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칼럼] 진심없는 아베담화의 교언(巧言)
[청하칼럼] 진심없는 아베담화의 교언(巧言)
  • 박완규 편집주간
  • 승인 2015.08.15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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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기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라고 했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그 잘못을 고칠 줄 모르는 것이 진짜 잘못이라는 말이다.

우리 속담에는 ‘한마디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누군가 잘못이 있더라도 이를 진심으로 사과하면, 그를 용서할 수 있는 관용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고금의 문화와 정서가 연결된 일본도 유사한 뜻의 속담이 분명히 있을 터인데, 14일 발표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는 한마디로 기만과 교언(巧言)에 다름 아니었다.

아베는 이날 일본 각의에서 결정한 담화에서 과거사를 인정하고 사과했던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의 담화를 계승하겠다면서도, 일본이 자행한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는 하지 않았다. “숨진 모든 목숨 앞에 깊이 머리 숙이고, 통석(痛惜)의 념(念), 영겁의, 애통의 마음을 진심으로 올린다”고 했지만 그의 말투와 표정에는 어떤 속죄의 기미도, 진정성도 읽을 수 없었다.

전후 50년 무라야마 담화의 4대 키워드인 식민지배, 침략, 사죄, 반성은 모두 표현했지만 교묘한 방식으로 책임을 피해갔다. 침략과 식민 지배를 불가피한 선택으로 포장하는가 하면, 우리가 특히 주목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존엄을 상처받은 여성’이라는 모호한 화법으로 회피하는 등 가해자로서의 책임은 사실상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장황하고도 기만적인 교언은 일본으로부터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한 피해국의 국민들에게 공감은 커녕 공분을 일으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더구나 일본의 과거만행을 전후 세대에게까지 사죄할 숙명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는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과거 이웃 침탈에 대해 “역사에는 마침표가 없다. 항구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한 메르켈 독일 총리의 사관과 너무도 상반된 아베 정권의 시대착오적인 역사인식을 보면서, 왜곡으로 점철된 일본이라는 나라에 과연 국격이라는 게 있기나 한 건지 의문이 들 정도다.

어떻든 한국과 국제사회가 공감할 수 있도록 진심을 담은 사죄를 함으로써 아베 총리가 역사왜곡을 종식시킬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렸다는 점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무엇보다 이 정도의 담화내용조차 한·중 양국과 자국 내의 반발을 고려해 종전의 극우 사관에서 상당히 양보하고 진전된 표현이라고 하는 것이라 보면, 한국을 포함한 피해 당사국들을 철저히 기만하는 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일본이 과거의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직접적이고 진실된 사죄를 하지 않고, 세계 평화와 국제 사회 질서에 순응하며 참여하려는 의지조차 버릴진대, 이런 담화를 평가하는 것조차 의미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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