통 민속놀이를 비롯해서 각 가정이나 친구들끼리 몰려다니며 노는 윷놀이, 제기차기, 널뛰기, 뜰밟기,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배치기 등 놀거리란 놀거리가 다 모여 있는 것이 설날에서 정월대보름까지다.

국립민속박물관에 따르면 우리 조상들은 정월대보름엔 아홉(9)숫자와 연관되어야 길(吉)하다고 여겼다. 아홉 가지 나물을 먹고, 마당도 아홉번 쓸고, 심지어 밥도 아홉차례 먹어야 건강하고 부지런히 산다고 믿었다.

선조들은 부럼 말고도 이날 꼭 챙겨먹는 음식이 있었다. 오곡밥에 원소병(圓小餠)과 진채식(陳菜食), 복쌈이 대표적이다. 복쌈은 말 그대로 복을 싸서 먹는다는 의미인데, 지방에 따라 배춧잎, 아주까리 잎, 김으로 싸먹는다.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김으로 싼 복쌈을 볏섬이라 부르기도 했다. 원소병은 소를 넣은 찹쌀떡을 꿀물이나 오미자 물에 띄워먹는 일종의 디저트요, 진채식은 나물무침인데 「동국세시기」에는 “박나물, 버섯 따위를 말린 것과 콩나물순, 순무, 무를 묵혀 먹는 것을 이른다. 먹으면 그 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런 일련의 모든 풍습은 그 모두가 풍농(豊農)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있다. 그렇다면 풍농을 기원하는 행사가 정월대보름에 집중된 이유는 무엇일까. 태음력을 중시했던 옛날에는 보름달이 처음으로 뜨는 정월대보름은 신성한 날이었다.

전통적인 관념에서 달은 생산이 가능한 여성과 대지를 상징했으며, 봄기운을 담은 정월대보름은 특히 생산과 풍요를 가져다준다고 여겼다.

그러나 산업사회로 급격히 이동하는 과정에서 농경에 뿌리를 둔 정월대보름의 의식도 점점 퇴색해왔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 발렌타인데이가 등장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맞게되는 정월대보름은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

원래 발렌타인데이는 사제 발렌타인을 추모하는 기념일이었다. 그는 로마황제의 명령을 거부하고 사랑에 빠진 연인의 결혼식 주례를 섰다가 처형당하고 말았다. 연인들의 결혼을 죽음으로 성사시킨 발렌타인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랑의 수호자로 추앙되었다.

발렌타인데이는 원래 기념일의 뜻과 사뭇 달라진 형태로 들어오자마자 2월 세시풍속의 주연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정월대보름이 상징하는 여성성과 생산, 공동체의 평안와 풍요는 오늘날의 사회에서도 요구되는 미덕이다. 그런 점에서 정월대보름의 의미가 점점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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